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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 6무계획과 해프닝이 만든 즐거웠던 여행기 (2)
  • 안산신문
  • 승인 2018.10.2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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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직관에 따른 판단이 논리에 따른 판단보다 뛰어날 때가 많다. 특히 위대한 창조나 발명, 발견은 대부분 이런 직관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주헌 ‘지식의 미술관’ 중에서
 

세상일이 그렇듯이 기적은 이어졌다. 비만 그친 것이 아니고, 그새 비 온 다음 날과 같은 맑고 고운 하늘을 선물 받았다. 나오시마로 가는 선박에는 사람들이 적었다. 우리처럼 당일 날씨도 무시하고 기상예보도 거스르며 나온 관광객은 없으리라. 특히 일본에선.

현지 기사로 인해 아침 출발 때 생각했던 대로 되지는 않아서 약간의 차질이 생기겠다는 걱정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어차피 주 관광대상은 나오시마였다. 아침에 세게 내리는 비 탓에 오전에 이누시마를 볼 동안 비가 그치길 기대하고 나오시마를 오후에 가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개니 나오시마를 먼저 가도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비만 그친 것이 아니라 파도마저 잔잔하였다.

잔잔한 호수를 화살같이 달려가는 배에 탄 기분은 최고였다. 실수가 만든 행운에 다들 기뻐했다. 얼굴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었다.

 나오시마가 유명해진 것은 1992년에 베네세하우스 뮤지엄(Benesse House Museum)이 생기면서부터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작은 섬에 호텔과 미술전시관 그리고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점을 함께 한 복합 건물을 건설한다는 자체가 당시로써는 생경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상설전시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자연과 미술작품을 함께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는 발상은 지금도 성공시키기 힘든 일이다. 이후 1997년에는 관광객들이 배로 진입하는 미야노우라항 반대편에 있는 혼마루 마을을 재생하면서 작지만, 개성 있는 미술관과 전시관들을 여럿 만들었다. 이곳에는 안도 뮤지엄이 있었다.

전체 마을은 본디 모습을 바꾸지 않고 전통적인 나무를 약간 태워 건축하여 마을 일관성과 전통성을 함께 추구하여 마을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기도 하였다. 이 예술 섬은 한마디로 한 사업가의 오랜 노력과 창의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여러 예술가가 합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민들이 한몫하였다.


  2004년에는 지중미술관을 만들어 클로드 모네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산중 지하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폭이 6m나 되는 모네의 수련은 이 미술관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이 독특한 미술관을 오르는 길가에는 그림 수련을 재현해놓은 연못을 만들어 대표작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한편 2009년에는 미야노우라항 주변 마을에 있는 목욕탕을 한 일본 작가가 아이 러브 유(일본 발음 유는 탕(湯)을 의미한다.)라는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간 작품이다. 실제 목욕탕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관리를 맡고 있었다. 단순 미학으로 잘 알려진 한국 작가 이우환의 미술관은 2010년에 개관을 하였다.

여행하기에 좋은 여건 속에서 여행하다 보면 늘 여행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잘 알려진 관광지나 유적을 찾아가는 것과 시장이나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보는 일 두 가지 중에 갈등을 겪는 일도 있게 마련이다. 여행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아주 다르다. 이번 여행에 함께 일행들은 동네 구경도 하자는 사람들이 다수여서 항구 인근 마을의 골목 구경을 하였다. 주민들은 여유 있어 보였고, 잘 정리된 마을들이 너무나 깔끔하게 다가왔다.

마을을 관통하는 작은 하천도 깨끗하였다. 이런 것도 미술작품 일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은 식당, 작은 북카페, 일인 커피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마치 민속촌의 직원 주민들인가 할 정도였다. 느리게 일하면서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하기까지 하였다. 수입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것이 부러웠다. 이들이 사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도시에서 가져온 온갖 고민과 욕심을 내려놓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일종의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 수집 욕구가 발동하였다. 세토나이카이에서 많이 잡히는 주꾸미를 잡을 때 사용하는 문어단지에 자꾸 눈이 갔다, 식당 여주인에게 다가가 단지 몇 개를 팔라고 이야기하였다가 단번에 거절당했다. 그런다고 포기하면 수집가가 아니지.

현지인에게 서툰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났다 싶어 후배를 꾀어서 다시 도전하였다. 역시 언어가 되면 소통이 정확해지지. 후배가 식당으로 다시 들어가더니 얼마 후 단지 세 개를 들고 나왔다.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거저 얻어왔다. 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사진 1 지중미술관 올라는 길가에 위치 연못, 수련이 자라는 연못과 그 주변의 조경을 잘 관리하고 있다.
사진 2 베네세 미술관이 있는 산 중턱 아래 해안에 있는 호텔 주변에도 다양한 미술품들이 있다.
사진 3 이우환 미술관 앞 광장, 선과 점 그리고 선을 나타낸 작품이 있다.

안산신문  ansam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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