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도대체 어디에서 재원을 조달하는지 조심스럽게 교장에게 물어보았다. 2800여명의 학생 중 70%가 재정기여입학이고 나머지 30%만이 엄격한 시험을 거쳐 입학한다는 교장의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도대체 있을 수 있느냐고 교장에게 넌지시 따졌더니 교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러나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넘쳐나는 인구들을 모두 고등교육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우리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열심히 일하여 저축을 하였거나 아니면 철저한 교육으로 우등생을 만든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으로 북경대나 청와대로 진학하도록 보답하고 이들이 앞으로 중국을 이끌어 나가도록 할 것이다.

공부하기 싫고 게으른 학생은 기업소의 종업원이나 농부 아니면 거지로 남으면 그뿐이지 그들까지 국가가 모두 배려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현존하는 중국엘리트들의 교육가치관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는 했으나 중국교육의 현주소를 보는 듯 했다.



중국이 오랜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한 가정 한 자녀 갖기 운동이 결실을 맺으면서 각 가정에서 태어난 한 자녀에게 온갖 정성과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고는 있지만 이렇듯 열심이거나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서 밤을 밝혀 공부하는 모습은 중국의 장래를 보는 듯 했다.



오후 늦은 시간에 원곡고등학교 안충균교장선생님과 안산 제8중학교 진중교장선생님은 학교 소강당에서 우리일행과 안산시 제8중학교 선생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교 자매결연의향서에 서명하였고 내년 중국 안산시 제8중학교에서 우리 안산시 원곡고등학교를 방문할 때 정식 자매결연을 맺자고 서약하였다.

향후 두 학교는 교원과 학생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벌어질 것이며 홈스테이 상호방문을 통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며 돕는 민간 외교가 펼쳐질 것임을 확신하였다.



돌아오는 날 이른 아침 숙소를 빠져 나와 인사차 안교장선생님과 함께 제8중학교에 들렀더니 새벽시간임에도 중국국기가 게양대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필자가 여태까지 통역을 맡아 애써준 정관택선생에게 연유를 물었더니『우리학교는 단 한사람의 학생이라도 남아서 공부를 하면 결코 국기를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해주었다.

상당한 수의 학생들이 토요일 밤을 학교에서 공부하며 지샜나 보다.



이제 중국대륙은 그야말로 해가 지지 않는 땅임을 실감하면서 풍요와 희망이 넘쳐나는 내일의 중국을 그려보았다. 돌아온 인천 공항엔 대낮인데도 낮게 겨울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임동균/원곡고등학교 운영위원장>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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