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원 동화작가 (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처서 절기가 되면 모기의 입이 비뚤어지기 시작한다는데도 자투리 여름이 사라질 줄 모르고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 여름은 지긋지긋하게 더웠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열대야마저 수 일째 이어져 밤잠까지 설치게 만들었다.

때 이른 무더위 때문에 7월에만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7차례나 기록을 경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었다. 지난 7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25.3도로 평년(1971~2000년 평균)에 비해 0.8도 높았으며, 한 달 중 무려 26일 동안 평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지난 8월 5일에는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7.1도까지 올라갔을 정도였다.

기상이변(氣象異變)이다.
기상이변이란, 평상시 기후의 수준을 크게 벗어난 기상현상을 의미하며, 기후는 보통 30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기상이변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지구 온난화, 엘니뇨, 라니냐 등을 주원인으로 들 수 있다.

최근 지구촌은 폭염, 홍수, 폭설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상반기 지구의 평균기온이 기상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130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기상재해의 강도와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는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남미에서는 한파가 몰아쳐 상상 그 이상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은 10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로 1억 2000만명에 이르는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80년 만의 최악 홍수로 사망한 사람 1500여명, 수재민은 2000만명, 전국토의 20%가 홍수 피해를 입고 있어 전염병과 식량난 등 앞으로 닥쳐올 2차 위기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엔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서만 800여건의 산불이 잇따라 발생, 급기야 정부는 14개 지역에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벨기에, 독일, 영국 등 유럽과 아시아가 폭염에 시달리는 반면, 남미는 유례없는 이상 한파로 고통을 받고 있다.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남미 6개국에서만 벌써 사망자가 200명에 이르고 있다. 페루 정부는 46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한파로 100여 명이 숨지자, 수도 리마 등 17개주에 비상사태까지 선포했을 정도이다.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 지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지구 온난화로 반세기만에 평균 1~3도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북극의 빙하가 사흘 단위로 우리나라 면적만큼 녹아내려 해수면 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현재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나라도 있다.

2007년 나사(NASA)의 한 기후학자는 “이런 속도라면 2012년 여름까지 북극 빙하가 모두 녹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의 기후학자도 여름철 북극해빙이 완전히 사라지는 시기를 2013년으로 잡고 있다. 문제는 북극해빙의 현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구 온난화가 안겨준 무서운 현실이 부메랑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지구 온난화 예방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그 예방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눈만 돌리면,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으며 생활화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화석연료 사용 억제, 온난화를 촉진시키는 프레온 가스 사용 줄이기, 냉·난방 온도 조절하기, TV 및 컴퓨터 사용시간 줄이기, 차량 공회전 금지 및 급출발 자제, 삼림지역의 확대 등 마음만 먹으면 온국민 모두가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제7회 에너지의 날을 맞아 ‘불을 끄고, 별을 켜다’란 주제로 지난 8월 16일은 오후 9시부터 5분간 소등으로 안산시민 모두가 사람과 지구를 생각하는 소중한 밤이 되기도 했다.

이 아름다운 별 지구를 우리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지구로 가꾸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할 책임이 있다. 아름다운 별 지구 한 귀퉁이를 잠깐 빌려 쓰고 떠나는 허허로운 마음자세로 조그만 일부터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 아름다운 별 지구 곳곳에 청진기를 갖다 대면 과연 무슨 소리가 나올까?

지난 8월 4일 전남 순천에서 제27회 아·태 잼버리 대회가 5박 6일 동안 열렸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에서 온 청년의 이야기가 소름 돋을 정도로 부메랑이 되어 들려왔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몰디브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놀았던 언덕이 어느 순간 갑자기 물에 잠겨 사라졌습니다. 몰디브 대통령은 국토 수몰에 대비해 다른 나라의 땅을 매입할 방안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류근원 동화작가(화성비봉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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