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199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일이다. 한·일학술문화청소년교류 초등교원 방일연수단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일본의 문화와 교육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에도 못 미치는 연수였다. 그러나 일본의 소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지진으로부터 인명과 건물을 보호하는 시스템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진(耐震)에 대해서 일본은 가히 세계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11일 오후 2시 46분경,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동북부를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진 발생 나흘째인 14일, 미야기현 해안에서 시신 약 1000여구가 발견되었다. 미야기현 내에서만 사망자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총 사망자는 4만명을 웃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120㎞ 떨어진 곳에서도 검출되는 등 방사능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에게도 방사능 공포로 비상이 걸렸다. 후쿠시마 원전 2호기도 통제 불능 위기에 빠져들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도로와 교량이 붕괴되고 단전과 단수, 음식물 부족으로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라고 한다. 4만 6000채 이상 가옥이 붕괴되는 등, 그 피해 복구비용만으로도 우리 돈으로 약 135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하니 그 피해규모가 얼마나 큰지 상상조차 안 될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최악의 참화 속에서 일본인들이 보여준 질서와 준법정신 그리고 타인을 위한 배려는 그들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지난 해 1월,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으로 아이티는 약탈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그러나 일본은 그보다 지진 규모와 피해도 엄청나게 크지만, 그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은 감명 그 자체였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다친 사람들을 먼저 배려해주는 모습은 눈시울을 적실 정도였다.

무너진 쇼핑센터 앞에서도 생필품을 사기 위해 수백명이 차례로 줄을 서 있는 모습과 내려앉은 도로에서조차 신호등의 초록불을 기다려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사진은 전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까지 했다. 그들이 보여준 감동적인 모습은 우리들에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어 가슴을 무겁게까지 만들었다.

영국의 저명한 지진학자는 도쿄 남쪽서 또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일본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서해에서도 12일과 13일, 이틀 연속 소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발생한 지진횟수는 최근 10년간(1999년~2008년)의 평균인 41회보다 지난해에는 19회나 많은 60회였다고 한다. 지진관측기술이 향상된 점도 있겠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우리나라이다.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에도 대형지진이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799년 경주지진으로 100여명이 숨지고, 1681년 속초부근 바다가 지진으로 터져 설악산 흔들바위 부근에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기술되어 있다. 더욱이 지난해 2월 9일 오후 6시 8분경 우리와 이웃한 시흥시 북쪽 8㎞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하여 우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까지 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과제를 던져주었다. 우리나라에 강진이 발생했다면, 우리의 빌딩과 아파트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을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지진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진 보강 건물을 지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효율성 있는 재난대책을 세워 국민들을 재난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도 점검을 철저히 하여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일본의 아픔을 빠른 시일내 치유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물결이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구조팀 102명이 일본에 급파되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종교계와 의료계 그리고 많은 시민단체들이 한마음이 되어 일본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진이 강타하고 간 동일본 지역은 삶의 터전을 잃고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다. 안산시민들도 한마음이 되어 그들을 도와야 한다. 내가 보낸 조그만 정성이 모여 그들에게는 큰 도움으로 다가갈 것이다. 아픔을 딛고 빨리 일어설 수 있는 희망 바이러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 희망 바이러스 전파에 안산의 횃불, 안산신문사가 앞장설 것이다.

류근원 동화작가(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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