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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50)가을바람과 함께 떠난 여행
  • 안산신문
  • 승인 2019.10.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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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은 바다와 연결된 하구에 형성된 갈대 중심의 습지가 순천만 습지인데, 보통 하구에는 수로가 형성되고 수로를 통해서 해수와 접한다.

순천이 생태도시가 된 배경에는 훌륭한 정치적 결단들이 있다. 순천만 습지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습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중앙정부 입장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철새들을 위해 유기농을 하고 농지에 있던 전신주 제거하는 용단을 내려 열린 경관이라는 엄청난 관광 매력물과 흑두루미 도래지 보호라는 성과를 얻었다. 더 나아가 습지와 철새도래지를 잘 보호하기 위해 도심과 동천강 하구의 습지와 주변 농지 사이의 농지를 구입하여 국가 정원을 만들어 완충 지역을 만들었다.

가을바람과 함께 떠난 여행

갈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잘 자란다. 잘 보호된 하구 갯벌에서 넓은 갈대밭이 형성된다.

순천여행은 가을에 가는 것이 제격이다. 다들 알 테지만 가을에 가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순천만하면 갈대다. 갈대는 ‘갈’ 가을에 보아야 그 갈대다운 전경을 연출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시를 관통하는 동천 하구의 대대 포구에서 용산으로 오르는 산길에 아래까지 펼쳐진 광활한 가을 갈대밭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잡아당기는 매력을 발산한다. 최고의 절정기인 10월 말 11월 초에 인데 이때면 지역축제인 ‘갈대제’가 열린다. 두 번째 매력은 흑두루미다. 매년 이맘때면 순천만을 찾아온다. 순천을 생태도시로 각인시킨 공적(?)은 이 키 큰 새에게도 있다. 2003년경만 하더라도 수십 마리에 불과하던 개체 수가 순천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순천시가 두루미가 잠을 자는 논의 농업용 전신주 288개를 뽑아내자. 그 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여 오늘날 1,800여 마리가 매년 날아든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놀라운 결과다.
정책적으로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자연을 중시하는 도시라는 점과 지역주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보완책을 만든 점 등이 성과였다. 먹거리가 풍성한 것도 순천이 갖는 장점 중에 하나다. 식당에 가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짱뚱어도 이때가 젤 맛있고 참꼬막도 찬바람이 살살 불어야 살 붙고 달고 짭조름한 맛을 낸다.

순천만 생태관광네트워크 사무실에선 예전에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거나 짱뚱어를 잡을 때 쓰던 ‘뻘배’를 ‘갈대제’에 쓰려고 색칠을 하였다.


