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은 그 특성상 많은 유지관리비용이 드는 바 이를 건설 운용하려면 그에 맞는 입지조건과 상황이 필요하다. 일본 돔구장의 경우 오랜 프로야구 역사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오사카돔의 경우 2005년 운용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현재 일본의 돔구장들은 대체로 현상유지 내지는 다소의 이익을 내고 있다고 보이나 이 또한 그들 나름의 경영개선 노력이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인 돔구장은 요미우리자이언츠 구단이 본거지를 삼고 있는 도쿄돔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특수한 상황이라 논외로 하고 삿포로돔, 오사카돔, 세이부돔을 중심으로 분석하면 안산시의 조건이 얼마나 그들과 거리가 있는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인구의 문제

현재 우리나라 프로야구단 8개가 연고를 삼고 있는 지역은 예외 없이 광역시다. 서울에는 3개구단이 있고, 인천, 대전, 부산, 광주, 대구에 1개 구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최소 인구100만이상으로 잠재적 수요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 울산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에 프로구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인구가 프로구단입입지의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프로구단 연고지를 살펴보면 인구100만 이상의 대도시나 대도시밀집지역이다. 비교적 소규모라 할 수 있는 세이부돔의 소재지인 도코로자와시의 경우 인구가 33만이나 거대 인구를 가진 동경도에 바로 인접해 있다.

이에 비해 안산시의 인구는 불과 70여만으로 비교해 매우 적다. 안산시가 주장하는 것처럼 주변도시의 인구를 포함해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안산 인근의 시흥, 군포, 안양, 부천, 수원, 과천, 광명 등이 있지만 이 인구 또한 365만으로 일본과 비교할 때 그다지 큰 숫자는 아니다. 일본의 경우 후쿠오카돔이 자리한 후쿠오카현의 인구는 약 500만명이며, 세이부돔이 자리한 사이타마현이 700만, 인접한 도쿄의 타마지구가 400만으로 1,100만 정도다.

안산시는 서울과 인천도 잠재적 수요로 보고 있으나 서울 고척동 돔구장 건설계획과 인천 문학경기장의 시설을 고려하면 이를 잠재 수요층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현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의 사직구장과 엘지트윈스, 두산베어스의 잠실구장, 에스케이와이번스의 문학경기장 입장자 수는 다름 구장을 압도하고 있다. 부산 사직구장의 경우 올해 1만 9,000명으로 가장 많지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삼성도 단 한 번 관중 동원 1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9번 우승에 빛나는 해태타이거즈의 연고지 광주구장은 단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광주구장의 올해 평균관중 8,800명) 이는 단순히 구장 크기와 관련시켜 생각하기 어렵다. 광주구장의 점유율은 60%로 부산사직구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가 있는데 하필 안산 같은 중소도시에 돔구장이 생기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이 돔구장을 직접 만든다고 오해한 사람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렸다고 한다. 자신들도 역시 기왕 돔구장을 지으르면 대도시에 짓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잠재수요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프로야구 인기의 문제

잠재적 수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해당 종목의 인기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도쿄돔을 유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쓰던 니폰햄파이터즈는 가장 인기 없는 구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삿포로로 연고지를 옮기고 나서 그 지역의 심벌 같은 존재가 돼 사랑받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롯데자이언츠가 성적과 관계 없이 많은 관중을 몰고 다니듯 지역의 상징이라는 의미와 일본프로야구의 전국적 인가가 결합해 성공한 경우라 볼 수 있다.

이렇듯 프로야구의 인기는 단순히 야구자체의 인기만이 아니라 애향심, 향토의식과 결합해 더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가 고교야구의 인기를 계승하고자 각 지역출신고교 선수들에 대한 우선 지명권을 프로팀에 부여하는 등의 노력으로 고교 야구의 인기가 프로야구로 이어졌고 프로야구의 성공의 큰 배경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프로축구가 프로야구만큼 관중을 동원하지 못한 것은 팀과 지역간의 밀착관계가 비교적 약해다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일본프로야구의 니폰햄파이터즈가 도쿄돔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사용하면서 지역 밀착기회를 거의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세이부돔을 쓰고 있는 세이부라이온즈의 경우 1980년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 인근이라는 점이 오히려 지역 밀착성을 어렵게 만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례도 있다. 세이부라이온즈의 사례는 인근에 대도시를 두고 더욱이 그 지역에 인기 있는 프로구단이 자리 잡았고 있는 안산을 볼 때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오사카돔을 근거지로 한 킨데츠버팔로즈는 오사카를 잠재 지역으로 하고 있음에도 한신타이거즈라는 팀과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한 것이 원인이 돼 매년 200억엔이라는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다 2005년 결국 이치로스즈키를 배출한 코베오릭스에 흡수 합병되었고 오사카돔을 운영하는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른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안산의 야구열기가 부산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뜨거워지거나 비슷할지는 의문이다. 또 안산에는 프로구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운용방법의 문제

일본 돔구장들이 수입을 내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프로구단의 유치, 콘서트 등 각종 이벤트 유치, 일반인 개방, 부대설비의 운영이 그것이다.

삿포로돔의 경우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동시에 연고지를 갖는 세계유일의 구장이다. 70%의 돔구장 가동율을 높혀 경영효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삿포로돔을 운영하는 (주)삿포로돔은 홈페이지 결산보고를 통해 매년 3억엔 안팎의 흑자를 올리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반면에 연고팀이 없는 오사카돔의 경우 다른 팀들의 홈게임을 일부 유치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효고현을 근거로 한 최고 인기 구단인 한신타이거즈와 현재 오사카돔을 소유운영하고 있는 오릭스의 오릭스버펄로즈의 일부 홈경기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돔구장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는 돔구장에 있어 연고 프로구단 유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안산의 경우 이미 세워진 종합경기장인 와~스타디움에도 제대로된 프로구단이 유치되지 않은 마당에 기존 프로야구단의 안산이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신생구단의 창단도 기대하고 있지만 2개 구단이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약 상 곤란한 상황이다. 거기에 히어로즈 구단이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는 마당에 신생구단 창단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부대행사도 돔구장을 사용할 정도라면 대규모로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과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안산에서 개최될지도 의문이다.

운영 직접 수입의 문제

일본프로야구경기의 입장료는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돔구장 운용비는 일본에 비래 적게 들것이라 예상하지만 현격한 차이가 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접근성의 문제

전철 4호선이 지나가는 안산의 현재의 상황만 보면 일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하다. 물론 신안산선과 수인선이 개통되면 개선되리라 기대하지만 일본 돔구장들이 근거지 도시 중심부에 가까운 것에 비해 주변도시로부터 관중 유입에 의존해야 하는 안산 돔구장의 경우 현 부지는 여전히 약점이다.

안산 돔구장은 썰렁하게 서 있는 와~스타디움의 재판이 될 수 있는 우려가 크다. 일본의 돔경기장들의 성공은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의 인기 기반, 강한 지역밀착성, 잠재적 수요의 존재, 용이한 접근성, 다각화된 시설운용방법 정착, 적절한 시설이용료 징수를 통한 수익 확보다.

안산의 경우 이러한 조건들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지만 일본의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본고는 일부 요약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증 자료나 내용이 생략됐음을 알려드립니다.

/민주노동당 부설 새 세상연구소 연구원 양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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