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는 관계로 취재를 위해 버스나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그 날도 버스로 길을 나섰다.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여 막 버스에 오르는데, 기사님이 마치 정말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인 것처럼 내게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를 건넨다.

버스에 올라 한 참을 기사님이 승객을 맞이하며, 내리는 승객들에게 ‘좋은 하루 되시고 건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내가 내려야 할 정류소를 그냥 지나쳤다. 그 기사님과 짧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친철한 사람이다’ 라는 그 이상의 따뜻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그래서 세상의 그 어떤 아늑하고 좋은 차를 탔을 때보다도 편하다는 느낌을 안겨주는 버스. 윤태영 기사(57), 그가 운전하는 경원여객 62번 버스를 처음 탔을 때의 느낌이다.

그가 버스에 오르는 승객 한명 한명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내자 어떤 사람은 조금 쑥쑤러운 듯이 ‘네’라고 답을 하고 또 어떤 이는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오르는 승객이나 내리는 승객들에 대한 따뜻한 인사에는 변함이 없다.

반응이 없는 승객 분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조금 민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윤태영 기사는 “처음 버스를 운전하기 시작한 14년 전에는 정말 많이 민망하고 어색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버스에 오르는 분들은 내 손님이니 제가 인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윤태영 기사는 한 번 왕복하는데 2시간 40여분 걸리는 거리를 매일 다섯 번씩 운행한다고 한다.그러니 승객이 없는 정류장은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그에겐 그런 여유는 허락 할 수 없는 듯하다. 또한 각 정류장에선 혹시 본인이 태우지 못한 손님은 없는지 잠시 살피고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출발을 하지도 않는다.

“보통 버스 운전기사들이 하루 15시간씩 운전을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 기사들이 손님을 따뜻하게 대하지 못할 때가 많을 것도 사실이고요”

올 해로 11년째 무사고 운전을 해오고 있는 윤태영 기사는 “제가 앞으로 얼마나 이 버스 운전대를 잡을 진 모르지만, 나중에 개인택시 면허를 따서 노인분들이나 장애우를 위한 봉사를 하고 싶다”고 그의 작은 소망을 내비친다.

‘자신의 일을 기쁨으로 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윤태영 기사야 말로 분명 자신에 일을 기쁨으로 하고 있는 행복한 사람인 듯하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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