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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여행이야기<51>양구
  • 안산신문
  • 승인 2019.11.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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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으로 된 지형의 숲은 한눈에 보아도 높이별로 다른 나무들이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도 알지 못하고 알아주지 않았지만, 열정과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 강원도의 한 군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대부분은 모른다. 가장 깨끗한 거리를 가진 읍내가 있는 양구는 특별한 전략으로 생태관광지로 나아가게 되었다. 자연과 문화 자원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는 양구는 자원에 관한 한 다른 곳과 비교하지 말라는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곳이다.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소통하려면 양구로 가라.

누군가가 가장 편안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묻는 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열이면 여섯 일곱은 ‘양구’를 추천한다. 바다라던가 섬이라든가 전제 조건을 가졌을 세 넷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다인 셈이다. 물론 수도권에 사는 여행자일 경우다. 양구는 우선 조용하다. 어디를 가도 호객행위 등이 없고, 자연이 좋고 이야깃거리가 많다. 어느 계절이 가도 여행객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길 하면서 양구를 추천하게 된다. 양구는 접경지역이라 DMZ에 접하고 있으며 고산지역이 많은 산악지역이다. 특히 해안면 펀치볼 지역은 해발 500∼600m에 있는 분지인데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모두 1,000m가 넘는 고산들이다. 양구는 위도가 높고 고산지역이니 연중 기온이 다른 지역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군 전체 인구는 25,000명이 채 안 되고, 면적은 서울보다도 넓다.
   몇 달 전에 한 모임에서 여행지를 추천해 달래길래 양구를 위와 같이 설명하였다. 어느 날 전화가 와 양구를 가려는데 두 날짜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 하였다.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흔쾌히 일정 조정을 했고, 다른 가을 산행을 하고 온 다음 날이었지만 떠났다. 양구는 당일로 여행을 끝낼 수 없다. 마침 그 주말은 시래기 축제 기간이었다. 축제 기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곳저곳 알려진 곳만 보더라도 적어도 이틀은 되어야 한다. 일행 모두가 산과 계곡을 우선적으로 보고 싶어 했다. 일단은 펀치볼로 향하기로 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동홍천 나들목에서 나와 44번 국도 타고 인제군 읍내를 지나 원통에서 좌회전하여 453번 국도를 타고 해안면으로 가는 길은 가을 풍경을 조용하게 즐기기에 최고의 코스다. 관광객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도로는 아니지만, 자연을 즐기고 조용한 여행을 하고픈 이들이 좋아할 길이다. 조금 늦었으나 원시림을 치장한 단풍의 수수한 색과 미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었다. 울긋불긋한 화려함보다는 노란색 계열의 활엽수가 만들어내는 수직의 숲의 색상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어쩌다 지나는 시골 농부들의 차량과 군용차 외에는 볼 수 없는 도로를 달리며 산과 계곡을 보는 맛도 그만이었다.

산양은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나 보호지역에서는 사람들이 헤치지 않고 가까이 접근하지 않음을 아는 것 같았다.


국내 람사르 습지 1호인 대왕산 용늪으로 오르는 인제군 서화면(양구군에서도 오를 수 있음)에서 약 20㎞를 가니 해안면과의 접경이 나왔다. 가는 길에 양구의 생태관광 안내자로부터 시래기 축제가 돼지 열병 때문에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아쉬웠지만 전쟁박물관에서 을지전망대로 올라 북녘 산악지대와 분지를 내려다보고 또 한 번 사계절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즐겼다. 바람도 선선하고 하늘도 맑아 한반도 자연의 풍요로움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분지로 내려오며 길 양쪽에 보이는 초록색 밭은 모두 시래기 밭이었고, 나무들에는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과수원이었다. 이곳에 사과는 약간 작지만 단단하고 깔끔한 단맛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해안면 시래기는 양구의 특산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이 두 가질 이웃 줄 것까지 사면서 상인들과 잡담을 한참하고 나니 다들 허기를 강하게 느꼈다. 생태관광에서는 지역의 산물을 사고 지역 특성을 가진 음식을 먹는 것은 당연한 관례다. 시래기 전문음식점을 찾아 시래기고등어조림과 산나물로 조화를 이룬 메뉴로 점심으로 하였다. 식욕을 자극하는 맛과 냄새가 가득하였다. 독특한 기후에서 자란 시래기와 고등어의 기름기와 담백한 살이 만들어내는 풍취는 모두 만족해했다. 온갖 것이 다 만족스러웠다. 역시 식후경이었다. 이 지역을 여유 있게 보려면 DMZ 펀치볼 둘레길을 걷기를 권한다. 길 중 숲길 대부분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의 원시성과 수려함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두타연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보면 물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바위들이 깍여 물길도 바뀌기도 했고, 두타연의 깊이가 14m 가량이나 되었으니 말이다.

또 다른 계곡을 즐기기 위해서 두타연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내려와 동면 삼거리에서 방산면을 향해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러니까 삼거리에서 해안면 분지와 두타연은 V형으로 펼쳐져 있다. 따라서 이 계곡 일대도 을지전망대와 마찬가지로 민통선 안쪽이고 군인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곳이라 민간인들의 출입이 제한 되어 여러 절차기 필요했다. 예전에는 아예 금지된 곳이었다. 따라서 자연이 잘 보전되어 있으리라 짐작을 할 수 있다. 두타연 안쪽 주차장에 서면 병풍처럼 둘러싼 지형적 장관을 보게 되고 한눈에 산의 높이 따라 식생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대는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에는 몇 종류의 코스가 있어서 시간 정하여 걸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조각공원과 두타사 유적지 그리고 두타연 전망대와 계곡의 돌다리를 건너 산길을 가다가 흔들다리를 건너서 지뢰체험지역 지나 두타연 전면 물매화가 자라는 곳까지 오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리도 이렇게 걸었다.

양지의 습지에 자라는 물매화는 양구와 인제 등에 자생지가 있다.

 우리 일행이 운이 너무나 좋았던 것은 날씨도 날씨지만 야생 산양을 만났다는 점이었다. 산양은 환경부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 217호이며 전 세계 다섯 종뿐인 희귀종이기도 하다. 양구 동면과 해안면 일대는 산양보호구역이며, 이곳에는 산양증식복원센터도 있다. 이때면 가끔 저지대의 풀을 뜯어 먹기 위해 내려온다는데 우리와 몇 m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었다. 우린 크게 놀랐지만, 산양은 큰 관심이 없는듯 했다. 또 두타연 폭포 남쪽 바위 위 작은 습지에는 가을꽃을 피우는 물매화 자생지가 있는데 해설자의 설명으로는 꽃이 다 졌을 것이라 하였는데 한 송이 남아 우리를 반겨주었다.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온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행들도 연이은 행운에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주변에는 복원센터 외에도 여러 가지 야생화와 식물을 볼 수 있는 양구생태공원과 국립수목원 DMZ자생식물원도 있어 산림과 동식물만 보아도 하루로는 부족하다.
양구를 여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양구읍 내에서부터 관광을 시작한다. 읍내에는 박수근 미술관과 김형석 문학관이 있으며, 예전에는 이해인 문학관도 함께 있었다. 미술관은 국내 지역 미술관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시설들이 잘 갖추어진 수준 높은 종합 문화시설이다. 앞서 언급한 방산면에는 양구백자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은 우리나라 도예사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잘 보전된 자연과 문화를 함께 감상하며 여행할 수 있는 드물어 양구를 자주 찾고 늘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보지 못하고 온 여러 곳을 보러 곧 다시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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