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고등학교 연극반 '여울' 학생들. 연극반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표정들이 독특하다.

강서고 연극부는 지난해부터 ‘빨간 도깨비’를 준비해 각종 청소년 연극대회에 참가하며 굵직한 상들을 휩쓸었다. 지난 8월 제19회 경기도 청소년 연극제 본선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관객이 선정한 최고 인기작품상인 특별상을 수상한 데 이어 동랑 청소년 연극제에서 열심연기상을 받았다.

2004년 창단한 여울은 2009년 제4회 전국 518청소년 연극제 본선, 단체 대상, 우수연기상, 지도교사상 등 7년 동안 총 40여개의 상을 수상한 청소년 연극계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연극 동아리다.

무대 제작에서 소품 준비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흘려야 하는 땀방울이 만만치 않지만 공부하랴 연극 준비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서고 연극부 ‘여울’을 찾았다.

연극으로 성장하는 ‘여울’

마침 강서고등학교를 방문한 날은 ‘빨간도깨비’ 무대 해체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가을부터 ‘빨간도깨비’와 함께 살아온 아이들이 이제는 도깨비를 떠나 보내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울’이 노다히데키 작품인 빨간도깨비를 선택한 이유는 안산시내에 하나 둘 씩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공연을 끝낸 후 느낌을 묻자 유상민 학생은 “연극을 하기 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나도 다른 나라에 가면 ‘빨간 도깨비’처럼 이방인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을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도 상민 군의 대답에 공감을 표시했다. 연극반 학생들은 외국인을 나와 같은 평등한 인격체로 바라 볼 수 있는 지혜를 연극 공연을 통해 얻은 것이다.

다양한 꿈이 자라는 ‘여울’

여울에는 자타가 공인한 안산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두 명의 남 여 배우가 있다. 이번 청소년 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은 설민혜양과 조혁군이다. 두 명의 꿈은 연기자다. 둘 모두 참가하는 대회마다 개인 연기상을 휩쓸 정도로 연기에 물이 올랐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연기를 지망하는 것은 아니다. 마술가부터 선생님까지 학생들의 꿈은 다양하다.

연극이 ‘여울’반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학생들은 연극부에 들어와 많이 변했다고 입을 모은다. 말이 없던 친구는 수다쟁이로 변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 속에서 책임감을 배우고 무엇보다 연극부에서 가족과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연극부 전예인 반장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되고 가족보다 끈끈한 정이 생긴다. 중학교 후배들이 ‘여울’로 많이 와서 함께 연기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연극부원 모집에 열심이다.

‘여울’의 다음 작품은 내년 봄 쯤에나 만날 수 있다. 박석민 교사는 “올해는 조금 무거운 주제여서 학생들이 힘들어 했다. 내년엔 학교의 일상생활을 담은 연극으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을 계획 중이다”고 귀뜸했다. 내년 여울의 작품 속엔 어떤 이야기가 담길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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