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수필가 이재중씨(68·안산신문 논설위원)가 이번엔 세계 각국을 누비며 마음에 새겼던 이야기들을 묶어 여행 체험기를 냈다.



삶이 너무 빡빡하다는 생각에 틈만 되면 배낭 달랑메고 여행길에 오른다는 그는 세계여행에 관한한 ‘선수급’이다.



도서출판 푸른사상을 통해 내놓은 그의 여행 체험기 ‘꿈과 낭만이 있는 세계로’는 고스란히 한권의 ‘지구본’이다. 아시아 지중해 유럽 북미.....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솟구치는지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이 책에 소개하는 나라만 20여개국에 이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했던가? ‘노(老) 여행가’의 열정앞에 존경어린 웃음이 입가에서 거미줄처럼 흘러 나온다.



삶이 풍족해서 인가? 아니면 여유가 있어서? 해외여행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나라에도 경치 좋은 곳 음식 맛있는 곳 많은데 왜 해외로 나가는지 묻자 “사람 사는 모습이 궁금해서...”라는 짧은 답을 내뱉는다. “세상 밖으로 나가보니 정말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가지각색 모두 다르더라구요” 인생의 황혼기에 인간의 존재가치와 삶의 의미를 되씹어보고 싶었다는게 ‘노(老) 수필가’의 설명이다.



그는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패키지 여행’을 주로 즐긴다. 미리 정해진 일정대로 현지 도우미의 설명을 곁들일 수 있는데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묘한 흥분도 패키지 여행의 별미다.



나이탓인가 싶지만 무엇보다 정상적이지 못한 ‘시력’ 때문에 젊은이들이 즐긴다는 ‘배낭여행’은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지난 85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망막을 다친 뒤 세 번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한 뼘 앞을 보는 것 조차 버거운 그는 ‘시각장애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가장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내(박명규)다. “아내는 나에게 세상의 빛과 같은 사람이죠. 아마 아내가 없었다면 외국에 가서 길을 잃어버려 국제미아가 됐을런지도 모를 일인걸요” 마치 밀월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연신 쏟아내는 그의 입가에 흐르는 잔잔한 미소가 정겹다.



‘추억’은 남지만 ‘기억’은 아스라이 사라지는 것 같아 여행에서 느낀 기억들을 글로 새기기 시작했다. 쉽게 갈 수 있는 아시아 기독교와 회교문화가 만나는 지중해 알프스의 설경과 르네상스 문화가 숨쉬는 중부유럽 바이킹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북부유럽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떠나보는 동부유럽 한 폭의 자연화속에 펼쳐지는 파노라마 같은 북미주 등 모두 여섯 권역으로 나눠 그가 발품 팔아 얻은 여행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상해 마닐라 홋카이도 하노이 등 인근 도시는 물론 이스탄불 마드리드 융프라우 스톡홀름 밴쿠버 부다페스트 그리고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상 이야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겨있다.



“이미 다녀왔다면 잊었던 기억을 되찾아 주고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정보를 제공해 주며 이런저런 형편 때문에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리만족’을 줄 수 있도록 생생한 체험의 느낌을 실감나게 엮었다”게 그의 여행 체험기 출간 설명이다.



이번 여행 체험기 출간을 기념해 10월 7일 늦은 6시 상록수역앞 웨딩플렉스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2000년 문단에 등단해 지난해 ‘제12회 순수문학상’을 받았으며 수필집 ‘당신은 왜 삽니까?’’삶의 그림자’를 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ilbo.com>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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