백수(白壽)와 희수(喜壽)를 앞둔 노(老) 시조시인 부부가 함께 ‘부부 시조집’을 엮어 세상에 내놓아 문단 안팎에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안산시 사2동에 사는 전병택(96)·이경자(71) 부부. 전씨 부부는 최근 ‘늙숙이의 합창’(한맥출판사, 221쪽, 1만원)이라는 부부 시조집을 펴냈다.

‘늙숙이의 합창’엔 전병택 시인의 50여편과 이경자 시인의 90여편 등 총 140여편의 작품이 담겨 있는데 이들 부부가 나이를 잊은 문학열정으로 최근 5년간 써온 작품들이다.

“아흔아홉 굽이굽이/고속 길로 숨 가쁜데/ 옛사람 이 비탈을/ 피땀 밟고 넘었으리”

전 시인의 작품 ‘동해기행’에 등장하는 대관령과 해돋이, 해수관음 큰보살 등의 사물들은 자신이 헤쳐온 인생굽이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그럼에도 “참으로 놀랍구나 뛰어난 재주로다/ 숱한 소재 간직하고 손끝 살짝 신호하면/ 한마당 열린 가슴에 영상들이 줄을 잇네” 작품 <컴퓨터>에서 보듯, 변화하는 세태에도 눈을 떼지 않는 ‘백발청년’의 기백은 여전하다.

고희(古稀)를 넘긴 인생의 뒤안길에서 느끼는 고즈넉함 때문일까. “차 한잔 마주하면/ 정 가득 배어 나고/ 상처의 깊이만큼/ 사랑으로 채워 주며/ 바람꽃 피고 지는 날/ 기쁨으로 살고지고”<그리 살리>.

애잔한 인생의 한 언저리에서 이 시인이 털어놓은 삶의 바람은 바람결처럼 부드럽고 향기롭다.

부부의 인연은 ‘천륜’이라 믿는 탓일까? “너와 나 인연의 끈/ 보이지 않는 사슬/ 내리사랑 영원까지/ 끊지 못한 동반자로” 이 시인의 작품 ‘天倫’엔 눈가에 실안개처럼 피어난 이슬처럼 영롱하면서도 애잔한 ‘그만의’ 사랑법이 녹아있다.

전 시인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장 등을 역임했고 ‘산아 너를 닮자 한다’, ‘삼월의 소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여성시조문학 이사, 한맥문학동인회 회장을 역임한 이 시인은 저서로 ‘하루의 연가’가 있다.
부부가 자신들의 작품을 모아 공동으로 시조집을 펴낸 건 국내 문단에선 2~3차례 밖에 없을만큼 흔치않은 일이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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