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복면은 / 자외선으로부터 자기 얼굴 보호와 / 싸스나 인플렌자 감염을 막기위해 / 치한으로부터 자기 몸 지키려는 방어가면이다 / 그러나 / 나와 내 가족은 / 결코 어떤 이유로도 복면을 쓰고 / 산책을 하지 않으리라
그것은 / 아름다운 자연과도 / 소중한 사람과도 / 얼굴과 얼굴을 볼 수 있는 / 진정한 만남이 아니기에다 / 타인은 / 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데 / 나는 타인의 모든 것을 볼 수 없음은 / 공평한 산책길의 동행이 아니라 / 무서운 단절이기 때문이다 / 나는 건강과 만남의 기쁨을 위해 / 날마다 / 산책을 한다
― 졸작「산책길에서」
우리 안산은 녹지율이 74%로 전국1위다. 산과 하천과 늪지와 갯벌과 시화호수와 바다를 가지고 있는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움과 산책하기에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브라보도시다.
안산천 화정천에 작고 큰 물고기들이 뛰는 모습이며 황새 들오리 철새들 우정 우정 모여 사는 모습과 어울려 산책하는 건강한 시민을 만나는 기쁨 속에서 나는 생명 에너지를 날마다 얻는다. 농부가 가꾼 농작물도 매일 만나주지 않으면 병충해로 쓰러지고 새집도 주인이 만나주지 않고 비워두면 그냥 무너진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있다.
아침마다 체육시설과 만나고 자연과 만나고 사람과의 만남은 활력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마스크가 아니라 숫제 복면이다. 원숭이나 괴물 얼굴이 연상되는 복면한 사람이 하나 나타나더니 지금은 유행처럼 새벽이나 낮이나 저녁이나 대부분 혐오스런 복면을 쓰고 모두 산책을 한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무서운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복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이 단절이다. 남북이 단절된지가 60여년 화해보다 작금은 더욱 단절의 골이 깊어가고 보수와 진보의 단절의 고통은 더욱 크다. 우리는 새 것을 받아들이고 옛것을 이어간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보수와 진보의 융합적사고 중도의 길이었다.
노사의 분규는 어떤가? 우리는 가난 속에서 이 사회를 건설할 때 ‘회사는 내 집처럼 사원은 가족처럼’ 이란 너무도 아름다운 표어가 회사의 정문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의 너무 아름다운 기업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협상이 아니라 모든 것은 투쟁이다.
남북도 투쟁이고, 국회도 투쟁이고, 노사도 투쟁이고, 진보와 보수도 투쟁이다. 오직 자기 생존과 목적달성을 위한 투쟁이다. 투쟁은 두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니체는 “당신이 악마와 싸워 이긴다해도 당신은 승리를 자축마라 당신도 악마가 돼 있기 때문이다”란 투쟁하는 모든 이에게 무서운 말을 했다.
중세시대 황제가 나병이 걸렸을 때 황금가면을 쓰고 통치했다. 황제의 권위가 나병으로 인해 멸시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서구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탈’문화가 있었다. 이 가면 문화는 사회 풍자한 퍼포먼스였고 해학이었다.
중동전설에 얼굴이 너무나도 험상궂고 못난 청년이 그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늘로부터 아름다운 가면을 선물로 받아쓰고 그 처녀와 결혼해 살았다. 처녀는 속은 것이다.
그러나 30년 지난 어느 날 가면을 벗었고 청년은 깜짝 놀랐다. 30년 전 험상궂고 못생긴 자신의 얼굴은 간곳없고 가면의 아름다운 얼굴로 변해있는 기적이었다. 아름다운 아내를 보며 아름답게 산 청년에게 하늘이 내린 상이었다.
혹시 우리가 남에게 섬뜩함 주고 혐오감주고 위협을 주는 산책길의 복면 쓴 사람들이 그 복면의 얼굴로 변화될까 걱정된다. 타인에게 보인 나의 아름다운 얼굴은 타인도 아름답게 하고 나도 더욱 아름답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것이 단절돼가는 세상 산책길의 착한 시민인 우리들이라도 당신의 가면을 벗고 얼굴 마주보며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시오” 인사 나눴으면 정말 좋겠다. 산책가면을 쓰고 거울을 보라 가면 쓴 당신도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랄 얼굴인가?
고훈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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