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이라곤 없어보이는 묵직하고도 유장한 붓놀림은 언제나 살아 기운이 생동한다"는 평을 듣는 서예가 평전 정운기(42).



성포동 현대1차 아파트 인근에 있는 그의 작업실이자 삶터로 운영중인 '먹그림집'은 언제나 한지와 붓 먹 냄새로 가득하다. 코끝을 은은하게 감도는 녹차 향이 옛 토기나 문방사우(文房四友)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이미 3년전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졸업'한 그가 안산에 둥지를 튼지 2년만에 국전에 입상한 제자를 한꺼번에 3명이나 배출시켜 서예계 안팎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1일 발표된 제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에 그에게 '붓질'을 배우고 있는 문하생 김영희(45) 김영우(39) 박경구(39)씨가 나란히 입상한 것.



하루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는다는 문하생들의 열정어린 노력도 컸지만 철저한 기본의 수련과 함께 정교한 '붓의 운용기법'을 강조하는 평전의 세밀한 가르침의 결과다.



평전이 처음 붓을 잡은 건 초등학교 5학년때. 서예와 한국화로 시작한 뒤 우송헌 김영삼 선생을 만난 인연으로 독특하고도 깊은 수묵의 무궁무진한 변용에 빠져 16년째 문인화를 그리고 있다.



"사물의 형체가 아닌 그 뒤에 숨어있는 정신세계를 끄집어 내 화폭에 담아야 합니다. 그래서 문인화엔 한국의 '여백의 미'가 가장 잘 담겨져 있죠" 그가 유달리 문인화의 묵향에 흠뻑 빠진 이유다.



화폭 위로 확 풀려나가는 먹의 무한세계에 취해 그리고 힘이 닿는 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인화의 멋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에 그는 오늘도 '붓질'을 한다.

먹그림집: 402-9966

성포동 현대A상가 207호





<강형민 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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