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지방 자치 단체에서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그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공공시설의 주차장 무료이용, 시(市)가 주관하거나 그 시설을 이용하는 각종 공연 및 체육경기를 무료로 관람하는 특전을 주고, 다섯째 이상 출산하는 자녀에 대해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이런 사항을 널리 알리는 홍보 대사를 둔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가 쓰는 출산 지원액은 파격적이다. 출산 양육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돈은 연간 883억유로(약150조원)로, 국내 총 생산(GDP)의 4.7%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우리는 영,유아 보육비로 GDP의 0.3%(2007년 기준)인 3조 2천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프랑스 지원액이 우리의 47배에 이르는 것이다.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 선진국 수준만큼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국방비로 써야하는 우리의 특수한 형편에 비추어 볼때 1인당 GNP가 4만 달러를 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경제적인 지원책 외에 그에 못지 않는 효과를 창출해 낼수있도록 우리의 의식과 관습의 개선을 통한 저출산(低出産)문제의 대책을 생각해 본다.

1.결혼제도에 대한 개선

대가족(大家族)제도에서 소가족(小家族)제도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자녀를 결혼시키고, 그들이 살 집과 살림 살이를 마련해 주었는데, 그 재원은 그들자신이 대가족 제도아래서 벌어놓은것을 나누어 준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관습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 소가족(小家族)제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난 오늘, 자녀를 출산하게 되면 양육하고, 교육시키고, 성인이 된후에는 결혼해 분가(分家)를 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은 모두 부모들의 몫이 되었다.

예단과 혼수로부터 시작해서 결혼식을 치르고, 피로연에 들어가는 비용부터가 만만치 않다. 권문세가(權門勢家)나 잘 나가는 사업가 댁 결혼식장은 축하 화환으로 식장(式場)이 파묻히고, 축의금 봉투를 접수시키려는 대열이 몇십미터에 이른다. 이런 댁(宅)일수록 축의금 액수는 크다. 잘못해서 혼주(婚主)의 눈밖에 날까봐 염려해서 일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 혼주(婚主)들은 자녀들의 결혼을 앞두고 과거 부조금(扶助金)을 낸 장부와 동창회, 향우회 그리고 각종 모임의 명단(名單)을 뒤져 청첩장을 발송하지만, 찾아오는 축하객이나, 축의금의 액수가 적어 그날 결혼식장의 비용으로 충당되게 되면 다행한 일이다.

그 외에 아파트를 사주거나, 전세를 얻어주거나, 전자제품, 가구, 살림살이들을 마련해 주는 비용은 최소 1억원에서 몇억원의 돈이 들어, 자녀 몇 명을 결혼시키고 나면 노후대책은 커녕 거액의 빚더미에 깔리는 신세가 되어, 자식을 보호하다 끝내는 돌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리는 「가시고기」의 꼴이 돼버리고 만다.

이런 부모들의 처지를 잘 알면서 결혼한 젊은 부부들이 몇푼의 출산장려금이나 특혜를 준다고 많은 수의 자녀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얼마전 모 일간 신문에 르뽀기사로 보도된 프랑스의 결혼식 장면 하나를 소개한다. 「약66㎡ (20평)쯤 되는 구청 청사 2층에 마련된 예식실 맨 앞자리엔 신랑, 신부가 부모와 함께 앉았고, 70여명의 하객들이 그 뒤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삼색기 휘장을 가슴에 두른 구청장(사회복지과장이 대행하는 경우도 있다)이 나와 주례사와 함께 프랑스 민법에 근거한 부부의 의무를 고지하고, 신랑·신부로부터 혼인서약의 대답을 들은 후 “두 사람이 부부가 됐다”고 선포했다.

그 후 사회자가 증인 서약서를 펼쳐놓고, 양가 친지·친구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뒤 신랑·신부에게도 서명하게 했다. 이날 결혼절차는 구청장이 결혼 증명서에 확인 서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결혼 절차가 끝나자 신랑·신부는 친지·친구들과 다정하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신랑·신부의 친구들은 먼저 1층으로 내려와 신랑과 신부가 팔짱을 끼고 계단을 내려오자 장미 꽃잎과 쌀을 뿌리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원했다. 이후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친 신랑, 신부와 친구들은 다시 포옹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뿔뿔이 흩어졌다.

신랑·신부에게 축의금을 주거나, 하객에게 기념품을 나눠준다거나 심지어 신랑·신부간에 예물교환하는 장면도 없었다.신랑에게 “오늘 결혼식 비용이 얼마나 들었느야?” 고 묻자 “꽃값과 구청 주차료 밖에 든게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날 신랑은 평상복에 넥타이를 맸으며 신부는 파티복 분위기의 미니 원피스에 아이보리색 재킷을 걸쳤다.」결혼후 이들은 살림살이 및 가구들이 갖춰진 셋집에서 자력으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예식실」을 마련해 놓고있는 시청이나 구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결혼문화를 바꿔놓기 위한 청사진으로 제시해 놓았다기 보다는 가난해서 혼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사는 가정, 극빈 가정을 돕기 위한 시혜적(施惠的)인 면에서의 뜻이 크다고 생각한다.

진정, 결혼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공직자, 사회 지도층 인사, 지역 원로들이 그 지역 시청이나 구청에 설치된 예식실에서 검소한 결혼식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홍보대사는 이 제도가 사회에 정착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당국에서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가구나 살림살이가 완비돼 있는)의 임대제도 방안을 연구해서 신혼부부들이 자력(自力)으로 사회의 첫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이 되는 문제 하나가 없어질때 우리 젊은 세대들은 마음놓고 자녀를 출산할 수 있을 것이다.<계속>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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