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시청 앞 인도에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모여 매일 고함을 지르고 있다. 이들은 누구일까? 무더위에 젊은이들도 해내기 힘겨운 거리농성을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로 뛰쳐나온 이들은 시청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외쳐댄다. “사동공원의 조합 부지에 아파트를 짓게 해 달라.” “재산권을 무시하는 안산시 각성하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사유지를 강제로 빼앗지 마라.” “사유재산 침해하는 근린공원(사동공원) 해제하라.” “1단계 개발사업 사동공원 안산시 지분 7%로 갑질 하지마라.” 외침의 주인공들은 31년째로 접어든 해안주택조합(조합장 배정자)의 조합원들이다.

현재의 해안주택조합은 198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명 소재 한 사찰의 김모 주지가 신도회를 중심으로 주택조합을 설립한 후 1989년 3월 광명에 ‘성원주택조합’으로 사무실을 개설했다. 성원주택조합은 당시 성모씨를 조합장으로 내세우고 800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했다.

조합은 이후 조합원들이 낸 회비로 사동 179 임야 6만여㎡ 규모의 토지를 매입했다. 현재 사동공원으로 지정된 부지를 매입한 이 조합은 1992년 2월 조합명칭을 해안주택조합으로 바꾸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안주택조합은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면서 현재 조합원이 5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해안주택조합은 주택건설촉진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주택조합을 운영해 왔다. 배정자(67) 조합장은 “주택조합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사놓은 땅을 한국수자원공사가 도시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1998년 강제수용 의사를 밝히고 15억 원의 공탁금을 걸었다.”고 밝혔다.

배 조합장은 당시 조합장이 15억 원의 공탁금을 횡령해 처벌받은 후 사망했고 양도소득세 3억 원도 체납된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안조합주택 소유의 땅이 토취장으로 편입되면서 공원을 조성한다고 했으나 방치되고 있어 환매를 요구했다. 그러나 2003년 안산시가 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한양대에 토지를 무상으로 넘겨주기로 약속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안주택조합 소유의 땅은 공원부지로 묶인 채 발만 동동 구르며 장기간 방치돼 왔다. 조합측은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헌법 제23조 1항에 규정돼 있는 재산권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아냈다.

국민권익위는 당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민원 토지는 조속히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거나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부칙, 규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보상하지 못한다면 도시계획 시설 결정을 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하지만 조합측은 이후 청원서를 제출하고 2012년 도시계획시설 해제 신청을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측은 2014년 도시계획시설결정 폐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해 2015년 대법원에서 민원인 주장이 이유가 있다며 파기 환송돼 희망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장기미집행 공원부지에 민간업자도 개발이 가능한 특례조항이 생겼다.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 ‘도시공원 부지에서의 개발행위 등에 관한 특례’다.

민간공원추진자가 제21조 제1항에 따라 설치하는 도시공원을 공원관리청에 기부채납(공원면적의 70퍼센트 이상 기부채납하는 경우를 말한다)하는 경우다. ‘도시공원 전체 면적이 5만제곱미터 이상일 것’을 포함해 13개 항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기부채납하고 남은 부지 또는 지하에 공원시설이 아닌 시설(녹지지역·주거지역·상업지역에서 설치가 허용되는 시설을 말함)을 설치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 (2015년 1월 20일 개정) 해안주택조합은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공원 내 민간자본을 투입해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함에 따라 민간 공원개발사업 제안서를 여러 번 제출했으나 ‘불가하다’는 입장만 통보받아왔다.

‘난개발이 우려되므로 공원 전체를 개발하야 한다.’는 시청의 답변이었다. 시청 담당부서는 당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공원)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현재 민간개발을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에 조합측은 지난해 8월 제종길 시장과 면담에서 담당부서와 협의해 추진키로 하고 동년 12월 재면담을 갖기로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시청 제안에 따라 작년 11월 공동사업 추진자인 ‘레전드개발주식회사’를 대표자로 선정해 내세웠다.

시는 사동공원 개발 사업에 해안주택조합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조합과 사업자 공동명의로 진행해 오던 중 공동사업자를 배제하라는 의견에 따라 동년 12월 조합원 명으로 추진해 왔다. 조합측이 사동공원 개발 제안을 서두르자 시는 일방적으로 ‘개발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업추진을 위한 협의체가 무산됐다.

협의체가 무산되자 지난해 12월 제 시장과 재면담을 갖기로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조합측은 주장한다. 사동공원 개발을 놓고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조합측은 첫째,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장기미집행 공원부지에 민간업자도 개발이 가능한 특례조항이 생겨 도시계획시설결정폐지신청 소송을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둘째, 해안주택조합 소유 부지의 토취장을 한국수자원공사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며 공탁으로 빼앗아놓고 안산시는 한양대 부지와 맞교환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환매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셋째,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공원)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민간개발로 추진 중인 타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은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항변한다.

해안주택조합은 지난해 8월과 10월 시청 앞에서 ‘사동공원 부지의 아파트 개발을 허가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올해도 땡볕이 내리쬐는 7월 말 경부터 8월 중순까지 시청 앞에 집회신고를 한 채 또다시 노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준호 시의원은 이에 대해 “항가울산 사동공원 예정부지는 약 90만㎡ 규모로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개발이익금으로 기부 채납하는 방안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은 “시가 현재 도시계획시설변경 의지를 이미 닫아버린 상태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확정했기 때문에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공원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이다. 하지만 조합의 태동 자체가 문제가 있었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문제가 커졌다. 집단민원이다.” 전 의원은 “해안주택조합의 집단민원을 해결하려는 시의 입장과 방침이 없는 상태다.

조합이 반발하니까 공원조성설계용역비 1억원을 확보하고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주민의 주장을 외면만 하지 말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끈질기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 관계자는 “해안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설립 초기에 당한 것이다.

조합측의 고충이나 심정은 이해하지만 안산시 정책은 변함이 없다. 사동공원은 민간 개발이 아닌 시 자체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어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녹지보존 가치가 더 크다. 공원법 개정 취지는 이해한다. 지리적으로나 주변 환경으로 볼 때 아파트는 곤란하다. 타 도시와 단순비교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1%의 가능성도 없다.”고 못 박았다.

조합과 시의 팽팽한 의견대립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는 “안산이 1단계 도시계획 수립 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내용이 있느냐. 도시계획이 철저하게 무너진 도시다. 사동공원을 개발하는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해결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종승 기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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