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전쟁이 있다. 그런데 이 중 재미있는 전쟁이 하나 있는데 바로 똥 때문에 생긴 전쟁이다. 발단은 이렇다. 태평양연안의 페루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진차(Chincha)군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사람이 살수 없는 이 섬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가마우지나 펠리컨, 그리고 모든 새들의 낙원이 되어있었다. 새들의 배설물 덩어리인 구아노(guano)가 수백미터 높이로 산처럼 쌓여 있었다.

(#file1#)그리고 3백년이 지난 다음에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구아노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1840년대부터는 증기선의 사용으로 머나먼 곳의 구아노를 유럽으로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오랜 내전으로 나라가 조각나 있었던 페루는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다. 똥벼락을 맞은 것이다. 그래서 페루는 국가 채무를 갚아버리고 금융자본의 조언에 따라 설탕플랜테이션에 투자했다. 더구나 구아노를 담보로 마구 돈을 빌렸다. 그래서 페루는 남아메리카 최대의 채무국이 되었다. 그래서 1876년에는 ‘세계를 뒤흔든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게 된다. 진짜 똥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유럽은 구아노가 떨어져가자 다른 질소공급원인 질산염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래서 페루와 칠레의 국경지역에서 진차 군도보다 훨씬 많은 구아노가 발견되었다. 잠깐동안 횡재처럼 보였던 이 구아노는 태평양전쟁(1879~1883)을 부르게 된다. 5년간에 걸친 이 피비린내 나는 똥전쟁으로 페루는 황폐화되고 영토를 빼앗기고 원래 땅의 소유주였던 볼리비아는 해안을 잃고 만다. 그런데 이 전쟁은 사실은 페루와 영국 및 미국과의 전쟁이었다. 1876년 페루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구아노산업의 국유화를 진행하자 칠레를 대리인으로 전쟁을 진행한 것이다. 페루는 뜻하지 않게 횡제를 한 셈이지만 이 구아노의 저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유럽자본의 조언대로 진행된 칠레의 경제는 파탄 나고 재정위기가 온 칠레정부는 1888년 구아노의 국유화를 진행했고 곧이어 칠레는 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이 지원하는 반군들은 정권을 장악한 후에는 다시 미국과 영국의 것이 되었다. 20세기의 석유전쟁이 있었다면 19세기에는 똥전쟁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페루인들은 물고기를 돈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가축의 보조사료로 쓰이는 어분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다. 다시 가난해진 그들은 농경지에 쓸 화학비료를 사기 위해 이런 수고를 하고 있다. 아주 대표적인 것이 이 똥 문제지만 자원에 대한 착취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남들만의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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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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