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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책수집기<7>미술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수집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4.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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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 처음 산 미술책 가운데 하나가 ‘금성출판사’의 ‘현대세계미술대전집’ 가운데 한 권으로 기억된다. 나중에 네 권이 되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클레 / 피카소’ 편이고, 위의 그림은 책 케이스의 표지 한쪽에 있는 ‘피카소’의 그림 ‘아비뇽의 아가씨’다.

   『“제가 그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만큼은 아니지만, 꽤 자주 반복해 들어온 질문도 하나 있습니다. “혹시 미술 전공 하였어요?”입니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림 읽는 법을 깨우쳤나. 라는 칭찬의 뉘앙스가 담긴 날도 있었고, 비전공자의 견해는 그리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자격 검증의 뉘앙스가 담긴 날도 있었습니다.』 - 최혜진의 책 ‘우리 각자의 미술관’에서 인용 -
 
   미술에 대한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수집하다.

   무술의 경지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중국 무술영화를 보면 금방 알게 된다. 또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봐도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라는 것도 알게 된다.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러려면 무수한 연습을 하고, 지식과 나름대로 재능과 접목을 해야 가능한 한 듯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고수가 바라볼 때는 우스워도 아주 기본적인 일을 하는 이라도 본인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게 마련이다. 미술도 그렇다. 예술 분야는 단순히 연습과 경험만 가지고 안되고 타고난 감성이 들어간 예술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 같다. 한때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주변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약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한 번도 제대로 그 분야에서 학업을 하거나 체계적인 정진 노력을 한 적이 없으니 기본도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미술을 놓지 못하고 있는 필자의 이야기이다. 앞의 인용 글에서처럼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아는 체하는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고, 누가 “좀 알고 있네” 하고 인정을 하면 마음속으로 좋아하기도 했다.
   생물학과 입학 후 실험 실습에서 처음 한 일이 그림 그리는 일이었다. 연필을 뾰족하게 갈아 수직으로 스케치북 도화지에 찍어 점을 만들고 이 점들로 형상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일종의 점묘법인데 엄청 지루한 작업이었다. 태생적으로 방랑 끼와 온갖 것에 관심이 많은 필자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 필자보다 잘 그리는 학생들이 많았음에도 그림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처음엔 ‘유글레나(Euglena)’ 같은 단세포 생물을 그리고 점점 복잡한 구조로 다가가고 나중엔 개구리를 해부하여 그 장기까지 그렸다. 한 학기 수업이 많은 그림을 그리진 않았지만 그림 그리는 일에서 멀어질 뻔할 정도로 재미를 못 느꼈다. 그랬어도 틈만 나면 사람들의 옆얼굴도 그려보고 풍경도 그리는 일을 자꾸 하게 되었다. 개인신상을 적는 경우가 생기면 취미란에는 ‘그림 그리기’라고 적었고, 특기 난에는 ‘수영’을 썼다. 가끔은 특기 난에다 ‘그림 그리기’라고 한 적도 있었다. 취미로 생각할 정도로 가끔 그림을 그리긴 했어도 완성된 그림을 제대로 그려본 적도 없었고, 그리다 보면 늘 한계를 느꼈다. 어떤 때는 “미술 전공을 해야 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미련이 있었다. 그렇지만 결론은 늘 “아니다!”였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진짜 취미로 그림을 배워보자고 작정을 하고 고민을 마감하곤 하였다.
   청계천을 출입하면서 주로 단편 소설이나 해양과 자연 관련 책을 찾을 때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미술 전집이었다. 그중에서도 금성출판사가 1973년에 초판 발행한 ‘현대세계미술대전집’이 가장 맘에 들었다. 세계적인 대가들의 그림을 보면 미술에 대한 이해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래서 12권으로 된 전집 전체를 중고로 사기에는 벅차 한 권씩 낱권으로 네 권을 샀다. ‘제1권 마네 / 모네, 제3권 드가 / 로뎅 / 부르델, 제7권 클레 / 피카소, 제8권 브라크 / 레제 모딜리아니 / 유트릴로’가 그것이었다. 현재 제1권을 제외하곤 다 개인 서재에 있다. 이렇게 한 권, 두 권 구하고 얻고 산 국내외 대가들의 그림 집이 이젠 수십 권이 되었다. 이런 수집벽이 ‘연체동물 그림’ 수집으로 그리고 나중엔 어해도(魚蟹圖)가 있는 민화(民畵) 서적 수집으로 이어졌다. 연체동물은 우리가 보통 조개나 패류(貝類)라고 하는 물에 사는 생물무리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홍합이나 바지락 등이 속한 조개류, 전복이나 피뿔고둥 등이 속한 고둥류, 낙지, 문어, 오징어 등이 포함된 두족류 그리고 군부류와 뿔조개류를 말한다. 그리고 어해도는 주로 물고기를 그린 그림인데, 어떤 그림에는 조개와 고둥 그리고 가끔 이지만 두족류가 경우가 있어서 수집을 하게 되었다. 연체동물은 필자가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연구 대상 생문군이었다.

책장 칸 중간에 있는 ‘크로키의 기법’과 ‘유화의 기법 II’는 미술 공부를 틈틈이 하고 싶은 생각에 산 ‘미술기법 시리즈’ 중 두 권이다. 필자의 서재 책장에는 미술 관련 책만을 있는 칸이 열 개 정도 된다.

   대가들의 그림을 보아도 그림을 보는 시각이 나아지지 않고 그림에 대한 해설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이론에 관한 공부를 더 해보자는 생각에 미술사조 요약집을 구해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미조사’에서 1976년에 발간 13권 전집으로 ‘미술기법 시리즈’였다. 처음엔 이 전집을 보고 환호하였다. 새 책과 다름없는 정도로 흠 하나 없는 거의 완전한 것을 가진 곳은 마침 단골 책방 한 곳뿐이어서 과감하게 구매하였다. 정가가 43.000원인 것으로 보아 적어도 30,000원 이상을 주고 산 것으로 보인다. 아마 1978년경일 것이다. 큰돈이었다. 당시 형편으로 미술책을 그것도 전집을 산다는 것은 누구도 이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집에다 잘 숨겨(?) 놓고 두어 권씩 군 내무반으로 가져와 관물함에 넣어두고 읽었다. 이때는 군에서도 말년이고 파견을 나와 있던 시기라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미술기법이나 그리는 방법을 기술해 놓은 책인데 도구도 없고, 실습하지도 않으면서 글로만 읽는 것에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위 전집과 기법 시리즈는 이사할 때마다 제일 먼저 챙기는 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화 기법’ 등 4권만 남아있다. 그래도 미술책은 위안이 필요할 때 늘 친구가 되었다. 또 그림 그리는 수준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미술과 인연은 작은 자부심으로 남아 미술과의 끈을 계속 이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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