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배 민주당원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이력이 생겼습니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경직됐던 근육이 야당투사의 부드럽지만 강한 근육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니까 주먹은 훨씬 강해졌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저의 직업은 국회의원이었습니다. 한 번도 국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거리로 나오니까 여러분께서 격려도 많이 해주셨지만, 또“왜 괜한 고생을 사서 하냐”는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지난 7월 22일, 국회는 한나라당의 불법과 폭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었고 민의의 전당으로서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탐욕과 불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민생을 살리고 정의를 지켜야할 국회가 이명박 정권의 앞잡이 노릇만 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항거했던 야당은 철저하게 짓밟혔습니다. 우리는 국회에서 민주주의를 강탈당했습니다. 국회에서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끝까지 수호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는 국회에서 강탈당한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되찾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탐욕과 불의의 시대를 끝내고 민생과 정의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국민 속으로 나왔습니다. 요즘 저는 ‘이제야 제대로 정치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달 우리 곁을 떠나가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가르침처럼 정치는‘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의 첫걸음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이곳 명동에서 서명을 받고 있거나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면 국민들께서 정치가 무엇인지 매우 친절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몸짓으로 저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국민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가르침은 커지고 있습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별로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러분께서 저에게‘고생이 많다’고 말씀하시니, 기왕 고생하는 거 한 번 제대로 해보기로 작정했습니다.

내일 천안을 시작으로 17일 동안 전국을 돌고 10월 1일 이 자리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진솔한 얘기를 듣고자 포장마차도 한 대 트럭에 싣고 갑니다. 포장마차는 우리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소박한 꿈이 있는 곳입니다. 저는 제 포장마차에 “민생포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 서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치가 무엇인지 깨닫고 오겠습니다.“민생포차”에“민심”을 가득 싣고 돌아오겠습니다.

대성하기 전 공자도 수레로 천하를 돌아보면서 민심을 깨달았고, 석가모니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리품을 팔지 않고 감히 세상을 안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정치에서 세상을 돌아보는 일은 권력을 쥔 자의 순시가 있을 뿐입니다. 그건 백성에게 고통을 배가시킬 뿐입니다. 지금 이 정권 책임자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복지예산을 다 깎아버리면서 서민행보라는 이름으로 동네와 시장골목 아주머니들만 괴롭히고 있습니다.

삼천만, 오천만, 칠천만을 위해 밥을 짓겠다는 심정으로 길을 나서고자 합니다. 정치란 민심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정치란 기득권자들의 장난일 뿐입니다. 눈물 젖은 민심의 밥상에 제가 양념 노릇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오늘은 가난하지만 내일은 더 맛있고 싱싱하고 감칠맛 나는 밥상을 여러분 앞에 차려 드리겠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민심이 잘 비벼진 희망이라는 이름의 비빔밥을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민주와 민생과 민심을 되찾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천정배 민주당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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