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프로필>
-1950년 2월 23일 전남 장성 출생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초대회장
-한국의료분쟁 중재원 감정위원(현)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조정위원(현)
-수원지검 안산지청 상근형사조정위원(현)
-화장품 성분명 표준위원(현)
-광덕회장(전)

소비자운동의 불모지였던 안산에서 23년 동안 묵묵히 활동을 해온 인물이 있다. 공정옥(68)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 안산’의 대표다. 공 대표는 일명 안산소비자시민모임으로도 불리는 소비자단체를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수 있는 세월을 이끌고 있다.
전국 소비자 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소비자정보대학’이란 평생교육기관을 만들어 금년 현재 1천414명이 수료했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 대표의 판단에서다.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소비자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공 대표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옥석을 가린다’는 ‘공정옥’ 3행시처럼 살아가고 있다.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항상 그 자리에서 소비자를 대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공정옥 대표를 인물 탐구했다.

-소비자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전업주부였다. 당시 정부 캠페인이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첫째 딸을 낳고 둘째로 아들을 낳았다. 딸 하나 더 낳자는 계획이 아들, 아들로 이어져 1녀 3남이 됐다.
4남매를 둔 주부였으니 바깥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물론 신랑도 자녀가 네 명이다 보니 외부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소비자운동을 시작한 동기는.

“반월면이 안산에 편입되기 전의 화성시 시절에 반월신협 이사장을 맡았던 이건우 박사와 성복영 박사 등이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이 당시 반월신협 부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소비자시민모임 안산 초대지부장이었던 김용순씨가 전출을 가면서 자리가 비었다. 반월신협 이사장이자 소시모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이건우 박사가 저에게 권유했다.
벌써 23년 전의 일이다. 4남매를 키우던 전업주부에게 소비자운동을 맡기려하자 처음에는 남편이 반대했다. 하지만 남편이 이건우 박사의 권유에 못 이겨 허락했다. 소비자운동의 시작이었다.”

-안산지역 소비자운동 시발점의 산증인이다. 초창기 활동이 궁금하다.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은 1992년 9월 개소했다. 교사였던 초대지부장을 김용순 교사가 맡아 안산역 근처에서 시작했다. 사무실에 나가 바통을 넘겨받고 소비자 상담일지를 보면서 상담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신혼부부가 여행을 다녀 온 뒤 상담전화를 걸어왔다. 신부 왈 당시 500만원이라는 큰돈을 주고 구입한 장롱에 문제가 있다며 울면서 피해 접수를 했다. 자녀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울분이 일었다. 내 일이다 싶었다. 의협심이 생겼다.
장롱을 판매한 해당 대리점에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 본사로 전화했더니 비서가 상담실로 전화하라며 사장을 연결시켜 주지 않았다.
소비자단체를 내세우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사장을 연결해줬다. 소비자와 사장이 직접 통화하면서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됐다. 희열을 느꼈다. 소비자 피해를 직접 해결하고 난 이후 상담장을 읽으니 더 재미있어졌다. 집에 가지 않고 밤새 읽기도 했다. 남편에게 집에 안 들어온다고 혼쭐이 난 적도 있다. 23년 동안 소비자운동을 하게 된 계기다.”

-안산소시모는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

“한마디로 안산지역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다. 안산소시모는 안전성과 투명성, 지속성이라는 축을 근거로 출발한 자발적인 소비자운동 단체다.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성남, 원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졌다. 1992년 이건우 반월신협 당시 이사장을 비롯 한양대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위원과 김용순 초대지부장 등이 힘을 합쳐 소비자 피해구제와 정보제공을 위해 시작됐다. 저는 1995년 9월 취임했다. 현재 소비자고발상담은 물론 소비자교육, 소비자문제 조사연구, 소비자문제 간담회와 세미나, 전문조사위원 교육,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캠페인, 에너지 자원 효율화사업, 여성발전사업, 소비자보호사업, 사고세탁물 심의, 홍보와 출판 등의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안산소시모의 전통이 26년이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펼쳤나.

“그동안 매년 5천여 건의 소비자 고발을 접수받아 처리했다. 26년 동안 안산지역의 개인서비스 요금과 생필품 가격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물가안정에도 기여했다.
각종 캠페인과 소비자운동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돕고 있기도 하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생활을 위해 유치원생부터 초·중·고·대학생과 직장인,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소비교육과 환경교육도 해오고 있다.
1998년 4월부터 ‘소비자정보대학’을 개설해 소비자들에게 단기적이고 일회성이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소비자교육도 하고 있다.
환경 친화적인 농산물이나 품질인증 농산물, 전통식풍 등도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함은 물론 농민에게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안전강사 양성교육도 하고 있다.”

-소시모 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으라면.

“안산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부터 4년 동안 본부에서도 활동했다. 당시 전국상임위원장을 맡아 광주지부를 설립했다. 소시모는 전문위원이 구성돼야 신규 지부를 만들 수 있다. 신규지부를 만드는 일이 어렵다. 서울본부 근무 시절 성과 중의 하나다.
안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소비자정보대학 설립이다. 전국 소비자 시민단체 중에서 평생교육을 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소비자운동 불모지였던 안산에서 처음으로 판매하는 제품의 유통기한을 조사한 일이다. 과자류도 길거리에서 판매하던 시절이다. 상인들과 싸워가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유해식품과 마찬가지다. 제조업체를 불러 기업이 폐기처분하고 새 제품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시민의식의 변화 계기가 됐다.
소비자상담을 통해 교복이 비싸다는 내용이 많이 접수됐었다. 상담내용의 해결책을 찾다가 ‘교복대물림운동’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1998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7천명이 몰렸다. 이 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돼 아나바다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국내 쌀 시장조사도 벌였다. 봉지에 담은 쌀의 양을 속이는 것을 발견해 전국에 방송되면서 시정조치하기도 했다.”

