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따라 우리 경제도 유례없는 물가상승과 더불어 급격한 소비 위축, 실업의 증가, 각종경제 지표의 악화, 무역 수지 및 경상수지의 적자 등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지난 외환위기 직전 상황을 방불케 한다는 일부 여론이 떠돌게 되자 정부는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인「피치」,「S&P」,「무디스」등이 발표한 “한국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때와는 많이 다르다” “9월 위기설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이다. 지금 자금난 소문에 휩싸여 있는 기업들은 적극적인 자구 노력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자금난 소문이 오해라면 그 오해를 확실하게 풀 수 있는 정보와 자료를 내 놓아야 한다. 우리 내부의 불안요소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우리 경제가 선방(善防)하고 있다”는 소리를 늘어놓아서는 안된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과 행동을 보고자하는 중요한때 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대선(大選)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 정권의 실상과 문제점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분석해서 차기정부의 정책 자료로 제출하며 정권을 인수, 인계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신임 대통령이 구성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S여대 총장인 L씨를 인수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조직을 구성했는데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서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들이 한 일중에 중요한 일은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기러기 아빠 문제를 영어 공교육을 통해 풀겠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는 밖과의 의사소통에 유일한 무기다. 똑같은 실력이라도 영어를 잘 구사하면 기회가 더 주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몰입교육”(영어이외의 과목도 영어로 수업 하는 것)을 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한 후 “오는 2013년까지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전문교사 2만3천명을 채용하고 영어 공교육 강화를 위해 5년 동안 총 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0년 동안 배워서 입도 벙긋 못하는”영어 교육을 확 고쳐서 “고등학교만 나와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영어공교육 문제로 밤낮을 지새우며 시간을 보내다가 막상 신임 대통령이 취임 했을 때에는 국무회의를 구성할 수 없어서 전 정권의 국무위원 몇 명을 빌려와야 하는 촌극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자 막혔던 문제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국제 원유가와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세계 경제는 곤두박질을 쳤다.
인수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돌아볼 겨를도, 실력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 대책도 채워 넣지 못했다. 서울광장과 시내주요 거리에서는 3개월 동안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촛불이 춤을 추었다.
이른바 광우병 대책 행사이다. 여기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쇠파이프와 방패가 부딪고 물대포가 물을 쏘아댔다.
대통령은 수십만 개의 촛불을 “밤중에 인왕산 중턱에서 바라보면서 깊이 반성했다”고 TV에 나와 사과했다. 그 후 시위가 격화되자 강경 진압 방침을 밝히면서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 일부 종교 세력은 “정부에서 종교를 폄하 한다”면서 대통령의 사과와 경찰청장의 파직을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연일 정부의 무능함을 방영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안보, 노동, 대북관계 등에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업친데 덮친 격으로 심각한 경제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지금도 이 정부는 “영어만 잘 하면 나라가 잘 된다고 착각하는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법과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시기에 인수위원회의 미숙한 아마추어리즘으로 준비 안 된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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