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기념관이 개관하면서 매표관리원으로 첫발 내디딘 박귀옥(55)씨가 탁본 체험을 전파하는 문화전도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초긍정 마인드를 지닌 그는 무슨 일이든지 맡기만 하면 전문가 못지않은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다.

어느 분야든지 꼼꼼한 자료 스크랩은 물론 끊임없는 창의정신을 바탕으로 성호 이익의 실용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열정을 지닌 그다. 안산의 3대 정신으로 유명한 실학사상의 대가인 성호 이익 선생기념관(2002. 5.)에서 그를 만났다.

성호기념관에 공무직(구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개관 후 1년 6개월여만인 2004년 1월 당시 매표관리원으로 시작했다. 매표관리원으로 성호기념관과 인연을 맺은 박씨는 긍정 마인드의 강점을 살려 ‘성호사설’을 달달 외워 해설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성호기념관 지하 1층 체험실에서 어린이들에게 목판과 탁본 체험을 지도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씨는 ‘펫트병을 활용한 탁본용 먹방망이 사용’ 제안 아이디어로 2009년 장려상까지 받으며 상금도 70만원을 받았다. 성호기념관 매표관리원으로 시작한 박씨가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 계발로 문화전도사가 된 것이다.

-안산은 언제부터 살았나.

“결혼 후 금산에서 살다가 여동생이 안산에서 근무하고 있을 당시 1990년 안산으로 이주해서 자영업을 했다. 인삼의 고장에서 올라와 관련 사업을 하다가 1998년 IMF 때 접었다.”

-맘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수삼이나 건삼, 약초 등을 유통하는 사업이었는데 만만치 않았다. 밖으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집안에 있으려니 답답하던 차에 주변에서 봉사를 권유해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봉사활동을 했나.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봉사부터 시작해 바르게살기, 나눔과 기쁨 등에서 활동했다. 봉사를 많이 하다 보니 무릎수술을 7번이나 했다.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 항상 행복하다. 봉사활동은 가족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금도 새로운 단체 활동을 하려면 가족 동의를 받는다.”

-성호기념관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성호기념관이 개관한 후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2004년 1월 당시 매표관리원으로 입문하게 됐다. 열심히 하다 보니 6개월 후부터 상용직으로 일하게 됐다. 현재 13년 째 성호기념관에서 일하고 있다.”

-매표관리원으로 입문했는데.

“성호기념관에 들어 올 때 매표관리원으로 들어왔지만 성호 이익 선생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성호사설’을 열심히 공부했다. ‘학문의 목적은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쓰여 지는데 있다.’는 ‘경세치용(經世致用)’이나 ‘양반들도 무위도식하지 않고 농토로 돌아가 생산에 직접 종사한다.’는 사농합일(士農合一)도 알게 됐다. 한마디로 ‘성호사설’을 달달 외울 정도로 되자 상용직이 되면서 해설사로 활동했다.”

-성호 이익을 알면서 탁본도 관심을 가졌나.

“그렇다. 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성호기념관을 찾아오는 어린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찾다 보니 탁본을 알게 됐다.”

-탁본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

“먼저 탁본할 면을 솔로 깨끗이 청소한 후 한지를 탁본할 대상물에 정확하게 얹어 고정시키고 가볍게 물을 뿌려 준다.

그 다음 얇은 천을 덮고 문양이 도드라지도록 솔로 전체를 골고루 두드려준다. 물기가 마르도록 잠시 기다린 후 먹을 묻힌 솜방망이와 먹을 묻히지 않은 솜방망이를 서로 맞대어 부딪혀 먹의 농도를 조절해 준다.

농도를 조절한 솜방망이를 한지위에 가볍게 툭툭 쳐준다. 홈이 파인 곳으로 들어간 한지 위에 먹물이 묻지 않아서 문양이 검정 바탕 위에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고 원판에서 떼어내면 된다.”

-안산시청 제안제도(2009)에서 상도 받았다.

“페트병을 활용한 탁본용 먹방망이 아이디어로 2009년 10월 장려상을 받았다.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안산시시정조정위원회에서 당시 5가지 제안 중 두 가지가 선정됐다. 상금도 70만원을 받았다.”

-페트병을 활용한 탁본용 먹방망이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성호기념관의 체험 학습과 향토사연구가들의 금석문 탁본을 할 경우 먹방망이가 필요하나 전문제작공급처가 없고 납품단가에 비해 품질이 낮아 사용이 곤란하고 작업 능률이 떨어져 손목 부상 등의 위험까지 안고 있었다.

페트병 상단을 마구리로 사용해 먹방망이 솜과 싸게 외피를 견고하게 조립해 탁본작업 시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전국 관련부서에 보급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매표관리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목판과 탁본 체험을 지도하는 문화전도사가 됐다.

“성호 이익 선생의 실학사상을 방문객과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게 되어 행복하다. 솜방망이까지 개발해 더더욱 기분 좋다. 탁본과 목판 체험 프로그램이 의외로 인기가 좋다.”

-개인적인 삶 속에서의 보람이 있다면.

“시부모, 친정부모, 수양부모 여섯 분을 섬길 때다. 현재 친정부모는 돌아가시고 시부모 두 분과 양아버지 한 분 등 세 분만 살아계신다. 어르신들에게 자식 도리를 다하는 그 자체가 보람이다.”

-어떨 때 행복감을 느끼는가.

“내가 열심히 사니까 자녀들도 따라서 열심히 살더라. 1남1녀 모두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현재의 모든 것이 행복하다. 무릎수술을 7번이나 했지만 걸어 다닐 수 있는 현재가 감사할 따름이다. 박귀옥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행복하다. 물 한잔, 차 한 잔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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