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프로야구단도 없는 인구 75만 작은 도시 안산시에 때 늦은 돔구장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애초 논점은 흐려지고 돔구장 건설 찬성이냐 반대냐로 나눠 누가 옳은가 그른가 따지는 식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야구 이야기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돔구장은 야구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돔구장은 비단 안산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여러 차례 그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야구라는 운동은 날씨나 계절에 취약한 종목이다. 따라서 질 좋은 경기를 위해선 돔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1년 내내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 없이 가동할 수 있는 장점으로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스포츠 종목이나 콘서트 등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장점도 분명 있다. 또 그것으로 운영부담을 덜고 많은 이들이 스포츠, 쇼핑, 오락,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돔구장 필요한가

하지만 어느새 안산 돔구장에서 야구는 뒷전이 되고 있다. 요 며칠간 있었던 토론회에서는 돔구장의 필요성을 아예 부정할만한 이야기들이 계속됐다. 아마도 프로야구단 유치 문제가 난항을 겪자 이에 대한 대항 논리로 보인다.

16일 한나라당 주최 토론회에서 안산시의회 주기명 의원과 17일 방송토론회에서 강기태 의원은 "돔구장에서 야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며 복합시설에 초점을 맞춰 타당성을 설명했다.

17일 한양대학교 김종 교수도 "(돔구장에서) 1년 내 야구경기가 펼쳐지는 것은 70일 정도"라며 "돔구장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야구 이야기만 하니 짜증이 난다"라는 표현까지 했다.

안산의 계획도 그리고 돔구장의 의미도 야구에서 출발하는데 야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니 어불성설이다. 분명한 사실은 돔구장은 야구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머지는 엄청난 비용의 대형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활용방안이지 문화공연 등을 하기 위해 돔구장을 짓지는 않는다.

이분들의 말씀대로면 굳이 돔 야구장이 아니라 돔 종합경기장이 낫다는 결론에 봉착한다. 각종 문화행사와 전시회 그리고 이미 내셔널리그에서 활동하는 안산 할렐루야 축구단의 프로구단 전환 노력이 차라리 쉬워 보인다. 그렇다면 엉뚱할 수 있으나 '와~스타디움을 돔 구장화'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그리고 안산시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전국 최초가 필요하다면 '전국 최초 돔 종합경기장'이라는 타이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것으로 안산은 4계절 동안 육상, 축구, 콘서트, 공연 등을 비가와도 눈이 와도 할 수 있는 국내 어디도 갖지 못한 우수한 시설을 갖는다는 강점을 갖게 된다. 왜 따로 야구장을 지으려 하는가. 공단에 위치한 초라한 야구장은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시민들의 욕구가 반영되지 않은 엉뚱한 작품

돔구장 논란이 최근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애초 안산시가 돔구장을 기획 했을 때부터 문제는 계속 제기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본격 사업 추진이 예고되는 현재까지도 개선된 내용은 거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민의 욕구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도 한참 빗나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시는 "돔구장 건설에 찬성하는 의견이 75.9%에 이른다며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는 어느 지자체 아니 전국을 상대로 조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멋진 돔구장이 지어진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서 따져보아야 할 것은 과연 안산에 돔구장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시민들의 욕구가 돔구장으로 목말라 있냐는 것이다.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는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 우선돼야 한다. 아니 필요충분조건이 우선이다. 하지만 두 조건 모두 불안하다.

만약 안산의 안 좋은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한다면 기존 안산시가 가진 인프라를 충분히 이용하는 방향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야구장 하나 없고 프로야구에 대한 열망조차 불투명한 곳에 왜 돔구장을 지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변 야구팬 흡수와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라면 시민들은 들러리가 되는 것인가, 안산이 원래 야구에 대한 욕망으로 불타고 있었던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돔구장 이야기에 안산시민과 야구가 뒷전이 되고 있다.

주말이나 여가시간에 안산시민은 갈 곳이 없다. 녹지율은 전국 최고라고 하지만 시민들이 즐길만한 곳이 없다. 그 흔한 야외수영장, 놀이공원, 동물원, 야외극장도 없다. 그래서 흔히 '안산엔 갈 데가 없다'고 말한다.

돔구장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는 어렵다. 우선 돔구장은 그 형태상 고가의 입장료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야구 말고 즐길 거리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돔구장 이야기를 하면서 부산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현재도 가장 많은 누적 관중 55만명으로 8개 구단중 가장 많다. 그래서 부산 사직구장은 야구 열기를 비유할 때 항상 거론되곤 한다. 이러한 열기를 바탕으로 만약 부산에 돔구장을 짓는다면 이는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다. 설령 막대한 비용과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시민들의 요구라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예는 일부 비난여론 속에서 안산시가 24시간 운영하는 민원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을 비유할 수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행정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한다는 명분이 다른 모든 비판들을 상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돔구장이 시민들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 무용물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전국 최초라는 이유만으로 돔구장을 짓기엔 시민들의 욕구와는 빗나간듯 보인다.

그리고 돔구장이 있다고 해도 도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거나 공해․범죄 도시의 오명이 벗겨진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도시 브랜드는 시설이나 랜드마크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공해․범죄가 돔구장을 짓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시민의 자부심과 행복이 전국 최초 시설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돔구장 분명한 공공재 성격

하지만 시유지를 바탕으로 사업이 진행되며 5년이든 10년이든 민간사업자가 운영을 맡는다고 해도 결국 운영과 책임은 시에게 돌아온다. 민간투자로 지어지지만 분명 공공재 성격이다.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가진 것이다.

◆책임지는 행정, 참신한 아이디어 아쉬워

'할 수 있다', '된다', '잘 될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의지는 좋다. 하지만 시민과의 합의와 동의 절차 소흘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행정 절차는 훗날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좀 더 심사숙고하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쉽다.

그래도 정 지붕을 씌우고 싶다면 차라리 와~스타디움을 돔구장으로 리노베이션(철거 없는 개보수)하는 편이 현 논리상 가장 적합한 듯 보인다.

최영석 기자  admin@woorian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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