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의 앵포르멜운동을 주도하며 추상미술의 1세대를 이끈 장성순(90) 화백이 외동딸 장지영(50)씨를 통해 평생 역작 207점을 안산시에 기증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인 장 화백은 함경남도 함흥 출생으로 서울대 미술대학을 수학한 국내 추상미술계의 대부다. 딸 장씨를 만나 장 화백의 근황과 미술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딸 장씨는 아버지가 북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첫 돌이라는 어린 시절부터 청각 장애를 가졌다고 얘기했다. 장 화백은 6.25 전쟁 당시 아버지를 따라 월남했으나 평생 보청기를 끼고 살아오고 있다.

나이가 현재 90세로 접어들면서 건강이 안 좋아져 경기도 군포(산본)에 거주하는 딸이 모시며 생활하고 있다.

장씨는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무렵 한국근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천재화가이자 월북화가인 이쾌재(1913~1965)로부터 데생을 배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장 화백은 청각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대학 시절 당시 학교 측의 자퇴 권유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은 장 화백은 1956년 박서보, 김창열, 하인두 화가 등과 함께 한국미술가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이어 1960년대 ‘앵포르멜운동’을 이끌었다. 앵포르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이다. 표현주의나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아들여 기하학적 추상의 이지적 측면에 대응해 서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앵포르멜은 색채에 중점을 두고 격정적이고 주관적인 호소력을 갖는 표현주의적 추상예술이다. 장 화백은 1961년 앵포르멜운동을 주도하며 파리 비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국제전시에 국내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장 화백은 이후 윤명로, 황용엽 화가 등과 함께 종로에서 미술연구소를 공동운영해오다 1989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낸 이후 외부활동을 중단했다. 외부활동을 접은 장 화백은 1990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장 화백은 서울에서 거주하다가 안산으로 이주해 최근까지 월피동 자택에서 거주해왔다. 그동안 장 화백은 한국 현대미술전(1992)을 비롯 미협 30주년 기념전(1992), 한국 추상미술 초대전(1994), 한국 현대미술 50년(1995), 대한민국 원로작가 초대전(1996) 등에 참여해왔다.

이어 단원미술제 태동기에 초대작가(1997~2003)로 활동했고 한국미술 100년전(2004~2005) 등에 출품했다. 장 화백은 단원미술제 조직위원(1999~2002)과 서양화 분과위원장(2001) 등을 엮임 하면서 안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기여했다. 화실은 9년여 전부터 현재의 안산 고잔동에 위치해 있으나 장 화백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운영이 중단돼 외동딸이 관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재 1961년 파리 비엔날레 출품작 2점 중 한 점은 현대미술관에, 한 점은 자택에 소장하고 있고 초창기 작품 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 작가다.

미술비평가 유재길 홍익대 교수는 장 화백에 대해 “한국 추상미술의 탄생과 전개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원로작가다. 현대미술사에서 추상작품과 활동은 상당히 중요하게 기록되고 있다. 50여년 일관된 추상 양식의 작품은 ‘직관과 감성의 순수한 추상표현’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평했다.

이어 “파리 비엔날레(1961)에 출품했던 ‘작품 NO 7’과 ‘0의 지대’ 등은 직관과 감성의 추상표현, 혹은 비정형(앵포르멜) 양식이다. 이 양식은 근작에서도 볼 수 있는 추상표현이다. 장성순 화백의 작품세계는 관조적, 내재화로 변형이며 운필의 변주와 특유의 공간적 리듬을 중요시했다. 거기에다가 정신적 표현, 역동성, 긴장감의 강조와 여백의 장, 동양의 무위자연, 생성공간이라고 분석한 이일의 평론에공감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장성순 화백의 추상표현은 침묵 속에 이뤄진 작가 자신과의 대화다. 절규의 몸짓처럼 수 천 번의 반복된 붓질과 물감의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다가 지워지고 다시 그려나가는 반복된 행위가 근작까지 이어진다.

그의 추상은 내면과의 싸움으로 자아를 확인하고자 하는 예술세계”라고 평가한다. 딸 장씨는 “아버지가 추상 작품 활동을 해오시다 보니 혼자 앉아서 이미지 구상에 몰입하는 모습을 늘 보고 자랐다.”고 전했다.

장씨는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져서 500여점의 아카이브 작업을 하면서 안산시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건강할 당시 아버지의 약속대로 안산시 관계자에게 기증의사를 밝히고 공무원이 자택을 방문해 본인과 가족의 의사를 확인한 후 인수 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기증 작품을 선정하지 않고 시청에 일임했고 단원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모두 직접 골랐다고 얘기했다. 장씨는 “제종길 시장님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에 놀랐고 관련공무원들의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빠른 시간에 기증 절차가 끝나 너무 감사하다.

안산시에 작품을 기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우리나라 추상미술을 선도해오시고 단원미술제를 통해 지역 예술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신 장성순 선생의 작품 기증을 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 숭고한 뜻을 기려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종승 기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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