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동 680-9번지에 위치한 ‘정문규 미술관(선감동 680-9번지)’. 정문규(77, 서양화가) 화백이 자신의 그림과 소장품을 모아 지난해 6월 문을 연 안산 유일의 개인 미술관이다. 아직 많이 알려진 미술관은 아니지만 한 두번 방문한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젠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도 제법 늘고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감도의 자연과 모습을 캔버스에 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진 않잖아. 낼 모레면 여든인데…. 그림과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어. 남은 시간들은 더욱 행복해 질 거야.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며, 미술관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그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말이야.”

아직까진 미술관을 찾는 사람이 하루 10여 명에 불과하지만 정문규 화백은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며 사람들과 그림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정 화백은 일제강점시대 때 초등학교에 입학해 교내 사상대회에서 그린 그림이 당시 일본인 교장의 눈에 띄어 일본 유학을 권유 받았을 정도로 이미 어린 나이에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후 60여 년을 화가로 살면서 미술계에서는 꽤나 이름도 알려졌다. 그런 그가 안산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 1995년 위암 선고를 받고 요양 차 내려오게 되면서 부터다.

“처음엔 그냥 잠시 머물다 갈려고 했지. 그런데 안산에서 지내는 동안 병도 극복하게 되고 마침 단원미술제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가 들어오면서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눌러 앉게 됐어. 이젠 그 어느 곳보다 정이 들어 떠나기도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선감도에 미술관을 열게 됐지.”

4층 건물의 미술관은 1층은 카페로 꾸며져 미술관을 찾아 온 사람들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정 화백과 그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꾸며졌고 2, 3층은 전시관과 작업실이 마련되어 있다.

정 화백은 요즘 선감도의 자연과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으로 거의 하루를 보낸다. 토속적이거나 추상적인 그림을 주로 그리던 그는, 안산에 새 둥지를 틀고 암을 이겨내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 정문규 화백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선감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손에서 붓을 놓지 않는다.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은 '봄이 오는 소리'다.

선감도 주민들은 정 화백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건넨다고 한다. 한낱 농촌마을이던 동네가 미술관이 들어선 뒤로는 솔솔 문화의 향기가 피어나는 마을로 수준이 높아졌다고들 믿는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 화백은 선감도 미술관을 더욱 자랑스런 지역 미술관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선감도의 자연과 풍경을 담아내느라 손에서 붓을 놓지 않는다.    

“자연과 음악, 그리고 미술로 향이 깊어지는 공간으로 미술관을 만들어 가야지. 안산에 와서 암도 이겨내고 제2의 삶을 덤으로 살고 있으니 안산을 위해 뭔가는 해주고 싶어.”

반 백년을 화가로 살면서 그동안 그린 작품들이 수 백점이 넘고, 미술계의 원로로 인정받고 있는 정문규 화백. 선감도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 내려 캔버스 앞에 선 그의 붓끝엔 안산과 미술을 사랑하는 ‘노(老) 화백’의 열정과 향수가 짙게 어려있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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