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채 논설위원

나치스 이후 독재자들은 대중을 우매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이른바 ‘3S정책’을 쓴 일이 많았습니다. 스크린 영화 같은 오락에 몰두하게 만들고, 스포츠 운동과 같은 집단 단체 활동에 빠지게 해서 열광하게 만들고, 섹스 문란한 성문화를 눈감아 줌으로서 건전한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는 정책을 썼었죠.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며 역시 3S 라고 할 것입니다.
첫째 스크린 같은데요, 요즘은 영화보다는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보는 비디오테이프를 더 좋아하는 셈이고요.

두 번째는 노래죠. 친구들과 어울려 한 잔하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아마 스피드일 것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경찰관 없는 곳에서 마음 것 달려보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질주해 보는 것이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의 호기심이자 숨겨진 열망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영화에서 많이 봤듯이 지난 80년대 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 같은 데서는 폭주족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시험하면서 무작정 내달리는 것이 폭주족들의 시발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달리는 것이 그저 멋지고 한계 상황과 싸우는 그 아슬아슬함이 일종의 멋이었는데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폭주족들이 범죄 집단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대게는 스피드에서 생겨나는 공포감을 잊기 위해 마약을 복용하고 때를 지어 다니다 보니 은근히 범죄 심리가 생겨 선량한 젊은이들을 헤치고 여성들을 납치, 폭행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또 집단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빨리 도망갈 수 있다는 잇점 때문에 폭주족의 횡포는 날로 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말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폭주족들이 생겨나기 시작 했는데요. 배기통을 일부러 변형시켜 요란한 폭발음을 내게 하고 심야에 무리를 지어 달리면서 한강시민공원이나 으슥한 장소에서는 금방 범죄 집단으로 변모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요즘 한 밤중에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에 곱지 않은 신경을 쓰게 되면서 안산의 앞날을 걱정합니다.
여러분은 동감하십니까? 두 말할 것 없이 예방이 필요합니다. 때때로 스피드는 인간에게 해방감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영국의 명문대학 옥스퍼드를 졸업한 후 중동지역에 정보장교로 파견됐다가 그곳에서 아랍인들의 독립하고자하는 열망을 접하면서 묘하게도 토착민들과 함께 그들의 독립운동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렇게 기이한 삶을 살던 ‘로렌스’는 아랍인들에게는 영웅이 되었는데요. 런던에 돌아가자 모두 안일에 젖어 사는 모습에 맘에 들지 않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을 영웅으로 부르면서 대령계급장을 보며 깎듯이 인사를 해오는 모습을 보고 답답함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전역을 하고 놀랍게도 전역을 숨긴 후 공군 사병으로 복무하면서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고 교외로 뻗어나가는 당시의 고속도로를 최고의 속도로 달리다가 47세의 짧은 생을 끝냈습니다. 후일의 역사가들은 로렌스 같은 전설적인 인물이 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을까 다각도로 연구를 합니다만, 대게는 사막에서 마음껏 달리던 로렌스가 도시의 답답함을 못 이겨 자기 자신에게 저항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저항의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 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야밤에 소음을 내며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고 주택가의 고요를 깨고 사고를 유발하는 폭주족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자기 자신들만 위험에 노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이나 행인들까지 위태롭게 만듭니다. 두 바퀴를 달리는 고속의 오토바이는 한 번 쓰러졌다하면 중상이나 목숨을 잃는 일 외에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힘듭니다.

단속에 앞서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페만을 끼치는 오토바이 폭주행위는 스스로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박규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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