-소비자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오면서 느끼는 보람은.

“소비자운동은 결국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가 소비자다. 소비자운동은 안산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가 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소비자 상담을 통해 고기 집에서 실제로 판매하는 양이 매우 적다는 제보였다. 제보내용 접수 후 3인 1조로 인증 거친 저울을 들고 고기 집을 돌아다니며 6년 동안 조사했다. 실제 측정한 32곳 중 한 곳도 메뉴판에 적힌 정량을 지키지 않았다.
1인분이라는 정량이 고기 집마다 200g, 150g, 100g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실태조사를 하고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계량협회 등에 문제점을 알렸다. 정부 부처가 전국을 조사한 후 2012년 7월 입법예고를 거쳐 2013년 1월 1일부터 고기 판매 시 100g 기준으로 판매하도록 법을 바꿨다. 국회에서 법을 바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소비자운동은 전화 상담이 굉장히 중요하다. 2011년까지는 전화상담원 하루 인건비를 6천원 밖에 못 줬다. 현재 안산소시모는 상담 전화가 5대다. 안산시에서 상담전화 1대 사용료 7만원만 인정해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12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한 달 전화 사용료만 해도 50여만 원 정도다.
고생하는 상담원들에게 최소한의 경비도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타깝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소비자운동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맡았었다.

“소비자운동을 하는 단체는 모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단체들이다. 서로 상생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를 만들었다.
6개 소비자단체는 안산녹색소비자연대를 비롯 한국부인회 안산지부, (사)안산소비자시민모임,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안산지부, (사)소비자교육중앙회 안산지회, 안산YMCA 등이다.
기초 자치단체 중에서 소비자단체가 협의회를 만든 것도 전국 최초다.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엄청나게 많이 온다. 소비자단체가 뭉쳐서 서로 상생하고 소비자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일환이었다. 인상했던 일반 목욕비를 다시 내리게 했고 현재 교복대물림운동도 같이 하고 있다.”

-소비자정보대학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 단체 중에서 지속적인 평생교육을 하고 있는 곳이 없다. 전국 최초의 일이다. 현재까지 1천414명이 수료했다.소시모를 맡고 보니 전문가는 많은데 소비자는 없었다. 단체 회원의 경우 소속감이 있어야 자긍심이 생긴다.
소비자정보대학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998년 4월 첫 개강 때만 해도 무료로 시작했지만 관심도 없고 지원자도 없어 고전했다. 당시 한양대 임덕호 교수가 소비자운동은 인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조언에 힘을 얻어 2기부터 수강료를 유료화하면서 교육은 공짜로 하면 안 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현재 50기를 모집 중이다. 총동문회가 결성돼 서정환 회장이 맡고 있고 소비자정보대학은 신동근 학장이 봉사하고 있다.”

-에너지 안전강사 양성교육도 하고 있다.

“4년 전부터 에너지 안전강사 양성 교육을 해오고 있다. 이것도 전국 최초다. 1년에 1회 안전강사 양성 교육을 한다. 배출강사 양성과정을 거친 후 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안전교육 강사로 활동한다.”

-최근 소비자운동의 관심사는 어느 것인가.

“대기업의 상품 판매 시 본 제품보다 사은품이 주목을 받는 시대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세대가 개인주의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격식을 갖추지만 젊은이들은 형식을 파괴한다.
현세대는 실용주의자들이다. 무엇이든지 혼자 즐기는 것을 추구한다. 소비자 운동도 트랜드에 맞춰 변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단체 소속 회원들의 마인드 변화를 위한 교육도 가질 계획이다.”

-소비자운동의 대모로서 사명은 무엇이고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솔직함과 정직함’이다. 제 이름이 공정옥이다. 이름을 3행시로 ‘공정하고 정확하게 옥석을 가린다’로 풀이한다.
솔직함과 정직함이 인생의 좌표다. 이름처럼 생활 속에서 ‘공정옥’을 실천하는 것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일이 이름하고도 맞아 떨어진다.”

-소비자운동가로서 지역사회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건강이 허락하는 그 날까지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소비자를 대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전화 상담을 통해 소비자 편에서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소비자운동은 무엇보다도 끈기와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전국 최초로 쌀 정량 문제를 고발했고 주유 가격 인하는 물론 공기 정량 법제화, 홈플러스 불매운동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만큼 지켜보는 이들도 많다.
소비자운동은 생활운동이자 환경운동이며 권리운동이다. 소비자운동은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안전한 소비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젊은 소비자들도 소비자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운동의 선구자적 지혜를 후배들에게 제대로 물려주는 소비자운동가로 남겠다.”

-100세 시대다. 현재 이후의 인생설계가 궁금하다.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좋아하는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 뒤늦게 장롱면허를 꺼내서 운전을 시작했다. 이제는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연을 즐기고 싶다.” <여종승 기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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