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회 및 가족들의 관심과 협조
요즘 들어 많은 것 들이 변하고있지만 그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남녀평등」일 것이다. 그것은 “남녀가 평등하다”고 선언한 헌법정신이나, 민법(民法)에서 「호적 제도」가 「가족 기록부」로 대체된것 같은 법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진출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볼때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거의가 여성이고, 사법시험 합격자나 의사시험 합격자도 여성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학계(學界), 문화, 예술, 체육, 언론 계는 말할것도 없고, 여성 외교관, 정계(政界)와 산업 전선을 담당하고 있으며, 예전에는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여겨저왔던 항해사, 전투기 파일럿, 여객기의 기장(機長), 중장비 조종사를 비롯해서 육, 해, 공군 사관학교에도 입학해 남자 생도들과 똑같은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있다.

이제, 여성들은 이 사회를 움직이는 두개의 바퀴중에 하나를 담당하는 막강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밑바닥에는 “여자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집안살림을 도맡아 해야하며, 남편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는 고루한 사상이 뿌리깊히 박혀 있어, 자기가 희망하는 전문분야로의 진출과 성공을 위해서는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주의로 살거나, 결혼은 하되 아기 낳는 것을 기피하거나, 한명 이상은 낳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사회나 가족들이 생각을 바꾸고,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며 협조하지 않는 한, 저출산(低出産)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사례들과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이웃나라 기업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H씨는 임신 후 거동하는 모습이 불편해 보인다는 이유로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당했다. H씨는 회사측과 협의를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회사의 반응은 싸늘했다. 임신이 곧 해고로 이어지는 부당한 현실에 분노한 H씨는 복직을 하기위해 여성 노동자 회를 찾아갔다.

?출산한 직장 여성들은 대부분 출산후 3개월이 끝나는 즉시 복귀하지 않으면 자리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만 1년까지 보장된 육아 휴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직장생활도 만만치 않다. 임신을 했든, 어린 아이가 있든, 상관없이 야근을 상시(常時)로 해야하고, 회식에도 빠지지 않아야 한다.

집에 돌아가서도 할 일은 산더미 같다. 가사는 물론 자녀 양육, 집안 대소사일을 모두 여성의 몫으로만 돌리는 풍토에서는 슈퍼우먼이 될 각오를 하지 않으면 결혼도 아이도 생각할 수 없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TV방송사 여성PD인 K씨는 딸 하나를 두었다. 아침마다 그는 전쟁을 치뤄야 한다. 남편 출근 준비를 도와주랴. 자기의 출근 준비를 하랴. 어린이집 에 데려다 줄 딸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는 등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 간다. 집을 나와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우는 딸을 어린이 집에 남겨두고 몇걸음 걸어가다가 서서 딸의 울음소리가 그치면 허겁지겁 직장으로 뛰어가지만 지각이다. 상사들에게 싫은 소리를 한마디씩 들어야 한다. K PD는 “밤 12시까지 야근을 하다 집에 돌아가면 밀린 집안 일이 기다리고 있다”며 “둘째는 절대로 낳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1989년, 이른바 출산율 1.57쇼크를 계기로 보육시설 확충과 아동 수당 확대등을 주 내용으로 한 엔젤플렌(1995~1999), 신엔젤플렌(2000~2004)등을 해 보았지만 출산율 감소추세를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아동, 육아 응원플렌”(2005~2009)을 내놓으면서 중점적으로 추진 한것이 “가족친화적인 기업만들기”였다.

게이단렌(經團連)은 회원사에 근로자들을 일찍 귀가시켜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세계최고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여 일본 남자들이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는 시간을 늘리자는 것이다.

위와 같은 노력의 결과인지 최근 일본의 출산율이 3년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본 후생성이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보면 2005년, 역대최저인 1.26명을 기록한후 2006년 1.3명, 2007년 1.34명, 2008년 1.37명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07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근로자들의 절반(49.5%)은 일주일에 48시간 이상 일을 해 전 세계에서 페루에 이어 두번째로 장시간 일하고 있다. 일본 남자들의 가사, 육아 분담은 하루 1시간이지만 한국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32분에 불과하다.(통계청 2007년 자료)

지난 해 한국 남성 355명이 육아 휴직을 이용했다는 수치만 있고, 남성 육아 종사시간 통계는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관계당국과 기업, 그리고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계속>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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