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회는 노영호 부의장을 단장으로 7명의 의원이 지난달 29일부터 1월7일까지 9박10일간 일정으로 이탈리아와 그리스 터키를 각각 방문하는 해외연수 일정을 가졌다.



방문단은 이번 해외연수 기간동안 나라별 지방자치제도의 현황과 함께 문화유적 보존 및 관광산업 운영실태 그리고 교통과 환경 복지 등 다양한 사회제도를 새롭게 확인하고 향후 안산시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이의 경험을 활용할 계획이다.



다음은 방문단과 함께 길을 떠난 본지 강형민 기자의 동행취재기로 역사적 유물소개보다는 각 나라별 생활상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고속버스 아무리 빨리 내달려도 시속 110km



나폴리로 향하는 아침. 때마침 우기철을 맞아 주적주적 내리는 보슬비가 언뜻 우리나라의 가을날 고즈넉함처럼 부드럽다.



A1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데 차창밖 풍경이 애써 낯설지만은 않구나 생각들 무렵 "그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 이 고속도로를 모델로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귀에 박혔다. 나즈막한 구릉 푸른빛의 들판과 소나무 거기에 톨게이트의 모양새까지 여느 우리나라 촌락을 내달리는 듯한 기분이다.



세시간쯤 내달리면 나폴리라는데 두시간쯤 지났을까 굳이 휴게소에 차를 멈추는 이유가 궁금했다. '세시간 거리면 그냥 한번에 쏘지 왜 서는거야?' 투덜거릴 틈도 없이 "이탈리아에선 두시간마다 휴게소 정차가 의무화되어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가슴을 친다.



붙여 설명하자면 이 나라 교통안전수칙이란 이렇다. 고속도로에선 버스의 경우 시속 110km 이하 절대준수 운행 두시간마다 정차의무. 총알속도를 자랑하는 우리로선 쉽게 납득이 안갔지만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그만큼 안전수칙 적용이 엄격하다"는 말에 머리가 끄덕여졌다.



음주단속이나 승용차 속도제한엔 너그럽지만 버스만큼은 경찰의 수시단속 대상. 생활속 교통문화의 차이를 새삼 확인했다. 버스내엔 자동으로 속도 및 정차간격을 기록하는 운행측정기가 장착되어 있다니 순찰차가 없다고 딴맘먹는 간큰 운전기사도 물론 없다.



생활속 문화의 교훈은 곳곳에 숨은 근검절약하는 그들의 삶속에도 배어있다. 최고급 호텔이라는데 로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족히 30여년은 더 써먹은 것 같은 낡은 소파 눈대중으로 봐도 120kg 덩치는 되보이건만 1000cc 미만 경차를 몰고다니는 40대 중년 휘황찬란한 가로등이라곤 눈씻고 봐도 찾기힘든 거리......



비록 GNP에선 뒤처지지만 이탈리아가 G7 국가로서 당당히 세계의 흐름을 주도해 가고 있는 저력은 다름아닌 삶속에 뿌리내린 검약한 생활습관에 있었다. 대기업 위주가 아닌 '소총부대'인 중소기업 중심의 탄탄한 경제구조. 라노스 마티즈 등 귀에 익숙한 승용차가 외국산 경차판매 1위를 기록했다는 말에 더 친숙한 느낌을 던져주는 나라 바로 이탈리아다.



▲즐길건 없다 그러나 보고 배울건 많은 땅



그리스의 첫 느낌은 삭막함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바위투성이의 산등성이 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고 무려 1380년 동안 로마와 터키의 지배를 받은 나라 바로 수난의 역사가 국가의 발자취로 남은 나라 그래서일까 일본의 지배를 받고 외침에 시달렸던 우리네 과거사와 너무도 닮은꼴이다. 비록 삭막함일지라도 더 진한 애정의 눈길이 가는 이유도 그래서 일게다.



발걸음을 멈추고 어디 목이라도 축일까 싶어 괜시리 술한잔이 그리운데 현지안내인이 던지는 말이란게 "여기선 즐길만한건 없다"였다. 그리스에 없는 것 3가지. 자판기와 다방마담 그리고 백화점이란다. 왜 그럴까? 웃기는 나라일세!



답은 그들의 삶속에 있다. 철학의 나라 그래서 자연과 인간이 중심인 나라 즐길건 없어도 보고 배울건 많은 나라 바로 그리스다. 자판기가 물질편의주의의 표상이고 다방마담이 퇴락문화의 상징어라면 철학의 본고장에 발붙일 재간이 있을까.



끈끈한 인간애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인데 대형 쇼핑몰보단 단골중심의 동네가게와 마을장터에 더 친숙한것 또한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카페에서 손님에게 차를 전하는 서빙도 물론 '남자'의 일이다.



이곳 지하철은 어찌 생겼나 호기심에 방문했을 때였다. 분명 표를 넣고 빼는 개찰구는 있는데 가로막이 없다니. 가로막이 없다면 표없는 사람 진출입을 어떻게 통제할까. "양심에 따라 표를 구입할뿐 통제나 감시는 없어요. 그렇지만 표없이 몰래 지하철을 타는 사람은 없지요. 물질보단 인간을 더 믿는 나라거든요"



더욱 놀라운건 교육체계였다. 그리스에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초 중 고교 모두 오전 8시부터 수업에 들어가는데 끝나는 건 오후 2시. 오후엔 국가에서 직접 학생들의 자질적성교육을 책임진다.



예체능 교육을 각자의 재능에 맞게 가르치되 체계와 전문화를 갖춘 국가가 몫이다. 천편일률적인 사설학원을 굳이 다니지 않는 이유도 공교육의 신뢰가 높은 이유도 국가와 가정 학교가 3위일체가 되어 자질에 따른 적성교육을 중시하는 교육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눈요깃거리'는 없어도 정말 보고 배울건 많은 나라 바로 그리스다.



▲동서양이 만나는 땅 거기서 인류문명은 시작된다



터키는 익히 실크로드의 종착점 세계 3대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로 기억된다.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을 연결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터키를 칭하는 말은 수없이 많지만 딱히 'Mixing'이란 말처럼 정확한 표현도 없다. 동서양이 뒤섞이고 인종이 뒤섞이고 언어까지 뒤섞인 우리말로 치자면 '짬뽕국가'라 해도 어울리려나.



국민 1인당 GNP가 3천달러 수준이라는 선입견 탓일까? 언뜻 훑어봐도 도심은 지저분한 느낌을 지울수 없고 오가는 사람들의 옷맵시도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는다. 회교국가답게 이스탄불만 해도 시내에 무려 1천여개의 회교사원이 즐비하다. 사원을 피해 도로망을 만들다보니 직선도로는 찾기 힘들고 구불구불 돌아가야하는 불편이 되레 익숙한 나라.



하지만 터키는 최근 '떠오르는 관광국가'로 받돋움하고 있다. 경제규모는 세계 20위권이지만 1년에 약 1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 5위권의 관광대국이다.



동서양의 문명이 오묘하게 조합된 풍경은 내내 눈과 발을 붙잡는다. 문명 그리고 문화 그속에 숨쉬고 있는 수천년의 역사가 오늘날 터키의 '힘'이다. 국가의 힘이란게 단순히 경제규모나 땅덩어리 크기의 잣대로만 비할게 아니란게 문화와 역사를 소중히 생각하고 이를 지켜가는 그들의 삶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일상생활과 역사가 공존하는 나라 바로 터키다.



<강형민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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