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건설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안산시 통과구간을 박스로 덮어 최소한 반지하화 건설방식을 줄곧 요구해 왔던 안산시가 그냥 지상으로 운행하는 안을 전격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수인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지난 수년간 지하화를 요구해 온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사업추진이 계속 주춤해 왔다. 지난 95년 시작돼 당초 올해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착공조차 하지못해 2015년으로 개통이 연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산지역에서는 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철도시설공단의 수인선 지상화 계획에 맞서 대책위까지 구성해 수년동안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산구간이 지상화로 건설되면 수만 볼트의 고압선이 지나가고 3~4미터 높이의 방음벽이 설치돼 도심이 동서로 단절되는 도시 기형화와 지역공동체의 파괴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런 범시민적 반대운동을 불렀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지상화 건설방식 쪽으로 흐름이 왜 바뀌는 것인지 당혹스럽다. 시는 사동 본오아파트~이동 한대앞역까지 2.72km 구간에 대해 2.64m 정도 굴착하기 때문에 이른바 반지하화 형식이라는 논리지만, 노선에 박스를 덮지 않고 지상으로 운행하는 것은 분명 지상화로 봐야 옳다.

아무리 주변을 방음벽으로 에워싸고 녹지를 활용한다 해도 전철이 지상으로 운행하게 되면 소음 등으로 인한 시민의 생활피해는 막을 길이 없다. 시는 일정 깊이로 노선을 굴착하고 옆에 방음벽도 설치해서 소음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운행에 따른 피해가 전혀 없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사업방향이 급선회한 배경도 의문이다. 도시의 단절성, 소음 피해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은데도 철도시설공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적어도 내년 본격화되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판단 아니겠냐는 것이다.

수인선 사업은 말 그대로 국책사업이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벌이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생활환경을 파괴하며 도시의 기능을 단절시키는 사업이라는 결코 국책사업이라 할 수 없다.시민의 삶의 질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 역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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