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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 <56>여행에서 이것저것 사다 보면 어느 날 수집가가 된다.
  • 안산신문
  • 승인 2019.12.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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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닭 모양 주전자를 샀는데 닭의 표정 마치 부부 싸움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재미있었다. 포도주나 물을 담아 따르는 용도로 쓰이는 주전자다. (프랑스 뮐라즈 )

사람들은 그까짓 것 왜 모으느냐고 한다. 어떤 물건이 이다음에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집가가 수집하지 못한 문화유산은, 역사 기록자가 기록하지 못한 사건처럼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다. 수집가의 안목이 역사가 된다. (이병철 저 ‘수집가의 철학’ 책 소개 글 중에서 수정 인용)
 
   여행에서 이것저것 사다 보면 어느 날 수집가가 된다.

6년 전에 와덴해를 여행하던 중 길가에 있는 한 집에서 팔 물건을 내놓았는데 물건들 가운데 화려한 색을 사용한 그림이 있어 사들였다. 여행 수집품 중에 가장 아끼는 그림이다. (네덜란드 텍셀섬)

   여행을 즐겁게 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물건 사기, 즉 쇼핑이다. 여행객들은 대개 여행 중에 면세품점이나 여행 전문 특산품을 파는 곳에서 가족들이나 자신이 쓸 물건을 사곤 한다. 어떤 이는 시장 구경을 좋아해서 시장을 방문하고, 또 다른 이는 백화점이나 큰 쇼핑센터를 찾는다. 다른 지방이나 외국에서 무엇인가를 고르고 사는 일은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흥분시킬 정도로 자극적이다. 그래서 쇼핑 중독이라는 말도 생기나 보다. 어떤 경우가 되었던 쇼핑을 잘하는 일은 여행을 잘한 일이 되므로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생태관광’ 측면에서 이야길 하고자 한다. 관광이라는 말 자체에 ‘산업’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경제 행위가 일어나야 비로소 관광이 되는 것이다. 여행 과정에서 어떤 것을 돈을 내고 사는 일은 분명 경제 행위이다. 생태관광에서는 여행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고 권한다. 지역에서 만든 기념품을 사거나 지역산 맥주를 마시고, 지역주민이 만든 먹거리에 여비를 지불했다면 지역에서 경제 행위를 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독자들에게 여행 지역에서 지역의 특성을 담은 물건이나 지역주민 만든 물건 또는 예술품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여행지의 주민들이 진정한 관광의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관광에서는 특히 단체관광에서는 기념품 하나를 사도 그것이 지역에 어떤 도움을 주는 알기가 싶지 않다. 특히 면세품을 산다면.
   여행지에서 산 물건을 잘 보관하고 오랫동안 간직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적은 금액으로 산 것은 쉽사리 잊어버리거나 산 사람도 모르는 사이 버려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목표를 가지고 한 특정 물건을 사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배가하는 일이 된다. 어떤 여행자는 ‘저울’을 수집하기도 한다, ‘머그잔’를 수집하는 이는 머그잔에 반드시 여행지의 이름이나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여행지의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같은 종류의 물건들이 여러 개가 모이면 수집가가 된다. 수집을 오래 하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나중에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과 안목을 갖게 된다. “생각해보라!” 여행 가방을 싸면서 내가 가는 곳에는 어떤 생김새의 수집품이 나를 기다릴까 하는 생각하면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설레기 시작하니 ‘물건을 사는 일’이 여행을 즐겁게 하는 요소임이 틀림없다. 이런 일이 알려지면 친구나 가족들이 여행하다가 수집가가 생각나 구해 선물로 주거나 상품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여 수집의 속도가 어느 시점부터 붙기 시작한다. 이렇게 수집가가 되지 않더라도 지역의 작은 소품을 사는 일이 여행지에 사는 어떤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하면 지갑을 여는 일이 조금은 편해질 것이다.

자연 과학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다. 특히 분류학이나 생태학을 전공한 과학자들은 옛 연구 기록물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한 섬에서 산 책의 표지)

필자는 무엇이든 모으는 수집벽이 있다. 중학생 때는 우표를 모았고, 배지나 펜던트를 모았으며, 영화를 보면 홍보지를 빠짐없이 가져와 쌓아두었다. 그리고 자연에 관한 책도 찾아다녔다. 따라서 목적지에서 여행 목적 외에 가장 먼저 할 일이 책방과 박물관 찾기였다. 특히 박물관에는 지역을 해설하는 책들과 지역의 생태계나 동식물에 관한 책들이 있고, 잘 디자인된 기념품도 있기 마련이다. 아직도 해양생물의 우표와 책을 모은다. 그러나 가장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수집하는 것은 조개(연체동물)에 관한 것이다. 생물 자체나 그 껍데기는 사지 않는다. 여기서 ‘조개’라고 하면 껍데기가 두 개인 일반적으로 조개라고 부르는 것뿐 아니라 연체동물에 속하는 고둥, 문어와 오징어류, 딱지조개(군부류) 등을 포함한다. 그러니까 조개의 무늬가 있는 장식품이거나 조개를 예술품으로 만든 것이나 조개가 그려진 어떤 그림 또 조개로 만든 목걸이나 자개 등이 그 대상이다. 물론 대상이 무궁무진하다.

필자가 지난 30여 년간 주로 여행 중에 수집한 조개 예술품 전시회인 ‘패화전’을 연 갤러리의 한 방이다. (경기도 안산)

 독자 여러분이 다음에 소개할 세 가지 에피소드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수집가로서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의 전통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현지인으로부터 이 마을의 상징이 ‘닭’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보니 식당이 온통 ‘닭’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이 앉았던 식탁 바로 옆에는 닭 모양의 도자기 주전가가 여러 개 있었다. 음식 주문을 받으러 온 주인에게 이런 도자기 구입처를 알려주던가 아니면 이 도자기를 팔면 안 되는지 물었다. ‘팔 수 있다.’라는 대답을 들었는데 식비를 계산하려 할 때 ‘선물’이라며 그냥 주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네덜란드의 텍셀섬의 마을을 지나는데 한 주택 앞에 버려진 듯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개라지 세일(garage sale 집에서 버리는 물건들을 집 차고 앞에서 파는 일)’임을 알았다. 차를 세워 가보니 몇 가지 가구와 식기류가 있었고, 한 편에는 나무판 위에 녹슨 철판을 붙여 고둥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작은 팻말에는 ‘그냥 가져가도 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돈 주고 가도 된다.’라고 적혀 있었다. 옆에 보니 돈 통이 있어 5유로를 두고 가져왔다. 마지막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아주 작은 섬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중고서점을 구경하러 가자고 현지인 친구가 권했다. 그곳에서 필자가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1965년에 출판된 루이스(J.R. Lewis)의 책 ‘바위 해안 생태계(The Ecology of Rocky Shores)’가 눈에 띄었다. 꿈이 이루어지는 마술처럼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사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다. 당연히 해양생물학자였던 그 친구도 무척 부러워했다.
   지난주에는 안산의 한 갤러리에서 필자의 수집품 중에 하난 조개 예술품 소장전인 ‘패화(貝畵) 전시회’를 열었다. 대부분의 전시물은 여행 중에 수집한 것이었다. 필자가 다녔던 수많은 여행은 대개 공식 출장 여행이었고 주로 혼자 여행하는 경우가 많아 수집이 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취미와 재미가 역사를 지키고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여행이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이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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