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경안고1. 고 빛 나



어제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봄비는 오늘 아침이 되서야 그쳤다. 맑은 해를 띄우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가버린 봄비. 봄비 속에서 새싹은 더 푸르게 싹을 틔우고 꽃들은 더 생기를 띈다. 여느 지루한 장마비완 다르게 싱그러움을 남기고 떠나는 봄비에게서 더 큰 그리움을 느끼곤 한다.



봄비는 봄비만의 매력이 있다. 내가 가장 봄비를 좋아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봄비는 따분함도 아닌 우울함도 아닌 그 특유의 포근함으로 날 설레이게 한다.



봄비는 봄비 그 자체만으로 싱그런 매력을 뿜어낸다. 튀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질리지도 않게 수수한 모습으로 내 곁을 찾아온다. 누군가가 간절히 보고플 때 무언가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 이럴 때면 어김없이 봄비가 생각난다. 살짝 미소를 띄고 괜찮다며 어깨를 두드리며 눈물을 씻어 주는 봄비의 따스함이 문득 그리워진다.



또 봄비 속엔 내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지금이야 워낙 산성비다 모다 해서 그렇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비오면 살짝 빗방울에 혀를 대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일부러 우산도 쓰지 않은채 뛰어 놀기도 하고 새로 산 비옷이 너무 예뻐 비가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던 때였는데...... 그 살짝 혀에 대본 느낌은 밋밋함 사이에 달짝지근한 맛이었다. 새로 산 노란 원피스가 비에 젖을까봐 학교 앞에서 기다리던 어머니와 같이 뛰놀던 정다운 친구들. 모두 다 빗 속에서 생생히 떠오른다. 빗방울 하나에 추억조각 한 개 또 빗방울 하나에 추억조각 한 개. 그렇게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온 몸을 적실 쯤 내마음은 그 무언가의 그리움으로 가득 차곤 한다. 그리고 그 그리움 하나하나는 내 맘속에 봄비가 되어 내린다.



봄비이기에 봄비만이 할 수 있는 일들 내겐 하나하나가 의미있고 뜻깊은 일들이다. 가끔식은 비오는 거리를 어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뛰어들어 보고도 싶고 또 가끔식은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바다에도 가고 싶다. 이렇게 봄비를 생각하고 있노라면 기분이 울적해지곤 하는데 이럴 땐 어김없이 무지개를 선사하며 조용히 사라진다.



나지막히 봄비를 부르는 저 이름모를 들꽃도 몽우리를 피우는 새싹도 봄비를 가슴에 품고 1년을 기다릴 것이다. 어느새 몰래 다가와선 조용히 빗방울을 흩뿌리곤 언제 그랬나는 듯 사라져버리는 봄비는 어쩌면 어느 선녀의 눈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지개는 선녀가 남긴 끈일테지......

여름비가 거친 행진곡이고 가을비가 슬픈 전주곡이고 겨울비가 조용한 소나기라면 봄비는 분명 우아하면서 아름다운 월광곡일 것이다.



조용히 월광곡에 취해 낭만과 사색에 빠져 봄비 속으로 동화될 즈음에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방울방울 가슴에 박히고 눈물의 씨앗이 되어 가슴에 싹을 튀운다. 내리면 내릴수록 자꾸만 그리워지는 봄비속에서 천천히 내 맘을 들추어 내다보면 나조차 봄비가 되어버린다.



수줍게 그리고 살짝이 내리는 봄비이기에 더 그리워하고 그래서 더 사랑하는 나는 앞으로도 봄비가 내리는 날에는 낭만에 젖어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내 기억상자속에 한방울 한방울 빗방울을 떨어뜨려주며 그저 살포시 웃어줄 것이다.



봄비와의 추억여행을 끝내고 돌아서는 내게 봄비는 그저 아무말 않고 내 등을 토닥여주며 괜찮다고 말하며 날 위로하기에 그럴수록 더 그리워하는 추억이 있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난 봄비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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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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