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둥지 노인 10여명이 만주의 곳곳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대장정에 나선다.

본오동에 소재한 은빛둥지 소속 노인들은 지난달 26일 6박7일 일정으로 만주정복을 위해 장도에 올랐다.노인들은 만주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지원으로 지난 2006년 9월부터 동영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할머니도 할 수 있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무비 카메라의 촬영에서 편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마치고 4월에 프로덕션인 ‘은빛미디어’를 설립했다.

노인들은 첫 작품으로 우리의 애환이 담긴 만주를 찾아 ‘염석주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염석주는 수원 율전리의 만석꾼으로 안산의 최용신 선생을 도와 훗날 ‘상록수’가 되도록 밑받침을 한 사람이다. 또 여운형 선생과 신간회를 운영하며 만주(흑룡강성 오상시 충하진)에 90만평의 ‘추공농장’을 개발, 당시 안산과 수원 일대의 빈농들을 이민시키고 그들의 명의로 땅을 분양해 주기도 했다.

여기서 생산된 쌀 대부분은 독립군 2지대 김창환 장군의 부대에 군량미로 공급했고 나머지는 상해 임시정부에 재정지원을 했다.그러나 염석주는 해방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하고 서대문적십자병원에서 가족들에게 1944년 6월 싸늘한 사체로 인도된다.

왜경에 염석주를 팔아먹은 민족반역자는 자신의 죄과를 숨기고자 ‘빨갱이’로 몰아 염석주는 물론 그 유족들의 사회적 지위까지 박탈했다.

‘할머니군단’ 은 지난해부터 염석주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으며 이제 마지막 단계로 염석주의 열정으로 일구어낸 만주벌의 ‘추공농장’까지 추적하게 이른 것이다.

또 국내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염석주 선생에 관한 자료를 전국에 수소문해 일부 얻기도 했다.

노인들이 얻은 정보는 고작 정축(丁丑)년 ‘1937년’ 겨울의 한창 때. 음력 십일월, 북만주’하얼빈’, ‘망향사진관’에서 찍었다는 정도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5명의 ‘은빛미디어’를 대표할 8명 (5분의 할머니와 3분의 할아버지)의 ‘촬영단’은 이제 꽁꽁 얼어붙은 만주벌로 날아가 염석주의 한을 풀고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아오기로 했다.

노인들은 12월 말까지 모든 자료를 한편의 다큐멘타리 ‘염석주를 찾아서’로 엮어 12월말에 안산예술의 전당에서 각종 TV 방송사 및 관심 있는 분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갖는다.

장도에 오른 한 할머니는 ‘우리들의 열정은 얼어붙은 만주벌을 녹이고 한 세기 동안 얽혔던 염석주의 한을 푸는 동시에 우리국민 모두가 만주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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