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악의적, 비도덕적인 불법행위를 응징하기 위해 실제 손해에 대한 보상적 배상 외에 추가적으로 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액을 물리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미국의 제조물책임소송에서 인정된 것으로, 예를 들어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생산한 회사는 그 비난 가능성에 따라서는 실제 손해액의 몇 배수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실제 발생한 손해의 배상만을 인정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현재도 도입에 관한 논의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제도로 인해 간혹 미국에서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이 도산까지도 하지만, 여전히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제도는 시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도산에 이르게 할 수도 있지만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품을 생산한 기업이라면, 그 책임 범위는 실제 발생한 손해의 배상에만 그칠 수 없는 것이고, 기업이 도산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기업은 퇴출되어도 마땅하다고 보는 듯하다.

이러한 제도 도입 여부는 심도 있는 논의 뒤에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예를 들어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 원인을 담합 행위 적발로 부과 받는 과징금이 담합 행위로 인한 수익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부당한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담합으로 인한 수익 상당, 또는 그 배액의 과징금 부과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제도 도입’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는데, 충분히 경청할 만한 제안이라고 보인다.

손해배상 소송을 상담하다 보면, 간혹 재판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손해액이 많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는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정되는 손해액, 즉 치료비, 일실소득, 위자료 등을 합한 금액이 크지 않거나, 상대방이 제시하는 배상액과 재판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손해액과 사이의 차액도 크지 않다면,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권유한다.

소송은 원고든 피고든 상당한 시간이나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재판을 통해 더 배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재판 진행을 위한 시간이나 비용에 미치지 않는다면, 굳이 소송을 제기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가해자가 제시하는 금액에 합의하라고 권유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때로는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당한 경우가 있고(예를 들면 불법행위가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 진 경우), 그럴 때마다 특별하거나 제한적인 경우에는 적어도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2~3배의 액수를 최종적인 배상 책임액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 도입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야만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고, 가해자에게도 실질적인 징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한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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