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대상 수상 안산시립합창단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이번 안산시립합창단의 세계무대 진출을 보면서 마음이 시원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세계를 향한 날개짓을 했기 때문이다. 연주회도 상당히 우수했다. 무대 구성이나 연출도 돋보였다. 한국의 대표성을 갖고있는 합창단답게 제역할을 다했고 우리나라를 빛내기까지 했다. 필자 옆에서 들었던 노스웨스턴 대학 교수인 토마스 홈도 합창소리의 칼라가 매우 특색이 있고 천사의 소리를 듣는 기분이라고 극찬까지 했다"

이 말은 음악 평론가인 김규현씨가 지난해 8월 미네아폴리스에 개최된 세계합창심포지움에 참석해 안산시립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기독음악저널에 실은 기고내용이다.

안산상록대상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한 안산시립합창단은 세계 22개 합창단이 참가해 펼친 공연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의 합창단이라는 영광을 동시에 얻었다.

당시 안산시립합창단의 공연을 관람한 우리 교민들은 "월드컵 이후에 자랑스러운 조국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던 큰 행사"라며 기뻐했고 한인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같은 감동을 전해주어 "서로의 언어는 달라도 음악 언어는 하나"라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주었다며 현지 음악관련 잡지들이 앞다퉈 전했다.

이처럼 합창단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것은 미국 공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합창단이라면 세계합창제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외 합창전문가와 단원 음악애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인정을 받은 것은 큰 소득이 아닐 수없다.

세계합창제 공연이후 합창단의 위상은 달라졌다. 많은 외국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라는 평가를 보냈고 공연에 다소 소극적인 우리 교민들도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다.

공연을 관람하고 난 교민들 대다수는 안산시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합창단공연을 다시한번 듣고 싶다는 말로 아쉬움을 나타냈고 한국에 오면 안산시를 꼭 한번 찾아와 합창단 공연을 보고싶다고 했다.

합창단 공연을 통해 진한 고국사랑과 감동을 받았다는 것을 교민들이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합창단이 이런 명성을 얻게 된 데는 박신화 상임지휘자를 비롯한 단원들의 피나는 연습과 노력이 이 같은 결실을 맺게 했다.

특히 박신화 상임지휘자는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몇안되는 지휘자로 손꼽힌다. 세계합창제 이후 박지휘자의 명성이 국내에서 알려지면서 타 합창단에서 그를 모시기 위해 다각적으로 접촉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지휘자는 "안산시립합창단이 안산에서만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합창단을 만들기 위해 자만하지 않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겠다"며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합창단과 안산을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인간적인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지휘자의 이런 생각과 맞물려 합창단은 갖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지난 95년 안산시립합창단이 창단될 때만해도 안산시민들은 문화에 메말라 있었고 음악에 대한 욕구도 그만큼 부족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합창단은 시민들 곁에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르네상스 음악에서 바로크 고전 그리고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와 독특한 챔버스타일을 구사하는 등 엄청난 노력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시민들도 합창단의 노력에 발맞춰 음악을 이해하게 됐고 나아가 공연이 펼쳐지면 스스로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예전에 단원들이 시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홍보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장족의 발전을 가져온 셈이다.

만약 합창단이 합창단 고유의 곡만을 고집했다면 아마 시민 곁에 다가가는데는 많은 한계가 따랐을 것이다. 지금처럼 시민들로부터 환대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공연을 접해보지 못한 많은 시민들을 위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곡을 골라 연주했으며 거기에 율동도 가미해 합창단에 대한 시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바꿔놓았다.

그 결과 시민들의 음악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고 합창단도 시민과 함께하는 합창단으로 거듭 태어났다. 특히 기존의 안산은 공단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문화는 물론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낙후된 도시쯤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안산시민들이 즐기는 문화수준은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합창단이 공연한 공연횟수는 관내공연이 181회 초청받아 관외에서 공연한 횟수도 무려 52회나 된다. 해외공연은 8회 정기연주회 18회나 선보였으며 창단 이래 11장의 CD를 출반했다.

안산시립합창단은 이제 안산만의 합창단이 아니라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퉈 초청하면서 안산의 위상을 알리는 전령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초청공연에 따른 세외수입까지 올리며 사랑받는 합창단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합창단은 지금까지 각종 행사에 출연해왔다.

지난 95년 4월6일 창단된 이래 96년 미국 웨스트민스터합창단 조인트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합창제 참가 KBS 열린음악회(97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참가(98년) 한국합창대제전 한.일합창제(99년) 2000년 아셈축하공연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2001년) 인천공항 개항식 연주 지난해 8월 세계합창심포지움 참가 등 수많은 공연을 소화했다.

지난 97년에는 콜로라도 대학 교수인 로렌스 캡테인 교수를 초빙했고 지난해 18회 정기연주회때는 독일의 요르그-한네스 한 교수를 초청하는 등 외국 객원지휘자를 초청한 공연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시립합창단의 이 같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에 대한 대우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원들이 시에서 받는 공연수당으로는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인근의 수원이나 인천과도 비교해도 안산시의 대우는 매우 인색하다. 안산시가 문화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적당한 예우를 해주고 시민들에게 공연을 통한 문화적인 혜택을 받게 해주면 그것으로 합창단의 역할은 충분하다.

다행히 지난해 다소 이런 문제들이 보완됐다 하지만 아직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원들에 대한 보다 나은 대우를 통해 안산이 문화도시로 거듭나야 하고 시민들도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그와 같은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가 단원들에 대한 합당한 연봉인상과 공연수당에 대한 예우다. 그래야만 단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더 나은 공연을 위해 매진할 수 있고 "세계속의 안산시립합창단"으로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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