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조선조 중기 유명한 서예가인 양사언(陽士彦)이 지은 시조이다.

누구든지 뜻을 세우고 끈기 있게 노력하면 못 이룰 리 없을 터인데 사람들이 아예 뜻을 세우는 것조차 포기하고 마는 것을 아쉽게 여기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국 대학교 사범대학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같은 학교에서 교육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인재(鄭仁載)교수의 이야기이다. 정 교수는 이 시대 노년기(老年期)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고등학교에 재학했을 때 째지게 가난했던 시절을 살아왔다.



며칠전 고등학교때 담임을 맡았던 은사님을 모시고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그는 그때 어려웠던 사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그때는 가정 형편이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수업료도 6개월 치를 못 냈어요. 졸업시험을 치르는 날인데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수업료를 못 낸 사람은 시험을 보지말고 집에 가서 수업료를 가져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책가방을 꾸려들고 교문을 나서는데 그때 교무실에서 제 뒷모습을 바라보고 계시던 선생님이 창문을 열고 어서 들어가서 시험을 치르라고 소리를 치시는 거예요. 그때 선생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졸업도 못할뻔 했습니다.』 말하는 동안 정교수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연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그렇게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졸업후 1년에 걸쳐 밀렸던 수업료를 분납했고 고교시절의 추억이 담긴 앨범 한 권을 구입하지 못해 이제까지 앨범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웠던 와중에서도 그의 꿈은 장래 제일가는 수학자(數學者)가 되는것이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S대학 수학과에 합격했다.

그로부터 보통 사람들은 4년에 졸업하는 대학 교육과정을 그는 8년을 걸려 졸업해야만 했다. 학비가 떨어져 수업료를 내지 못하게 되면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 다음 학기에 등록을 하고 이런 일을 반복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로는 그의 끈기와 노력을 가상하게 여긴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가 그렇게 갈망하던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문에 열중할 수 있었고 꿈에도 그리던 이학박사(理學博士) 학위를 받고 나서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다.



나도 그 당시 가정형편이 어렵기는 정교수와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그처럼 수업료를 미납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보다는 조금 나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늙으신 부모님과 장남으로서의 나의 위치 등을 생각해서 장래 이름 있는 문필가와 언론인이 돼 보겠다던 꿈을 접고 대학진학을 아예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중간에 야간대학에 입학해서 2년 간을 다녔으나 소방공무원으로 취직이 되면서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해야하는 근무체제의 특성상 학교에 나가기가 어려워지자 그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로 눈의 망막을 다쳐 1미터 50센티밖에 있는 사람은 형체만 보일 뿐 뚜렷한 윤곽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내가 가졌던 인생의 목표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이라도 닦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인지 63세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했으니 문학가가 되고 싶다던 꿈을 이룬 셈이고 이렇게 안산신문에 칼럼을 집필하는 논설위원이 되었으니 언론인이 되겠다던 소원을 이룬 셈이다.



오늘 청운의 뜻을 품고 학창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명심보감에 나오는 다음 말씀 한마디를 전해주고 싶다. 주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그 가난 때문에 자기가 가진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집안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그 부유한 것을 믿고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이 만약 부지런히 배우고 노력하면 자기 몸을 세울 것이며 부유한 사람이 부지런히 배우고 노력하면 그 이름이 더욱 빛날 것이다』



-이재중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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