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가 기금별로 운영되던 10여 개의 위원회를 1개 위원회로 통합하자 성격이 서로 다른 위원회의 고유 기능이 더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 3일 ‘안산시 통합관리기금 설치운용 개정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는데 시의회는 16일 열린 제16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찬반 표결 끝에 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 따라 그동안 기금별로 운영되던 14개 위원회가 폐지되고 통합관리기금운용위원회로 통합됐다. 시는 기금운용계획 수립 및 변경, 결산, 성과분석 등 개별 기금운용위원회의 기능이 유사해 이를 통합하는 게 예산과 인력낭비를 줄이는데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금운용위원회의 통폐합에 대해 전문가 참여를 통해 기금운용 심의를 꼼꼼하게 해야하는데 이런 기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문화예술진흥, 장애인복지, 노인복지, 여성발전, 환경보전 등에 필요한 기금의 운용을 다루는 개별 위원회마다 성격과 기능에 차이가 많은데 이를 하나로 묶으면 각 분야 전문적인 심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민단체, 학계, 여성계, 체육계, 사회단체 등 각계 전문가 80여 명이 역할에 맞게 개별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이번 통합 결정으로 안산시 기금운용을 심의하는 민간전문가는 대폭 줄어든다. 통합관리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은 전체 13명 이내로 구성되는데 민간전문가는 이의 1/3인 5명 안팎에 그치고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공무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산시가 운용하는 기금은 총 1,583억 원 규모다. 이 때문에 일부 위원교체나 기능이 유사한 위원회의 통폐합 등을 통해 개별 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고민은 없이 1개 위원회로 통합한 것은 전문적 심의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산시의회 홍연아 의원은 “기금 수혜 당사자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일부 위원회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개별 위원회마다 기금운용을 잘하도록 해야 하는데 성격과 기능이 다른 위원회들을 1개 위원회로 통합하면 전문적 심의가 허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심의가 허술하지 않도록 기금별 관련분야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기금운용에 대한 의견을 들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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