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회 박정호(58·열린우리당·사진) 부의장은 요즘 그 어느때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잠시 눈을 감으면 밀려오는 행복감에 바쁜 의정활동의 피곤함도 잊는다. 4년 임기동안 의정활동비로 받을 월급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쾌척하기로 결심한 뒤 생긴 삶의 변화다. 소박하고 진솔한 모습 때문일까. 투박하고 큰 그의 '손마디'보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더 커보인다.

박 부의장은 “시의원에 당선되면 소외계층을 위해 살겠다"는 선거 당시 자신과의 약속을 틈만나면 되뇌인다. 시의원 월급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처음엔 남들이 오해할까봐 뜻을 갖고도 말을 하진 못했습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한 행동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요” 당선된 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에 만족한다며 털어놓은 그의 속내다.

그는 아예 자신의 월급 통장을 안산시 사회복지과에 맡겼다. 지난달 처음 받은 월급 300만원 가운데 각종 세금을 제한 뒤 입금된 253만원은 안산시 ‘작은 사랑 큰보람 나누기 사업’기금으로 편입돼 사회복지시설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장학금, 소외계층 생활비 등 22개 단체(개인)에 지원됐다.

“시의원은 사회 그늘진 곳을 밝히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보듬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의정비를 성금으로 기탁한 것은 삶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수혜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저의 작은 실천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정당공천제 등 현 지방선거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도 숨기지 않는다.

“시장이나 시의원이 특정정당에 소속되도록 한 현 선거제도는 문제가 많습니다.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특정정당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개연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시의원은 지역에서 열심히 봉사한 일꾼을 뽑는 것인데 정당공천제로 하다보면 이의 통로가 막힐 수 있습니다” 중선거구제와 정당공천제를 택한 현 지방선거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부의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앞서 시의회내 최고연장자로서 ‘맏형’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

“정당공천제로 구성된 시의회다 보니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무슨 일이든 서로 협의하고 절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초선의원이 많이 진출했지만 열심히 배우는 자세로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의회가 되도록 ‘맏형’의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박 부의장은 옹진군 시절부터 대부도에서 6대를 살아온 토박이로 무보수 명예직이던 1대 안산시의회 의원을 역임한 뒤 ‘3전 4기’ 끝에 5.31 지방선거에서 호수동·고잔2동·대부동을 지역구로 5대 시의원에 당선됐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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