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의장단 선거는 역설적이게도 '의장'보다는 '이대근 의원'의 거취에 더 관심이 쏠렸다. '세'에서 앞선 한나라당계 장동호 의원의 무난한 의장당선이 예견된 탓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계인 이 의원이 한나라당계의 정략적 지원을 어느정도 받을 수 있을것인지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이번 선거는 '이대근 의원 구하기'에 나선 한나라당가 '빚'만 짊어진 채 막을 내렸다. 부의장에 이어 도시건설위원장 선거에서도 낙선한 이 의원으로선 '상처'만 안게된 선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계는 장동호 의원의 안정적 지지표를 다지기 위해 민주당계인 이대근 의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의장단 자리보장 카드'를 약속했지만 이 의원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건 한나라당계의 전폭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 의원은 부의장과 도시건설위원장 최종선거에서 각각 9표를 얻는데 그쳤는데 한나라당계 표가 13표 정도로 분류된 것을 감안하면 한나라당계 의원 4~5이 이탈표를 던졌다는 추론이다. 한나라당계 상당수 의원이 '당론'을 비켜가며 결국 한나라당계 내부에 내홍만 불러일으킨 셈이다.



그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의장단'으로서의 무게감에서 이 의원이 다소 밀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한나라당계 지지로 돌아선 이 의원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비한나라당계 의원들의 반발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의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다시 상임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에도 이런저런 뒷말이 많다. 부의장 출마자가 상임위원장직에까지 나서는게 '관례'나 '이치'상 올바른 처신인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그것이다.



때문에 초선인데다가 도시건설위원회 경험이 없는 이 의원이 도시건설위원장에 나선 것에 불편한 심기를 느낀 상당수 한나라당계 의원들이 이탈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감투'를 '당근'삼아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타 당 의원 끌어오기의 잘못된 병폐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지를 담보로 다른 자리를 보장받는 이른바 '보험처리 관행'이 의장단의 합리적 배분을 원초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뜻밖의 결과'로 도시건설위원장에 선출된 한나라당계 심정구 의원이 당선소감에서 "기쁘기보다는 죄송스런 맘이 앞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강형민 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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