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온 몸으로 겪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있다. ‘씻어라 씻어라’ 노래를 불러도 들은 척도 않던 녀석이 어느 날 스스로 씻는 것을 보며 '재 왜저래?'하며 새삼 놀라기도 하고 작은 마찰에도 마치 세상이 내려앉기라도 하듯이 격한 반응을 보일 때는 간담이 서늘해질만큼 낙담하곤 한다.

어릴 때는 마냥 착하고 순하기만 하던 녀석이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것인지. 그동안 나의 육아법에 뭔가 큰 잘못된 점이 있었던 것이 아닌지 걱정이 늘어갈 즈음 이 책 '10대들의 사생활'을 만났다.
 
이 책에서 지은이 데이비드 월시는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10대들의 충동성과 폭발성은 뇌의 변화와 호르몬의 변화에 있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뇌의 성장이 10세 이전이면 끝난다고 보았던 기존 가설과는 달리 청소년기에 뇌의 성장이 가장 활발한 시기라고 한다. 뇌는 크게 뇌관과 변연계, 대뇌피질로 나눠져 있으며 10대들이 강한 충동과 분노는 변연계와 관계가 있다.

또 넓고 방대한 대뇌피질 중 실질적인 뇌 활동의 집행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10대들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사춘기가 진행되는 동안 뇌세포를 연결하는 수상돌기가 과잉 생산되는 데 과잉 생산된 수상돌기들은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고 죽는 전지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며서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10대들의 분노가 통제되지 못하고 폭력성이 나타나는 것은 그들 자신조차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변화 때문인 것이다.

두번째로 10대의 성격적 특징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과하게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이다.

10대 소년의 경우 사춘기 전에 비해 1000배가 넘는 데트토tm테론이 분비된다. 이 테스토스테론은 뇌의 편도체에 강한 영향을 주는데 분노, 공격성, 성적관심, 지배, 영토의식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방에 허락없이 들어오는 부모를 마치 영토를 침해하는 적으로 간주하는 과잉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10대 소녀들은 사춘기 전에비해 테스토스테론분비는 50배 정도 많지만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많아진다. 에스트로겐은 편도체에 도달하는 테스토tm테론과 달리 그 도착점이 해마이기 때문에 기억력은 소년들보다 높지만 감정변화의 기복이 심하고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이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읽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놓인 자녀들이 겪고 있는 생물학적 변화에 대해 부모들이 인지 한 후 자녀와의 대화를 이어가도록 충고한다.

10대 청소년들이 폭력적이며 충동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를 지나는 자녀들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은 지속적인 소통과 사랑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는 일이다.

작가는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우리 자신에게 닥쳤을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을 가르친다. 특히 10대 부모로서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는 체크 포인트와 자녀에게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통해 자녀와 소통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자녀와의 소통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법으로 솔직하게 부모의 상태를 표현하고 포괄적인 대화보다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너는 왜 집안 일을 도와 주지 않느냐?”라는 대화보다는 “엄마는 네가 밥상 차리는 일을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자녀와의 대화가 막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책을 읽으며 큰 공감과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책을 들어 현실을 바라보면 현실속의 아들은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은 내 마음이 달라져야 한다는 명제만 오롯이 남게 한다. 책 속에서기억에 남는 것은 실천해 보고, 또 아들이 나를 힘들게 하면 펼쳐서 위안을 받으며 아이들의 사춘기를 견뎌나갈 것이다.

하혜경 (도서관특별분과 위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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