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전시관을 세우거나 개인 소장전을 통해 5천여 점이 넘는 조선시대 유물들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뛰어난 솜씨를 지녔는지 알리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입니다.”

안산경기민요단을 이끌고 있는 곽승수 단장<사진·50세>. 곽 단장은 경기민요와 우리 민요를 전파하고 알리는데 적극적이지만 민요사랑 만큼이나 조선시대 유물수집에 더 많은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골동품 마니아다.

2층 단독주택인 그의 집은 온통 조선시대 유물로 가득해 더 이상 유물을 들여놓을 빈 공간이 없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림잡아 10억원을 호가하는 신도비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문관석과 무관석, 석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1층과 2층에도 다양하고 고풍스러운 엄청난 양의 유물들이 집안 전체를 채웠다. 가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을 유물에 빼앗겼다는 인상이 들 정도로 많은 양을 소장하고 있다.

“집에 보관중인 유물들은 조선시대 것으로 대략 5천여점이 넘습니다. 가격으로 따지면 30억원이 넘겠죠. 저가 그동안 모은 정성까지 합하면 아마 그 이상 될 겁니다.”

그가 유물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13년전인 지난 1995년부터다. 옛것이 좋아 취미로 한점 두점 수집하면서 재미를 붙였다.

그는 유물을 수집하기 위해 전국의 여러 도시를 다녔다. 처음 수집 당시에는 발품을 팔며 전국을 누볐지만 어느 정도 지나자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유물 모으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가 수집한 유물 중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소중하고 희귀한 것도 많다. 조선시대 목기종류를 비롯 서화, 스님들이 사용하는 세수대야, 가마, 제주도 동자석, 제주방아, 절구, 관복함, 투각관복장 등등.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정문에 있는 조각 작품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유명한 조각가 김영중 선생의 대작이다.
그는 과거 옛 조상들이 쓰던 물건이면 닥치는 대로 모았고 쉽게 볼 수 없는 유물이나 사소한 물건들도 지나치지 않고 일일이 챙겼다. 이 때문에 이제는 “골동품 마니아” “유물박사”가 됐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돈이 부족해 구입하지 못할 때는 속도 많이 상했죠. 하지만 흥정할 때는 왠지 모르게 나만의 희열을 느끼며 뿌듯했습니다.

보람도 참 많았고요. 지금은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죠.”

그가 유물을 모으기 시작할 때는 부인의 반대도 심했다. 서울에서 기계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곽 단장이 회사일 보다는 유물 모으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집안이 온통 유물들로 가득 차게 되면서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의 집은 넓은 단독주택이지만 가족들의 보금자리는 이미 빼앗긴지 오래다. 부인도 이제는 우리 것을 좋아하는 남편의 유물사랑에 감탄, 포기했다.

곽 단장은 많은 유물을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지방에서 유물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곧장 달려갈 정도로 아직도 우리 것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
매일 매일 보지만 우리 선조들의 솜씨는 너무나 정교하고 뛰어납니다. 우리 것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훌륭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을 텐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문화원 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부인과 아들, 딸 두 명을 두고 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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