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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여행이야기<64>여행 중 예기치 않은 시간이 날 때 무엇을 해야하나? (1)
  • 안산신문
  • 승인 2020.03.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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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러시아를 이해하는데 최고의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 일정 변경이 가져다준 엄청난 행운이었다.

 

사실 뮤지엄은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또 미래 장소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현상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하며, 대로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 최미옥의 ‘뮤지엄 X 여행: 공간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동시대 뮤지엄’ 중에서 -
  
   여행 중 예기치 않은 시간이 날 때 무엇을 해야하나? (1)

미술관에는 전설에 나오는 영웅 그리고 역사적 인물이나 종교 행사에 관한 그림들이 많았는데 이들 그림을 통해 모스크바시민들은 큰 자부심을 가질 것 같았다.

   여행의 참다운 재미나 추억은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질 때 생기거나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행에서는 항상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이때를 대비하여 무엇을 할지를 정하고 떠나는 여행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여행의 알짜배기 시간일 수가 있어 약간의 대비책은 필요하다. 선택은 여행자의 기호에 따라 결정할 수도 있으나, 우연을 따라더니 의외로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일정이 갑자기 변경된 경우에는 여행지를 더 둘러보는 계획이 부분적으로 취소될 수밖에 없으니 아쉽기도 하고 기념품을 구매할 시간도 없어 당황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전문 여행 안내자의 안내를 받을 수도 없게 마련이다. 자, 혼자 덩그러니 여행지에 놓일 경우를 상상해 보라.
   지난해 공무로 러시아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모스크바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질 못하고 급히 귀국해야 할 일이 생겼었다. 그날 오전엔 전체 일행과 모스크바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 날 새벽에 한국행 비행기를 탈 필자만 남겨두었다. 다른 일행은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길에서 헤어졌다. 혼자 거리에 남겨졌었다. 물론 호텔의 주소와 약간의 경비가 있었으니 생존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시내 중심부여서 잘 하면 근처에 볼만한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다른 일행과 함께 가버린 안내자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근처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고 하였다. 평소에 러시아 음악이나 문학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조금 가지고 있었어도 미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갔나 보다. 이성적으로는 “분명 미술 분야도 음악 못지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마음속에는 평소 수준이 낮거나 좋은 작품이 아주 적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선택의 순간을 알게 되었다. 이미 오후 1시가 넘어섰고 택시를 잡기도 어려워 보여 미술관까지 꽤 긴 거리였지만 걷기에 도전하였다. 지도를 따라 도착하였으나 미술관 건물 같아 보이지 않은 약간은 퇴색된 건물이 있었다. 그 왼쪽에는 높은 건물이 공사 중에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구나!” 하였다. 행인에게 미술관을 찾는다고 하였더니 반갑게 뭐라고 하면서 오래된 건물을 가리켰다.
   러시아어 문맹인 필자는 그 유명한 미술관의 이름마저 모르고 있었다. 행인은 아마 이 미술관을 찾으니 미술 애호가인 외국 여행자인가보다 하였을 것이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니 실내는 의외로 넓고 단정하였다. 러시아에 대한 나쁜 편견이 또 등장하였다. 미술관의 여러 그림을 보면서 이 작품들이 대부분 러시아 작가들에 의해 그려진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많은 작품이 러시아 혁명 이전인 19세기 것들이었다. 전시된 작품을 통해 화가들의 저항 정신과 민족 사랑 그리고 서민들에 대한 애정들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리고 대작들이 많았다. 몇 시간이 쏜살처럼 흘러갔다. 다리가 많아 아팠지만, 감동을 줄 만한 작품들이 이어져 멈출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작가의 이름과 그림 제명을 보지 않고 감상만을 하였다. 남은 시간에 이 미술관의 러시아 작품들은 모두 보고 가고 싶었었다. 이 미술관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에 하나라는 것은 한참 나중에 귀국 후에 알았다.

그림처럼 자작나무 숲의 개울을 그렸는데 자작나무는 러시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또 어떤 그림들은 전원이나 농부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들도 많아 화가들의 자연과 농민들의 일터를 대하는 저세를 알 수 있었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Tretyakov Gallery)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로 지난 2016년으로 개관 160주년이었을 정도로 오래된 미술관이다. 이 갤러리의 역사는 모스크바 상인 파벨 트레티야코프(Pavel TretyaKov)가 러시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면서 시작하였다. 후에 이 수집품들이 모스크바시에 기증되었고 나중에 국립 미술관이 되었다. 그가 최초로 그림을 산 것은 1856년에 바실리 후댜코프의 ‘핀란드 밀수꾼들과의 전투’였다. 그래서 이 해를 상징적인 개관일로 잡은 것 같다. 파벨의 동생인 세르게이 트레티야코프도 처음에는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으로 수집을 시작했다. 두 형제는 1892년까지 2,000점을 기증하고, 미술관까지 건립하였다. 그리고 1893년에 ‘라벨과 세르게이 트레티야코프 형제 기념 모스크바 시립 미술관’(당시 명칭)의 실제 개관식이 열렸었다. 파벨 트레티야코프는 미술관 건립에 관한 첫 번째 유언장을 스물여덟 살 때 작성했다고 한다. 모든 작품을 러시아 국민에 상속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미술관을 '영원히' 무료로 개방할 것과 부활절과 성탄절, 새해 첫날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4일 이상 문을 열 것을.
   러사아 화가들 사이에서 트레티야코프의 권위가 높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화가들은 작품이 완성되면 먼저 파벨에게 보여주었다. 명작을 알아보는 트레티야코프의 안목은 논쟁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탁월했다고 한다. 트레티야코프가 흥미를 보인 그림은 황실 가족들조차 살 수 없을 때도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이 미술관 마당에는 1938년까지 레닌 동상이 있었다. 1939년이 되자 이 자리에 스탈린 조각상이 등장하였다. 1980년이 되어서야 미술관 건립인 파벨의 동상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여행 중 시간을 내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선택에는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최고다. 관람 시간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고, 누군가와의 약속이 시간을 남았을 때 미술관으로 하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여행에서 지출 경비 대비 효과인 가성비가 높다는 점이다. 한 곳에서 한 나라의 역시와 문화를 경험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다. 셋째는 가장 질이 높은 기념품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기념품을 미처 사지 못했을 때는 남녀노소를 위한 특이한 기념품들을 가지고 있다. 쇼핑을 빼놓는 것도 유념해야 할 포인트이다. 그러니 가는 곳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보고 관련 서적 한 권쯤 가져가는 것도 여행의 가치를 높이는 일임을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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