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


▲ 류근원 동화작가 (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기치 아래 제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8월11일부터 14일까지 대전광역시에서 열리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각 시·도의 명예를 떨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꿈나무선수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미국의 에이지 그룹, 독일의 스포츠 유겐트, 일본의 스포츠 소년단 등에 자극을 받아 우리나라는 1972년 제1회 전국스포츠소년대회를 발족시켰다. 현재 사용되는 명칭은 1975년 제4회 부산대회 때부터 개칭되었다.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기초적인 스포츠 보급과 스포츠 정신을 고취하며, 학교체육의 활성화와 우수선수의 조기 발굴을 통한 스포츠 국제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해마다 대한체육회가 주관해 오고 있다.

대회 참가자격은 각 경기단체에 선수등록을 마친 전국의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3학년 학생으로, 초등학교부는 만 12세 이하, 중학교부는 만 15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봄철에 거행되었다. 대한체육회는 올부터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대회 일정을 봄철에서 방학 중인 8월로 변경했다. 대회기간을 조정해 현 정부의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 방침에 부응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던 운동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해 변경됐다고 하지만, 대회 일정을 혹서기에 잡은 것은 분명 문제가 많다. 무더운 뙤약볕에서 꿈나무선수들이 경기에 임할 경우, 경기력 저하는 물론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육현장 및 체육관계자들의 우려다.

실외 경기의 경우 선수들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를 피해서 진행된다고 하지만 영 찜찜하기 그지없다. 학습권 보장도 좋지만 꿈나무선수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회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한다.

경기도는 이번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선수단을 출전시켰다. 3년 만에 종합우승을 노리는 경기도의 이번 결의는 대단하다. 대회 첫날부터 승전보 소식이 연이어 날아오길 기대한다.

특히 경기도 종합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안산교육청 관내 선수들의 활약상에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안산서초등학교 여자배구부를 비롯, 53명의 선수들이 이번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하여 금메달의 고지를 향하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초·중학교에서 운동을 하는 꿈나무들에겐 희망과 꿈을 주는 최고의 대회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이 대회를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은 5번이나 이 대회에 참가하여 수상을 했다.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와 이효정도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도 역시 이 대회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이밖에 미국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도 소년체전을 거쳐 갔으며, 골프선수 박세리는 투포환으로 이 대회에 참가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은메달을 딴 체조선수 여홍철은 생애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를 ‘중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라고 할 정도이다.
그만큼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이 땅의 꿈나무선수들에게 스포츠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주고, 꿈과 희망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중요한 체육대회에 관한 어두운 소식도 솔솔 들려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과 인권 보장을 위해 내년부터는 대회를 폐지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책입안자들은 심사숙고해야한다. 문광부가 밝힌 대회 폐지 이유는 언뜻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체육계의 현실을 외면하는 탁상공론으로 비쳐질 수 있다.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등의 인기 스포츠 종목도 선수가 부족해서 초·중·고교 팀들이 해체되고 있는 마당에 비인기종목은 더더욱 설 곳이 없어지게 된다. 선수 부족은 물론 국제 경쟁력에서 한국의 스포츠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됨은 강 건너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과 한·일 월드컵 개최, 남아공 월드컵대회에서의 16강 진출, 20세 이하 여자월드컵대회 첫3위 수상 등으로 명실상부한 스포츠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섰다.

이럴 때 일수록 모두의 생각을 아우를 수 있는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 전국소년체육대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책입안자들은 운동부가 있는 학교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살펴야 할 것이다. 학교 현장으로 연례행사처럼 보내지는 통계용 설문지만으로는 학교체육의 활성화는 절대 기대할 수 없다.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덥다, 이 무더위 속에서도 그동안 닦아온 기량을 아낌없이 쏟고 있는 꿈나무선수들에게 청량제 같은 응원을 보내자.

“소~ 년체전, 짝짝짝! 짝짝!”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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