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출산율의 감소는 경제난 때문만이 아니라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존립자체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는 것이다.
출산율은 이렇게 낮아지는데 반해서 노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만큼 빠르게 진행되어, 10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 하기 시작하고, 이대로 가면 2100년에 현재 인구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어, 지금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 인구가 반(半)으로 감소하는 것을 경험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고 220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140만명으로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예상을 하고 있는 학자도 있다.
이런 저출산(低出産)문제는 세계적인 것이어서 선진 각국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를 예로들면, 임신7개월때 축하금으로 받는 863유로(약146만원) 출산에 따른 모든 비용은 무료이고, 출산후 아이가 20살이 될 때까지 매달 출산 장려금으로 128유로(약21만원)을 지급하며, 아이가 14살이 되면 20살까지 매달 추가 보조금으로 60유로(약10만원)까지 지급한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 한 사람이 20살이 될 때까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총21,263유로(약3615만원)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가 취하는 출산 장려책의 핵심은 “적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사례는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소한의 양육비만큼은 책임져 주겠다는 뜻이다.
덕분에 1994년, 유럽 최저수준(1.66명)이던 프랑스의 출산율은 지난 해에 2.02명으로 2.0의 장벽을 돌파 했다. 출산율 장려를 위한 유럽 선진국들의 정책은 프랑스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며 출산율 증가의 폭도 또한 같다.
노르웨이의 경우는 출산 휴가시 10개월동안 연봉의 100%를 지급하며 그 후 1년까지 연봉의 80%를 지급하고 출산시 남편에게도 1년정도의 휴가를 준다. 우리나라도 영,유아의 보육비와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액수가 작아 그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런데 출산율의 증가가 재정투입정도에 비례해서 이루어 지는것 보다는 그 사회의 의식과 관습에 많은 영향을 받는것 같다. 아이러니 하게도 출산율 1,2위 국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유럽선진국들이 아니고 후진, 빈국으로 꼽히는 아프리카의 니제르 공화국이 7.2명으로 1위, 아프가니스탄이 7.1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불과 몇십년 전 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신혼부부나 그 부모들에게 해주는 축하인사나 덕담 중에서 “아들 열만 낳아라” “부귀다남(富貴多男)해라.” “다남다복(多男多福)하라”는 내용이 으뜸을 차지 했었다.
농경사회이던 그때, 자녀를 많이 둔다는 것은 임금을 안줘도 되는 일꾼들을 많이 두게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고, 특히 아들을 낳게되면 결혼이라는 형식을 통해 일꾼 하나를 더 데려 오게되니 성대한 동네 잔치를 베풀게 되었다.
자녀들이 장성해서 노동력이 풍부해지면 가세(家勢) 또한 불어났고, 대가족제도와 주자학에 근거한 효친(孝親)사상이 사회를 지배했던 그 시절에 가장(家長)의 위치는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5,6남매는 보통이고, 8남매, 9남매의 다산(多産)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고, 대가족제도가 소가족제도로 변함에 따라 부모의 역할은 180도로 달라지게 되었다. 자녀들을 양육하기 위해 허리가 휘어야 했으며,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논과 밭과 기르던 소(牛)까지 팔아야 했다.
출가한 자녀들은 고비용의 사교육비등으로 저 살기에도 바빠서 마음은 있어도 부모를 돌볼 겨를이 없고,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많은 수의 아이를 낳을 마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은 의식과 관습의 개혁을 포함해서 광범위하게 문제를 검토한 후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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