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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여행이야기<72>사찰로 생태여행을 떠나볼까?
  • 안산신문
  • 승인 2020.05.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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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의 왕벚나무는 오랫동안 사찰을 지켜오면서 우리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토종 나무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충청남도 서산)

 ‘한국의 사찰에는 경내 바로 앞에 부도밭이 있다. 부도밭 주변에는 거의 예외 없이 숲이 존재한다. 부도밭의 숲은 조선왕릉의 숲과 성격이 비슷하다. 조선왕릉이 단순히 임금의 무덤이 아니라 자연생태를 갖춘 공간이듯이, 사찰의 부도밭도 그저 스님의 무덤이 아니라 자연생태의 보고다’ -강판권의 저서 ‘숲과 상상력, 나무 인문학자의 숲 산책’ 중에서 -
  
사찰로 생태여행을 떠나볼까?

 누가 생태 여행지를 한 곳을 꼽으라면 어딜 추천해야 하는 고민을 가끔 하곤 한다. 물어보는 이도 있고, 강의 때 대표적인 한두 곳을 소개하기도 해서다. 순천이나 고창 등 잘 알려진 생태 여행지를 늘 꼽을 수만은 없어서 이곳저곳 다녀보면서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지난 4월 말에 지역의 이웃 한 분이 서산 개심사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꼭 가보라고 하였다. 다음 주면 왕벚꽃이 활짝 피니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 이웃은 필자가 생태관광을 좋아하는 것은 몰라도 여행을 아주 즐다고 아는 사람이었다. 개심사는 멀지 않은 곳이니 반드시 가보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개심사 진입도로에서부터 족히 한 시간이 걸려 사찰 주차장에 도착했다. 개심사의 유명세가 대단하였다. 다 왕벚꽃을 보러 온 것이었다. 절까지 걸어 오르는 동안 울창한 숲과 녹색의 향연이 대단하였다. 개심사는 꽃 대궐이었다. 누군가 계절이 여왕이 5월이라고 한 말이 맞는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보았다.
   개심사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숲으로 보호되고 있었고 경내에 산벚나무, 매화나무, 느티나무, 전나무, 배롱나무 등 노목들이 가득하였다. 정작 사찰 가까이는 왕벚나무들이 환하게 방문객을 맞이하였다. 수수하지만 우아하고 넉넉한 꽃의 자태가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다른 꽃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몇백 년은 됨직한 벚나무가 가지를 넓게 펼치고 가지마다 핀 아이들 주먹만 한 꽃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연둣빛을 내는 청 벚꽃은 여왕같이 고고하고 소담스러운 꽃과 고풍스러운 나무가 이룬 조화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왕벚나무가 순수 자생종, 즉 토종이라데 큰 자부심을 품게 되었다. 이 신선한 아름다움을 인터넷신문 인천 in은 “봄비에 산벚꽃이 꽃비 되어 경호 연못에 내리니, 물 아래 물고기가 꽃잎 물고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풍경을 보았다. 선경 그 자체였다. 무심히 바라다본 연못 물 위로 흰 구름 한 조각이 서쪽으로 비끼어 가고 있었다. 사월 명부전 앞 왕벚나무 연둣빛 꽃망울이 터지면 온 산이 술렁인다.”고 적었다.
  사찰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꽃과 나무들을 그리고 숲을 오랫동안 보호할 수 있었을까? 어떤 과학자는 아마 사찰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산림에서 원림이나 보호 수종을 잘 지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필자도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어찌 개심사뿐이겠는가? 강판권의 저서에서는 다섯 곳의 좋은 사찰 숲을 소개하였다. 38년 전에 출판된 ‘한국의 명산대찰’에서는 143곳의 사찰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 마찬가지 이리라. 어찌 이곳들뿐이랴. 오래된 사찰이라면 명산대찰이 아니라도 다 주변 숲을 지키고 나무 몇 그루는 잘 키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사찰이 생태관광의 적지로 선정하여도 괜찮을 것이다. 필자처럼 생태관광 애호가들은 문화와 생태가 잘 보존된 곳을 최고의 여행 적지로 보는데 산속의 사찰이 딱 맞는 곳이다. 더군다나 한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어디에나 있어 더 그렇다. 개심사를 다녀오면서 이젠 사찰을 소개하고, 이 숲과 사찰의 나무들을 잘 보호하고 사람들이 그 가치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사찰 주변 숲은 대개가 우리나라에서 보존이 잘 된 숲들이다. 사찰이 없었더라면 전쟁이나 개발로 사라지고 말았을 숲일지도 모른다. (충청남도 서산)

사찰 둘러싼 숲의 생태적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본 이가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필자와도 교분이 있었던 사찰생태연구가인 김재일 선생이다. 무려 7년 동안이나 산사의 숲과 계곡을 발품 팔며 꼼꼼하게 기록한 그였다.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냈는데 '108 사찰 생태기행' 시리즈로 나온 10권이 그것이다. 시리즈 가운데 첫 편인 ‘산사의 숲을 거닐다, 가을 1’에서 "설악산에서 볼 수 있는 곤충류 중에는 여러 종류의 딱정벌레들이 있다. 봉정암 경내에서 발견된 수염하늘소, 5층 석탑 주변에서 관찰된 산길앞잡이, 백담계곡 길에서 관찰된 홍가슴풀색하늘소 등이 모두 딱정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수염하늘소 애벌레는 천적인 새들이 다가오면 큰 소리를 내서 새들을 놀라게 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라고 적었다고 소개한 글을 읽었다. 그 눈길이 참으로 세심하고 따뜻하였다.
   또 이 시리즈를 펴낸 지성사에서 시리즈 소개에서 “경치 좋은 사찰을 찾아 단풍놀이를 떠나는 사람들의 길라잡이용 도서가 아니다. 우리의 자연을 생각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숲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고. 그래서 도시의 숲은 시민들을 닮고, 산사의 숲은 그 절에 사는 스님들을 닮는다.’라는 저자의 생각대로 우리 인간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산 또는 생명이 아니라 우리(사람)와 함께 숨 쉬고 우리와 어우러져 우리네 세상과 닮은, 그러나 그들만의 한세상을 꾸려가는 생명체로서의 이 땅의 숲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산사의 숲속 생태뿐만이 아니라 산사의 숲속에 또 다른 숲으로 존재하는 문화유산까지 생태적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기에, 절과 숲에 처음 눈을 뜨는 사람에게는 좋은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산하와 자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세심한 기록으로 다가설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글에서는 김재일 저자의 책을 통해 사찰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 온 숲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한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사찰 숲에 대해서 커다란 애정을 품고 있었지만 지나친 관광행렬로 사찰의 환경과 숲의 생태계 훼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였었다. 이것이 생태관광과 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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