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보험’제도는 왜 필요한가 ?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집안일들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많은 일들을 겪어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병든 부모를 모시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도 그 중 하나이다.
부모에게 중풍(뇌졸중)이나 치매 등의 중증질환이 발생 하였을 때 간병이나 수발은 자식들(며느리까지 포함하여)이 해야 된다는 것이 과거에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병든 부모를 자진해서 모시는 쪽 보다는 서로가 떠넘기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런 일로 가족 내 불화가 생겨서 소원해 지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자진해서 열심히 간병과 수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알력이나 가정 내 불화가 자주 나타난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스스로 몸을 돌보지 못하는 노인들에 대한 가족 내 지지는 점점 더 회피되어 지고 있다. 그리고 방치되는 상태가 늘어나고 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보건. 의료영역의 기술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월 역시 길어져 가고 있다. 그래서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 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나라 역시 최근에 와서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령화 사회가 되었다.고령화가 진행 되면 치매,중풍등의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이 동반된다. 한편 사회가 변화하면서 가족 역시 이전의 대가족사회에서 핵가족화 된 상태로(홀로가족도 많아지는 것 같다) 되었다. 또한 여성들의 사회참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부 또는 모에 대한 수발이나 간병이 필요한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그 기간도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가정에서 가족이 돌본다는 것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동안 나온 것들이 유료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이었다. 현재 이러한 시설들은 중산층이나 서민들로서는 비용(월 100-250만원, 또는 그 이상)도 부담하기 힘들지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과 대안의 부족은 노인의료비의 급격한 상승으로도 나타났다. 1995년 노인의료비(건강보험과 관련하여)를 보면 약 7,000억 원 정도 이었던 것이, 2001년에는 약 3조6,000억 원 으로 증가하였고, 2003년에는 약 4조 3,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었다. 그대로 둔다면 노인의료비의 상승을 건강보험재정이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노인요양보험제도는 이러한 문제들 속에서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

노인요양보험제도의 개념(또는 목적)은 “신체적,지적,정신적인 질병 등으로 인해 의존상태에 있는 노인 또는 생활상의 장애를 지닌 노인에게 장기간(6개월 이상)에 걸쳐서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도와주기 위해 제공되는 보건,의료,요양,복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관련된 전문가들만이 논의해왔던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처음으로 공식화 된 시기는 2003년 3월 ‘공적 노인요양보장 추진 기획단’을 구성하면서부터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번의 논의 및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와서는 그 얼개를 거의 만들어 가고 있는 상태이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최근에 발표된 노인요양보험 관련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적용대상자에 대한 것이다. 3단계로 적용대상을 넓혀 간다고 계획하고 있으며 간략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2007년 7월~2010년 6월)에선 65살 이상 노인 중 건강보험 대상의 경우 요양이 필요한 최중증 6만 명에게 우선 노인요양 보험을 적용한다. 의료급여 대상 극빈층의 경우 최중증과 중증을 포함해 3만 명에게 적용한다. 2단계(2010년 7월~2013년 6월)에는 65살 이상이면 경증까지 포함해 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51만4천명 모두에게 확대 적용하고, 3단계(2013년 7월 이후)에는 대상 연령을 45살 이상으로 확대해 89만 명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둘째로 재원조달 방법에 대한 것이다. 요양 보험료는 전체 재정의 40%를 부담하는 선에서 책정되어 요양보험 시행 첫해인 2007년에는 한 가구당 매달 2,054원을 내고, 2단계로 전면 확대되는 2010년에는 9,326원으로 인상하도록 했다. 나머지 보험재정은 정부 지원 40%와 수혜자 본인부담 20%로 조달하기로 했다. 셋째로 시설과 인력 등에 대한 방법들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내용들은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제까지와 같이(실제 2003년3월 이후 이 제도의 얼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변화와 추가가 불가피 할 것이다. 간단하게 생각을 해봐도 노인요양보험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많은 난관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앞에서 본 내용을 보면 전 국민이 보험금을 내는데 시행 첫해인 2007년에는 한가구당 매달 2,054원이던 것이 2단계로 확대되는 2010년에는 9,326원으로 4-5배가 금방 뛰게 된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이용의 증가를 예상해 보면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급격한 보험료 상승으로 인한 국민적 저항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이용의 급격한 증가로 재원조달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현재 노인요양과 관련하여 이용할 시설과 인력은 미비한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몇 년 내에 이를 급격하게 확대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양적인 확대와 함께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그동안 제기 되어 왔던 문제이긴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이 제도가 차상위 계층을 비롯한 빈곤층을 방치하지 않고 함께 해 나갈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외 많은 문제가 있을 것 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변화에 맞춰서 불편한 곳이 있는 노인들이 노인요양보험제도를 통하여 방치되지 않고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제도 도입은 빨리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빨리 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인요양과 관련된 사업들이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혹 돈벌이의 수단으로(실제로 많은 눈들이 실버산업이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쏠려있다는 소문도 있다)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만 할 것이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요양시설에서 요양을 받는 사람들이 ‘삶이 다하는 날까지 존중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될 일인 것 같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이 제도를 유용한 쪽으로 정착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눈을 크게 뜨고 잘 지켜보는 것과, 적극적으로 참여 하는 것이 아닐까 ?

안산 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 부설 새안산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이 재 광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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