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학연구원(이사장 이필상)이 운영하고 있는 청문당 아카데미에서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 최용신의 생존 제자 이덕선(95) 옹이 ‘제자가 기억하는 최용신’이란 제목의 증언이 23일 와스타디움 교육장에서 있었다.
8살 때인 86년 전 1931년부터 3년여 간 샘골강습소(현재의 최용신기념관)에서 최용신 선생으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고 정신적인 영향을 받은 이덕선 옹의 증언 내용을 발췌, 게재한다.

우리 집은 당시 노적봉 기슭에 위치했었다. 현재의 단원미술관 근처다. 최용신 선생이 만든 샘골강습소와 2㎞ 정도 거리다. 최 선생 문하에서 3년 정도 배웠다. 6살 때부터 서당에서 한문을 배웠지만 쇠퇴 시기다. 일제강점기에 교육이 살아야 한다며 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보통학교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1931년 8월경 아버지로부터 현재의 본오동 언덕 중간에 있는 예배당에서 여 선생이 공부시킨다는 소문 들었다. 그 해 11월 샘골강습소에 학생으로 등록했다. 최용신 선생과의 사제지간 첫 만남은 남달랐다. 경제적 어려움과 정보가 없는 암울한 시대환경에서 최 선생의 첫인상은 우리네와 너무 달라 한마디로 문화충격이었다.

9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쓰고 86년 전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내는 이 옹은 또박 또박 추억을 얘기해 나갔다. 내가 기억하는 최 선생은 당시 루씨여자보통학교를 졸업한 신여성이었다.

보통학교만 나와도 교사를 할 수 있는 시대였다. 어린 나이에도 차림새나 지식 등이 상류층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자녀들을 모아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고생길을 택한 것이다. 성장해서 보니 당시 사회상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시절이어서 남녀평등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시기다.

험악한 농촌 환경에서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실천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샘골강습소에 등록한 지 1년 정도가 지날 무렵 최 선생이 나의 가정을 방문했다. 최 선생이 흙으로 만든 마루에 걸터앉아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노력에 따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소리를 옆에서 들었다.

최 선생 말씀이나 행동에서 진실이 확고하게 담겨 있음을 느꼈다. 당시 최 선생이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참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우리나라의 일꾼이 될 수 있다. 어려움을 참고 덕선이를 즐겁게 키우세요.”라고 격려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 시절 마음속에 자리 잡은 최 선생의 말로 인해 훗날 나의 직업이 교육자가 됐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면서 ‘학생이 두려운 존재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우려는 사람은 미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내가 최 선생을 만난 것은 행운이고 혜택이었다.

3년 2개월여 기간 중 최 선생이 일본유학을 잠시 다녀온 후 1935년 1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워야 산다.’는 최 선생의 의중이 사라지지 않고 후세들에게 전해져 현재 최용신기념관이 만들어졌다.

국가유공자로도 훈장이 주어졌다. 안산학연구원 같은 기관들을 통해 최 선생 정신을 기리는 후세들의 교육도 활발하다. 최 선생 생존 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같은 제자이자 친구인 홍석필 장로와 김우경 장로가 기념관 설립과 독립유공자 서훈 공로가 많다. 두 분 모두 현재 유명을 달리했지만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이들 외에도 유천형 전 안산문화원장과 안산시에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최용신 기념관으로 인해 정신이 후세에 길게 전해지길 바란다. <여종승 기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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