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세상의 기도

- 박규채(김천대학교수) -



우리는 늘 그 자리인데 또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세월의 그림자속에 안주하지도 않고

뛰던 발걸음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새해에 알에서 깨어나는 아픔을 딛고

희망찬 세상밖으로 나왔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떳떳하게 하루하루를 엮어 나가게 하소서.

나를 사랑한 사람도 나를 공격한 사람도

다 용서하며 하나되어 살게 하소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게 하소서.

삶이 우리를 아프게 속일지라도

늘 감사의 기도만 드리게 하소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게 하소서.

만남과 이별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는

한 하늘아래 한 땅위에서 살고 있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 한마리 앉아있지만

곧 새싹이 나고 잎이 무성해지리라 믿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버들잎 띄우며

물 한그릇 드리는 처녀의 수줍음으로

우리도 이웃에게 관심갖는 여유를 허락하소서.

사랑 받은만큼 사랑을 돌려주게 하시고

사랑 주는만큼 더욱 성숙되게 하소서.

오늘 하루도 피로에 지쳐 잠자리에 누우면

하루에 보람됨에 흐뭇한 미소짓게 하소서.

기쁨으로 말하고 사랑으로 화답하는

기쁨과 사랑의 전도사가 되게 하소서.

우리는 이미 충분한 축복을 받고 있습니다.

삶의 순간마다 찬란한 기쁨이 충만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생의 마지막 날에

모든 사람들이 슬피울 때

우리는 살며시 미소짓게 하여 주소서.





<박규채 교수 webmaster@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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