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때문에 써야 하는 글쓰기. 이를 웃음으로 조롱했던 덩달이 시리즈. 덩달이는 글쓰기 숙제 주제로 ‘최불암’을 받았다.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 글, 밤에 우체부가 집에 왔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할머니가 꼭 등장. 한마디 한다. ‘이 밤에 웬 우∼체부람(눈치챘죠!). 덩달이 숙제 해결. 가볍게 한바탕 웃을 거리를 제공하던 어리숙함의 대명사 덩달이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눈치 보기, 밟고 올라가기, 경쟁에서 살아남기로 치열한 지금 시대에 어리숙함은 자리를 잃었다. 어리숙함을 용납하지 않는 세상. 이 각박함을 안타까워하며 어리숙한 사람을 그리워 한 시인도 있다. 배준석 시인이다. 그의 시집 ’접신‘에서 사람 냄새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

다은이의 눈물, 시인의 그리움에서 어떤 뜨거움이 느껴지는가

이옥의 숨은 그림 찾기 글쓰기.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민중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썼던 글쓰기다. 죽은 글이 아닌 살아있는 글의 맛을 버릴 수 없었던 이옥은 글쓰기와 안온한 삶을 맞바꿨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문체는 이런 모습이다.

‘소와 송아지를 몰고 오는자, 두 마리 소를 끌고 오는자, 닭을 안고 오는자, 문어를 끌고 오는자, 돼지의 네 다리를 묶어서 메고 오는자, 청어를 묶어서 오는자, 청어를 엮어서 늘어뜨려 가져오는자, 북어를 안고 오는자, 대구를 가져오는 자, 북어를 안고 대구나 혹 문어를 가지고 오는자, 담배풀을 끼고 오는자, 땔나무와 섶을 메고 오는 자, 누룩을 짊어지거나 혹 이고 오는자, 쌀 주머니를 메고 오는자, 곶감을 끼고 오는자, 한권의 종이를 끼고 오는 자.....’(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브라질에 올 때 까지만 해도 준혁이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이 다른 아이들이 말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략). ‘다른 어떤 것보다 나는 축구가 좋다. 세계적인 선수가 아니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나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
(나는 브라질로 간다. 한정기 지음)

 남보다 뒤쳐졌다는 조급함, 다른 사람보다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가짜 열정, 헛된 욕망에 시달렸던 준혁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진짜 욕망을 찾고, 삶의 열정을 만들어 낸 준혁이가 됐다.

이옥의 목숨 걸고 지킨 문체, 준혁의 나를 찾는 욕망에서 어떤 뜨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2012 안산시 한도서관 한 책읽기 주제는 ‘열정’이다.

나만의 촐라체를 가슴에 품으라는 박범식 작가의 ‘촐라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지켜낸 이충렬작가 ‘간송 전형필’, 음악으로 세상과 멋진 화음을 내는 박 불케리아 수녀님의 ‘너같이 좋은 선물’. 나를 사랑한 열정이 이웃을, 세상을 사랑하게 되는 열정으로 나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책에 대한 열정으로 만나보기를 바란다. 가까운 도서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임은아(석수골 작은도서관 관장)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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