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에 있는 모든 학교를 통틀어 오직 선부중학교(교장 김춘식)에만 존재하고 있는 역도부.
지난 1999년에 창단됐으니 올해로 어느덧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 속에서 선부중학교 역도부는 이제 경기도 최고를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力士)를 길러내고 있다.

선수라고는 1~3학년 남자(4명)·여자(5명)를 모두 합쳐봐야 9명(1학년 2명, 2학년 2명, 3학년 5명)이 전부이지만 이들은 제2의 장미란과 전병관을 꿈꾼다. 역도부가 있다는 선부중학교로 가면서 갑자기 어리석은(?) 생각이 떠올랐다. 성장기에 역도를 하면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런데, 선부중학교 역도부 체육관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커 보인다.
“전 13㎝ 자랐는데요. 전 7㎝이요...”2학년 때 역도를 시작했다는 3학년 대현이는 1년 새 13㎝가 자랐고 다른 대부분의 아이들도 대나무처럼 쑥쑥 키가 자라고 있었다.

“전 지금 제 꿈을 들어 올리고 있어요”모든 수업이 종료되는 3시 30분이면 선부중학교 역도부 선수들은 학교 별관건물 1층 역도부 체육관에 모인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다른 친구들은 하나둘씩 교문을 빠져 나가 집으로 돌아가지만 역도부 선수들은 바로 이 시간부터가 또 다른 꿈을 위한 시작인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피곤 할 듯도 한 선수들, 하지만 이들의 눈은 지금부터가 더욱 뚜렷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어쩌면 운동부 선수들이라 하루 종일 운동만 할 거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선부중학교 역도부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공부와 수업을 함께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체육이 과거엔 운동부 선수들은 죽어라 운동만 시켰지만, 이제는 하나의 즐길 수 있는 특기를 길러주는 것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운동선수이기 전에 학생이잖아요, 그러니 학교 수업에도 충실해야 하고 반 친구들과도 좋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선부중학교 역도부 한용희(선부중학교 체육교사) 감독이 역도부를 맡은 건 3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한 명의 운동선수를 길러 내는 것보다 학생으로서 운동을 즐기면서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 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운동 지침은 ‘바른 학생’, ‘즐길 수 있는 역도부원’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한용희 감독이 있기에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선부중학교 역도부는 경기도 최고의 역도 명문이 될 수 있었다. 올해 선부중학교 역도부는 소년체전 선발전을 겸한 ‘제4회 경기도지사배 역도경기 대회’에서 여자부는 단체전에서 작년에 이어 2연패를 했고 남자부는 단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선부중학교 역도부의 특별한 운동비법은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하자는 것입니다”실제로 아이들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조성현 코치에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 간단하고 명료했다.

자신들의 몸무게보다 몇 배나 무거운 무게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어찌 보면 힘만 들고 단순한 역도라는 운동을 즐기면서 한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꿈’이었다. 꿈이 있기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 명의 선수가 하루 동안 들어 올리는 바벨의 무게가 50톤이 넘는다고 한다. 쇠 덩어리를 들었나 내렸다 하는 것이 여간 힘들 일이 아닐 텐데, 땀방울이 맺힌 아이들의 얼굴엔 무언가 확신이 차 있다. 아이들이 바벨을 들어 올릴 때 내 뱉는 ‘얍’ 이란 힘찬 기압 소리에서 “지금 우리가 드는 건 내일의 꿈이에요”라는 메아리가 전해진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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