 안산에서 승용차 세 대로 출발할 여행은 출발부터 단출했다. 현장이나 도로의 성수기 체증을 피하고자 평일을 잡아가니 처음부터 신청자들이 적었다. 이런 본디 억지로 권하지 않아야 한다. 훌쩍 소리소문없이 떠나야 여행다워진다. 예전엔 경부 고속도로에서 김천에서 국도로 빠지면 지리산 자락을 끼고 돌며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지금은 경부 고속도로, 논산·천안 간 고속도로에서 호남고속도로로 연결되자마자 완주 부근에서 순천으로 향하는 이전보다 편하고 가까운 길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보너스는 줄어들었다. 순천을 향하는 길을 오가는 길을 바꾸어 보는 것도 여행 계획에 끼워벌 것을 제안한다.
 순천을 보고 가려면 적어도 1박 2일을 해야 한다. 멀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넘친다. 도시에 관심이 있는 여행객이라면 도시재생 구역을 반드시 보아야 한다.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인 까닭이다. 도시여행은 생활문화센터 ‘영동 1번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옛 승주군청 자리에 세워진 이 센터에서 주변 도시재생 지역을 잘 안 내 받을 수 있어서다. 센터 뒷골목인 옥천길 초입에서 세워진 노출콘크리트 건물인 갤러리 1층에서는 아주 좁고 긴 골목들을 만나게 되고 골목길을 걷다 보면 금세 향수에 젖어 들 수 있다. 계단으로 다시 옥천길로 나와서 호남사거리까지의 작은 카페와 맛집, 공예점 등 상점들이 예쁘게 늘어서 잘 정리된 거리를 걸었다.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면 금방 옥천을 보게 되는데 도심에서 이렇게 맑은 냇물을 보게 될 줄이야. 하천의 양변은 머지않아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설 게 확실하였다. 오던 길을 돌아 시내로 가다가 보면 특이한 집들을 보게 되고 100년도 넘은 집에 옛 물건들을 파는 가게도 있었고, 골목 책방도 대하였다. 물건 구경을 하다가 한두 개를 사게 된다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니 생태관광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도시를 둘러보다 보면 넉넉히 잡았던 시간이 쫓기게 되어 서두를 수밖에 없다. 느리게 하자는 여행도 자연 바빠진다. 도시 구경은 다음을 기약하고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향했다. 이 정원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중대한 완충 기능을 가진 공원으로 설계되었다. 경관이 좋은 순천만까지 개발하려는 세력들의 진행을 막을 요량이었다. 이런 설명을 시작으로 공원 내 각국의 정원을 보면 생각보다 큰 규모인 점에 대해 일행들이 놀라워했다. 다들 우리 도시에도 이런 공원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말하였다. 특히 시설이 많지 않고 숲과 꽃들이 차분하게 정리된 점이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었다. 공원 중앙에 두 개의 소라 모양의 언덕이 있었는데 나사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바라보는 주변 전경이 아름다웠다.

짱뚱어 요리 전문점의 밑반찬이다. 많이 나오는 곳은 종류가 이보다 두 배 이상이다.


공원에서 나오니 어둠이 내려 자연스럽게 순천만 주변의 꼬막과 짱뚱어 전문식당을 찾았다. 예전에 대대 포구에 있던 식당들을 마을 가까이 뒤로 물리고 그 공간에 공원을 조성하였다. 이 식당들은 강변에서는 멀어졌지만, 관광객 수의 증가와 순천만 대표 음식의 유명세로 재정적으로는 이익을 보았다는 평이다. 이들 식당의 밑반찬이 많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특히 조리하지 않은 밤, 고구마, 옥수수 등과 떡과 한과가 나와 식사 전 주전부리를 하면서 음식 얘기를 하게 되는 점도 좋았다. 짱뚱어탕에는 방아잎이 들어 상큼한 향이 가득하고 걸쭉한 국물에는 채소와 짱뚱어 살이 잘 어울려 음식의 격조를 높였다. ‘만약 개성 있는 지역 음식이 없다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한옥의 장점은 방 내부 공기다. 차지만 상쾌한 기분을 오래 유지하게 해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천의 한 지류를 따라 왕복 5㎞를 걸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순천만 습지공원은 필자가 처음 이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연구책임자로 지정과 동시에 생태관광을 시에 제안하였던 곳이라 새삼 가슴이 뛰었다. 몇 분의 어르신들이 계신 터라 갈대밭 전체를 걸어서 용산에 오르진 않고 배를 타고 하구 수로와 습지를 가까이 살피는 길을 택했다.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이 제법 많이 보였고, 흑두루미 선발대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보이진 않았다. 겨울이 다가오면 철새의 숫자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갯벌 가장자리에서 흰옷에 검은 넓적 주둥이를 가진 저어새 세 마리가 좌우로 머리를 저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래 여기가 동물들의 낙원이네.” 하였다. 가을바람이 갈대밭은 지난 뱃전의 사람들에게 불어와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었다. 갈대밭에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과 동호인들이 많았다. 갈대 속에서 가을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순천만 몇 분만 가면 꼬막과 ‘태백산맥’의 고장 보성군 벌교읍이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면 순천시 낙안면이 나오는데 ‘낙안 배’와 ‘낙안읍성’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얼마 전 순천에 있던 한 헌책방이 이곳의 오래된 폐교로 옮겨왔다. 때마침 읍성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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