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동공원 내에 도시계획변경까지 추진하며 개관한 ‘와리마루’는 와동 지역의 마을활동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단초가 됐다. 와리마루 개관 이후 마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우리 동네 신나는 주말학교 운영(9강좌), 와글와글 신나는 토요일(10강좌), 가베 교실(6개월), 연극 교실(마을잔치에서 실제로 공연 진행), 미술 교실(마을잔치에서 전시회 개최), 북아트, 풍선 아트, 우리 동네 구연동화(매 주말마다 진행), 우리 동네 방학학교(여름·겨울방학 9강좌 진행), 글쓰기 강좌(안양예고 문창과 진행, 학년별 매주) 등이 진행됐다.

주민들을 위한 강좌로 오카리나 강좌(3회에 걸쳐 총 20강좌), 하모니카 강좌(15회 강좌),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육 강좌, 각종 주민참여 공방 프로그램 진행(귀걸이, 친환경비누, 친환경세제만들기 등 총 20회 이상),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놀이마당(연극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했다.

동네 문화마당으로 와리마루 개관 기념식(2012·2013), 우리 동네 마을잔치(2012·2013),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2012), 한여름 밤의 야외영화제(2014·2016년까지 총 7회), 문화가 있는 마당(5회), 우리 동네 문화한마당 ‘마을과 기억’(2016) 등을 진행했다.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자원봉사 참여 프로그램 진행(현재까지 총 150여명 학생), 동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평화 감수성훈련(18명 참석, 18시간 강좌)도 가져오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그램으로 2014년 참사 직후 마을주민 학부모와 함께하는 리본만들기와 나눠주기(리본 5만개 제작), 노란합창제 참여(기억상 수상), 4.16을 기억하는 주민한마당 개최(2015·2016·20 17), 우리 동네 문화한마당 ‘마을과 기억’(2016), 3주기 리본만들기, 4.16 기억마을신문 제작(2016·2017 희망교회와 함께), 우리 동네 촛불, 진상규명 서명운동, 4.16 안산시민연대와 함께하는 연대활동 등을 펼쳤다.

넓이 3m와 길이 9m의 작은 공간이지만 와리맘스(와리마루 내 엄마들 모임- 현재는 협동조합 준비모임으로 전환), 와글와글(대학생 자원봉사 동아리), 바트(청소년농구동아리-현재 지역 성인농구모임), 녹색평론 안산시흥지역 독자모임,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송년회,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아이들 발표회, 우리 동네 밥먹기 모임(비정규) 등의 각종 모임을 가졌다.

그 외에도 지역 어린이집과 함께하는 나눔 행사(책 기부), 공원 내 전통놀이기구 대여(제기, 굴렁쇠, 투호놀이),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와리마루 주말농장, 마을신문 제작(동네 아이들과 함께)도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기적이라는 생각뿐이다. 상근자도 없고 아주 작은 공간에서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2년 안에 진행되었던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꿈을 꾸고 만드는 일은 곧 기적 같은 일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 번은 와리마루를 개관하고 나서 어닝 설치비용 100만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와리마루에서 보니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온누리병원이 보였다.

그래서 온누리병원 원장을 찾아갔고 100만원 후원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어 100만원 기부할 곳을 찾고 있었다면서 곧바로 후원해준 일도 있었다.

와리마루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2014년 상근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와리마루를 통해서 마을공동체 운동을 더욱 확산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와리마루 후원회를 조직했다. 이 후원회를 확장시켜 마을공동체 사업단위를 만들 계획이었다. 중앙신협 전무, 온누리병원장, 근로자복지관장 등 주민 15명으로 구성된 후원회를 조직하고 4월 17일 후원회 창립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후원회 창립식을 하루 앞 둔 4월 16일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필자는 4월 16일부터 단원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촛불기도회’를 진행하게 됐다. 그렇게 ‘와리마루후원회’는 무산되었고 4.16운동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게 됐다.

4.16 참사가 일어난 후 와리마루에서 노란리본만들기를 마을주민들과 함께 진행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와리맘스’라는 엄마들 모임이 만들어졌고 마을에서 4.16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와리마루는 스스로 정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스스로의 해결되지 않은 상황과 갈등으로 빠져들게 됐다.

그렇게 와리마루의 문을 열지 못하는 시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와리맘스 모임도 시들어 지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2015년 와리마루에서 ‘4.16을 기억하는 주민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와리마루가 마을에서 새롭게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확인하게 됐다.

우리가 잊어버린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 4.16 참사의 아픔을 아픔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성으로 승화되어지는 과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와리마루의 역할이자 마을에서의 사명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지금은 협동조합 방식의 와리마루 운영을 계획하고 있고 4.16 참사 이후 와동이라는 마을이 좀 더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동네, 서로가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공유하는 마을이 되고 온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는 마을로 만들어 가기 위한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

4.16 참사를 겪으면서 마을이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 그 이유는 마을이 우리 삶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최소단위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벗어나서 남을 만나는 최소한의 단위이자 가장 작게 무엇인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단위가 마을이다.
4.16 참사 이후 4.16이라는 재난이 재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별이 된 아이들이 우리들에게 주고 간 선물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사업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다음호 계속)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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