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천할당제가 처음 시행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몇 명의 여성후보가 의회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치열한 당 공천경쟁을 뚫고 이번 지방선거에 시의회와 도의회 진출을 노리는 안산지역 여성후보는 모두 9명. 전체 후보자에 견줘 14% 수준으로 4년 전 지방선거 때 여성후보비율 8%에 비하면 소폭 늘었다. 그만큼 여성후보의 의회 진출  가능성은 높아진 셈이다.

선거운동에 뛰어든 여성 후보에 대한 가족들의 지원은 남성 후보에 비해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3일 만에 만난 엄마에게 ‘오랫만이네’ 인사하며 볼에 입 맞추는 아이들이 있어 더 힘이 나는 후보들이다. 안산지역의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여성 후보들, 여성으로서 갖는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최대한 살리는 선거운동을 개발해 표몰이에 들어간 각 정당별 대표 여성 후보들을 만났다. 

△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과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는 황효진(가운데) 후보.

4년 전, 20대에 시의회에 첫 도전했다가 낙선한 뒤 보수 시민단체인 ‘선진화 국민회의’에서 간사로 일했고, 이명박 대선캠프 대변인실에서도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해 여성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중에 다시 출마를 결심했다.

“여성복지를 실현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열망이 더 컸기 때문에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는 게 황 후보의 설명이다. 아직 미혼이지만 동생과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다. 특히 2대 시의원을 지낸 아버지(황철연)는 황후보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생활정치'로 승부하는 민주당 원미정 후보

△ 시장에서 만난 주민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는 원미정 후보.

도의원 8선거구(고잔2동·호수동·대부동)에 민주당 후보로 뛰어든 원미정 후보는 ‘시민의 생각대로 생활정치’를 앞세워 유권자와 친숙한 선거운동을 틈새 전략으로 세웠다.

여성후보의 강점인 친숙함으로 승부하기 위해 소규모 모임을 찾아가 정책을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하는 것에 열심이다. 원 후보는 “내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설명하면 주민들이 더 쉽게 받아들이고 공감대 형성도 빠르다”고 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해 온 후보답게 시민운동 활동가, 하늘품 교회 교인들의 도움이 선거운동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집안 일은 친정 어머니와 큰 딸이 돕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남동생의 준비물을 챙기고, 씻기고 재우는 일까지, 엄마 몫을 거뜬히 해내는 큰 딸 채연이가 너무 고맙기만 한 ‘엄마’이기도 하다.

●'일 잘하는 여성의원'으로 재선 도전하는 민주노동당 홍연아 후보

지난 선거에서 유일한 지역구 여성의원으로 시의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 홍연아 후보는 나선거구(본오1·2동·반월동)에서 재선에 도전중이다. 홍 후보는 5대 시의회에서 안산YWCA 의정지킴이의 의정활동평가에서 상·하반기 잇따라 우수의원에 선정돼 ‘여성 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로 꼽힌다. 무료 공부방을 함께 운영했던 동료들과 여성자원봉사자들이 그녀의 재선을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

시의원 재임 중에 태어난 딸 아이는 홍 후보가 생활정치에 몸을 던진 배경이자 이번 선거가 4년 전 보다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두 돌이 채 안된 딸을 아침 일찍 놀이방에 맡기고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현실이 ‘엄마’로서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직장에 휴가를 내고 적극 돕고 있는 남편과 이웃들이 있어 재선을 향한 도전이 외롭지만은 않다.

● 교육 환경 전문가로 의회 입성 노리는 진보신당 류정이 후보

△ 누구보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을 챙기는 후보답게 안산고대병원 노동조합 행사장에서 만난 홍연아(왼쪽)·류정이 후보가 서로를 격려하며 활짝 웃고 있다.

안산시의원 가선거구(사1·2·3동, 본오3동)에 출마한 류정이 후보는 진보신당의 유일한 여성후보다. 류 후보는 고교평준화를 위한 안산시민연대 집행위원과 시화호 생명지킴이 자연현상소 회장을 맡아 지역 내 환경문제와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고교평준화 시민연대 회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 선거운동 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류 후보다. 회원들의 입소문을 통해 주민들 사이에서의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성후보이다 보니 학부모들이 많이 모이는 공개수업, 동네 알뜰시장이 류 후보가 주로 찾는 곳이다.

집안 살림은 바쁜 아내를 도와 당분간 남편이 도맡기로 했다. “남자들이 정리 정돈은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내가 살림할 때보다 더 깔끔해 졌다”며 오히려 너스레를 떤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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